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등 거시경제 변수로 가격경쟁 우려해
고용유지 등 비가격 요소가 인수 여부 가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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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덴셜생명 본입찰을 앞두고 인수후보들의 가격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주가하락, 금리 인하 등 거시경제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서다. 앞으로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인수후보들 사이에선 ‘승자의 저주’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푸르덴셜생명 본입창을 앞두고 인수후보들이 막판 가격 조율을 하고 있다. KB금융은 이번주 이사회를 앞두고 이사진들을 설득하기 위한 적정가격 산출 막바지 작업 중이다. 이사진 중에서 일부는 인수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는 만큼, 막판까지 인수여부와 가격을 놓고 격론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인수후보들도 본입찰에 써낼 가격을 조율 중이다. 예비입찰에서 2조원 이상의 가격을 써낸 인수후보들은 이 가격을 놓고도 너무 높은거 아닌가 고심하고 있다. 매도자 측에서 제시한 3조원 가격은 고사하고 2조원 중반도 부담스런 분위기다.
이번 거래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보험산업이 거시경제에 영향을 크게 받는데 최근의 주가하락, 금리인하 여파로 기존의 밸류에이션을 적용해 가격을 산출해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우선 동종업계 주가순자산비율(PBR)을 활용한 가격 산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3개월 사이 삼성생명 주가가 거의 반토막이 났다. 작년말까지만 하더라도 7만6000원 하던 주가가 현재 4만3000원까지 하락했다. 상장이후 가장 낮은 주가다. 미국, 유럽의 금리인하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도 금리인하 압박이 커졌다.
보험사는 금리가 떨어질 경우 자본확충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이런 점이 주가에 반영되면서 3개월 만에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동종업계 PBR을 활용해 가격 산출이 어려운 실정이다. 비단 인수후보들 뿐만 아니라 인수금융을 제공하는 금융사들도 보험사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다 보니 적정 기업가치 산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렇게 거시환경이 변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밸류에이션이 무용지물이다란 평가다.
이 관계자는 “푸르덴셜생명의 건전성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나홀로 독보적인 실적을 내기는 힘들다”라고 말했다.
실사 과정에서 나온 여러 숫자들도 인수후보들이 적정가격을 산출하기 어려운 이유다. 푸르덴셜생명의 지난해 순이익이 1000억원 중반 수준으로 전해진다. 아직 결산이 마무리되진 않았지만 애당초 매도자 측에서 보낸 투자설명서(IM)의 2000억원 이익규모와는 차이가 존재한다. 보험료 증가는 제한적인 상황에서 비용이 증가한 탓이다. RBC비율도 400% 중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배당 증가 등이 RBC비율에 영향을 미쳤다. 인수후보들 사이에서 기대했던 것 보다 회사의 수익성이나 건전성이 좋지는 않았다는 평가다.
이러다보니 인수후보들 사이에서 '눈치보기'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2조원대 초, 중반 사이에서 가격이 수렴되면서 상대편이 쓸 가격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게 된 것. 결국 본입찰이 진행된 이후에 물밑에서 '추가 가격 협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가격에 대한 인수후보들의 이견이 크지 않다보니 오히려 다른 계약조건에 따라서 막판 결과가 갈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푸르덴셜생명 측에선 임직원들의 고용보장뿐만 아니라 현재의 임금 수준도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 고용보장 요구는 있지만, 기존의 임금수준까지도 보장하라고 하는 건 인수후보 입장에서 부담이 큰 부분이다. 고용문제나 M&A 비용 청구 등 인수가격 외적인 조건에서 막판 인수자가 갈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가격 상승 요인이 크지 않다면 비가격적인 부분에서 얼마나 매도자측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지가 막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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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3월 16일 17:1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