코로나 기승인데…현대상선 선박명명식 영부인 '대모' 참석 가능?
입력 2020.03.12 07:00|수정 2020.03.13 10:55
    26일 현대상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명명식
    해운 재건 결실…영부인 참석 여부도 관심
    명분 있지만 코로나19로 대규모 행사 부담
    선박 투입까지 여유 있어…대조양 영향도 고려
    • 현대상선은 정부와 국책은행 등의 지원 속에 2018년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했다. 이 중 2만4000TEU급 7척은 대우조선해양이 맡았는데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인도된다. 오는 26일 경상남도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본사에서 배에 이름을 붙이는 행사(명명식)가 예정돼 있다.

      선박 명명식은 조선소에서 배를 건조해서 선주에게 넘기기 직전 행하는 의식이다. 직전까지는 이름 없이 '번호'로 불리다가 명명식을 한 이후에야 'OOO호'라는 이름을 갖는다. 대개 선주 측 '여성 인사'가 '대모'(代母, Lady Sponsor)로 참석해 새로 지은 배의 이름을 붙이는 행사를 여는 방식이 중동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보편화돼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상선의 경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맡은 경우가 꽤 있었다. 한진해운은 최은영 전 회장이 맡은 이력이 있다.

      정치인이나 관료 부인이 '대모'가 되어 참석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영부인들의 참여도 꽤 있었다.

      2005년11월에는 유조선 '유니버셜퀸'호에 고(故) 노무현 대통령 영부인 권양숙 여사가 대모가 됐다. 영부인 신분은 아니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2004년엔 김윤옥 여사가 명명식에 참석한 전례도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현대중공업이 지난 1974년 6월 처음 진수한 26만㎥급 원유운반선의 대모를 박정희 대통령 영부인인 고(故) 육영수 여사가 맡았다.

      이번 현대상선 발주 컨테이너선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정부가 2018년 내놓은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첫 결실에 해당된다. 이러니 성대한 행사를 기대할 만하다. 대미를 장식할 대모 역할로 영부인인 김정숙 여사 참여 가능성이 거론됐다.

      정부가 내세울만한 '해운업 재건' 의미와 상징성을 더 부각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상선은 산업은행이 최대주주고, 산업은행은 정부가 주인이니 '선주측 여성 인사'라는 명분도 가능하다.

      다만 우한 코로나(코로나19) 사태로 상황은 불확실할 전망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영부인 참여 가능성에 대해 “아직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바는 없고 빨라야 이번주에나 윤곽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해양진흥공사 관계자 역시 “영부인이 참석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지만 아직 상세한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 요인의 일정은 경호 문제를 고려해야 하고 변수도 많아 날짜가 임박해서야 확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보다는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코로나19의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과 영부인의 일정은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코로나 사태로 계획이 올라온 일정들을 확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실 온 나라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사투를 벌이는 때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를 열기 부담스럽다. 대통령이 사태 파악차 움직일 때조차 ‘이 시국에 사람 많은 곳에 갔다’는 비판이 나오는 형국이다.

      대통령 내외가 지난달 영화 기생충 제작진과 배우들을 청와대로 불러 마련한 오찬자리는 시간적인 차이에도 불구, 계속 논란거리가 됐다. 또 코로나 대응 차원에서 이집트, 터키 등 예정된 순방도 취소됐다. 최근 청와대에서 진행된 해양수산부 업무 보고 역시 코로나 우려로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한 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행사에 참여해야 할 가능성이 있는 관련 부처, 기관들도 명명식 예정일엔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참석 여부에 따라 일정이 달라질 수 있다보니 "행사가 열리겠느냐"면서도 하릴없이 '윗선'의 결정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명명식 당일 행사가 취소되더라도 일단은 준비에 만반을 다해야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게다가 온 정국이 4월15일 총선에 맞춰져 움직이는 추세다. 그러니 비록 확진자 증가폭이 가라 앉는 시기라고 해도 명명식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이런 저런 '시선'들이 부담스러울 법하다. 또 명명식 행사 연기가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 현대상선은 글로벌 해운동맹과 협약에 따라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을 4월 23일까지만 영업에 투입하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다른 변수도 있다. 대우조선해양 M&A에 미칠 영향이다.

      일본이 올해 다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에 나서고, 유럽연합(EU)은 기업결합 승인 심사 일정을 늦추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형국이다. 특히 이번 대우조선해양 M&A에 대한 독과점 심사의 핵심은 '정부의 불공정 지원'이다. "선박 가격경쟁력 확대를 위해 조선사를 줄여야한다"라는 논리를 산업은행 회장이 공공연하게 발표하면서 각국 심사과정에서 정부의 불공정 개입에 이미 빌미를 줬다.

      이런 상황에서 국책은행이 지원한 회사가 대우조선해양에 '일감'을 줘서 만든 배의 이름을 짓는데 영부인이 참석한다? EU나 일본에 또 다른 공격의 빌미를 주기 십상이다.

      코로나 덕분에 영부인의 대모 참석이 취소된다면 대우조선해양은 감사해야 할 상황일지도 모른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평소라면 정부 입장에서 크게 의미를 부여할 만한 행사지만 이런 시국에는 누가 대모로 나서느냐가 중요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