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 개막에 달린 국내 엔터 빅3 운명
입력 2020.03.13 07:00|수정 2020.03.16 09:52
    매출 중 콘서트 비중 20%, 이중 일본이 70%
    마진율 높은 '돔 투어', 개막 미뤄지면 일정 안갯속
    극대화된 불확실성...시장하락률 대비 4배 이상 급락
    우한 코로나 일본 내 조기 종식이 관건
    • 일본 프로야구 개막 일정이 국내 빅3 엔터테인먼트 상장사(SM, YG, JYP) 실적의 핵심 변수 중 하나로 떠올랐다. 이들이 버는 매출 중 20% 안팎이 콘서트 수입이고, 이 콘서트 수입의 70%  안팎이 일본에서 진행되는 콘서트에서 비롯된다.

      일본 콘서트의 핵심은 돔 구장 순회 공연(돔 투어)이다. 일본에서 돔 구장을 콘서트용으로 사용하려면 먼저 프로야구 일정이 확정돼야 한다.

      그러나 우한 코로나(코로나19)가 일본에서도 확산하며 문화ㆍ스포츠 이벤트가 잇따라 연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달 20일로 예정된 일본의 프로야구 개막 역시 불투명하다. 이러다보니 빅3 엔터사들의 상반기 해외 콘서트 매출이'제로'가 되는 최악의 경우까지 염두에 둬야 할것으로 우려되고도 있다.

      우한 코로나 우려가 본격화한 설 연휴 이후 국내 빅3 엔터사의 주가는  평균 18% 가까이 급락했다. 설 연휴 이후 코스닥지수가 5.5% 떨어지는 동안 SM엔터테인먼트는 21%, YG엔터테인먼트는 17%, JYP엔터테인먼트는 14% 떨어졌다. 미국에 우한 코로나가 확산하며 국내 증시에도 쇼크가 온 6일 역시 주요 엔터사 주가는 지수 하락률의 4배가 넘는 5%대 하락을 기록했다.

      우한 코로나로 인한 문화 이벤트 축소와 이에 따른 실적 우려가 엔터주 주가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엔터주는 2018년 하반기 반도체ㆍIT가 주춤한 가운데 국내에 몇 안되는 성장 섹터(산업군)으로 관심을 모으며 주가가 폭등했다. 2019년 상반기엔 기대감에 비해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며 주가가 폭락했다. 지난해 방탄소년단(BTS)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주목받으며 동반 성장 기대감으로 다시 주가가 올랐는데, 우한 코로나 사태로 금세 호된 조정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 일본 돔 투어 문제는 문화 이벤트 축소에 따른 실적 악화의 우려의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다.

      일본 돔 투어는 2018년 엔터주 성장국면에서도 집중 조명을 받았던 사업이다. 인지도가 높은 국내 유명 보이그룹ㆍ걸그룹이 도쿄돔 등 일본 주요 돔을 돌며 벌이는 콘서트는 한류(韓流)의 핵심 콘텐츠 중 하나였다. 수익성 면에서도 효자였다. 일본 돔 투어의 영업마진은 30~4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지난해 JYP엔터테인먼트 연간 매출 1550억여원 중 14%인 210억여원이 콘서트에서 나왔다. 20%대 초반이었던 JYP의 영업이익률은 걸그룹 트와이스의 일본 돔 투어 실적이 반영된 지난해 하반기 30%대로 뛰어올랐다.

      문제는 일본 프로야구 일정이다. 오사카 교세라돔, 나고야돔 등 일본의 돔 구장은 대부분 야구 구단 모기업이 소유하고 있다. 보통 돔 구장 문화 이벤트 일정은 전년도 11월 프로야구 일정이 먼저 나온 뒤 확정한다.

      하지만 일본 프로야구협회는 지난달 29일부터 무관중으로 시범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정식 개막은 오는 20일이지만, 일본 정부가 스포츠 이벤트 자제를 호소하며 연기가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매출 구조상 경기 수를 크게 줄이긴 어렵기 때문에 개막이 미뤄지면 경기 일정은 더욱 빡빡하게 잡힐 수밖에 없다.

      우한 코로나 확산세가 최고조에 달한 후 안정 추세인 국내와는 달리, 일본은 우한 코로나가 이제 막 창궐하기 시작한 단계다. 돔 투어 일정을 잡기 어려워진데다, 잡더라도 우한 코로나 확산세가 언제 안정될지 알 수 없으니 사람이 얼마나 모일지 예측이 어렵다.

      최근 한류가 확산하고 있는 베트남ㆍ대만 등 동남아시아도 마찬가지다. 베트남에 이어 일본이 사실상 한국인 입국금지를 선언하며 아티스트들이 공연을 위해 현지에 이동하는 것조차 제약받게 된 상황이다.

      예정대로 20일 일본 프로야구가 개막하고, 일본 우한 코로나 확산세가 4월 중 진정된다면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다. 기존 일정에서 일부 공연을 연기하거나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응이 가능하다. 주요 엔터 3사의 콘서트 포함 공연 수의 1분기 비중은 평균 15% 수준이다. 일단 지금은 비수기라는 말이다. 대신 2분기와 3분기에 연간 공연의 60~70%를 소화한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마진율이 높은 해외 콘서트를 비롯해 팬들과 '스킨십'을 할 기회가 사실상 봉쇄됐다는 점에서 엔터주를 당분간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며 "최근 급락은 지난해 하반기 매수한 기관들의 차익실현에 향후 전망을 어둡게 보는 숏 매도가 합쳐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