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모아 PEF식 투자로 뜬 알펜루트…PEF 먹잇감 되나
입력 2020.03.18 07:00|수정 2020.03.19 11:32
    유동성 위기, 주력펀드 환매 중단
    빅히트 등 70여 곳 지분 투자
    스페이셜시츄에이션들 '눈독'
    • 알펜루트자산운용(이하 알펜루트)이 보유한 포트폴리오에 기관 자금을 받은 사모펀드(PEF)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개인 자금을 모아 기업 인수에까지 나서며 돌풍을 일으킨 알펜루트가 유동성 위기에 몰렸지만, 보유 자산은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PEF식 투자 전략을 내세운 알펜루트가 환매 중단 사태를 맞이하며 세컨더리 딜(펀드 간 거래)을 노리는 PEF의 타깃이 됐다는 분석이다.

      MBK 등 알펜루트 알짜 포트폴리오 회사 눈독

      현재 알펜루트 보유 자산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거론되고 있는 PEF는 MBK파트너스, 스틱인베스트먼트 등의 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SSF)다. 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란 기업이 경영활동 외에 다른 이유로 일시적인 재무적 어려움에 처할 때 자금을 투자해 이익을 얻는 펀드다.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한 뒤 기업 가치를 올려 팔아 수익을 남기는 바이아웃 펀드와는 차별화되는 전략을 구사한다. 회사는 비단 PEF뿐만 아니라 다양한 투자자들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이 눈독을 들이는 것은 알펜루트가 보유한 알짜 기업들의 지분이다. 알펜루트는 이번 위기 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마켓컬리 등 비상장 기업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현재 회사가 투자한 포트폴리오만 70여곳에 이른다. PEF는 알펜루트의 상황이 급박한만큼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에 이들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에 물밑 접촉을 하고 있다.

      신생자산운용사 알펜루트는 지난해 말 자산규모만 1조원에 육박했다. 눈여겨 볼 부분은 1조원에 이르는 자금이 모두 개인자금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알펜루트는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를 통해서 고액 자산가들의 자금을 빨아들이며, 기관 자금을 받은 PEF 못지 않게 자산을 불려나갔다. 시장에 잠재되어 있던 개인들의 비상장 기업 투자니즈를 충족시켰다는 평가다.

      한 투자금융 업계 관계자는 “기관 자금이 아닌 개인자금으로도 조단위 자금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라며 “연기금 등 기관자금을 받는 사모펀드들에겐 새로운 펀딩 방식으로 주목받았다”라고 말했다.

    • 투자방식에 있어서도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 주로 시리즈 C, D 단계에서 수백억 규모를 투자하며 벤처캐피탈과 연기금 자금을 받는 PEF의 중간 단계에 투자를 단행했다. PEF들이 접근할 수 있는 수준의 자산에 주로 투자한 것이다.

      알펜루트는 현재 주력 펀드의 환매를 중단하고 있다. 환매 중단된 펀드에는 개인자금도 상당히 들어있다.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펀드 규모를 키운 알펜루트로서는 환매 중단은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급하게 PEF에 투자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는 지적이다.

      관건은 제값을 받고 매각에 성공하느냐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몰리니 업계에선 알펜루트 투자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한다. 회사는 "절대로 낮은 가격에는 팔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자금 이탈이 계속 될 경우엔 대안이 마땅치 않다.

      개방형·전문투자형 한계지적…현재 모델로는 언제든 PEF의 타깃 될 수 있어

      알펜루트의 위기는 투자 구조상 언젠가 벌어질 일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방형으로 언제든 환매가 가능한 방식으로 개인자금을 받아서, 장시간 자금이 묶여있는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보니 급작스런 사태에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기관 자금을 받는 PEF는 최소 5년간은 자금회수 압박이 없다는 점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이런 문제를 알펜루트도 인지해 펀드설정을 개방형에서 폐쇄형으로 전환해 나가던 차에 이런 사태가 터졌다.

      알펜루트 관계자는 “자금의 미스매치가 발생하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라며 “임직원들이 직접 해당 펀드에 투자해 끝까지 책임지는 투자를 단행하고, 지분 매각 등을 통해서 충분히 유동성 위기에 대처가능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증권사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자금조달 방식도 도마위에 올랐다. 알펜루트는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증권 등 증권사 창구를 통해서 펀드를 판매해 자금을 조달했다. 개별 증권사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다 보니 증권사와 관계가 악화하면 바로 거래가 끊길 위험이 크다. TRS 계약 해지 사태에서 드러나듯 한 곳이 계약해지에 나서자 순식간에 다른 증권사로 소문이 번져나가며 환매 중단 사태로까지 일이 커졌다.

      투자 방식에 있어서도 문제제기가 있다. 시리즈 C, D 단계에 투자가 들어가다 보니 투자리스크 대비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벤처캐피탈처럼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것도, 경영참여형 PEF처럼 안정적인 캐쉬플로우(cash-flow)를 창출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시장 상황에 따라 상장이 미뤄지는 등 경기변화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마켓컬리의 경우처럼 2대 주주로 지분 20%가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문사모집합투자업자라서 10% 이상의 지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는 점도 투자 수익률 극대화엔 제약요인으로 지목된다. 업계에선 의결권이 제한된 상황에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처럼 대규모 지분을 확보하는 전략이 유효한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개인자금을 통해 알짜 회사의 비상장 주식을 확보했지만, 결국에는 기관자금으로 운용하는 PEF에 좋은일만 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개인에게 비상장 회사 투자기회는 열어줬지만 결국 과실은 PEF가 가져간다면 추가적인 펀딩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회사는 투자 최수(exit)에는 문제가 없을 거란 입장이다. 알짜회사의 2대 주주 지위가 향후 투자회수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2대 주주 지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소수지분 투자나 경영권을 원하는 전략적, 재무적 투자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포트폴리오 회사 지분 매각에 다양한 투자자들이 접근하는 것도 이러한 전략이 유효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이번 위기만 잘 넘긴다면 안정적인 엑시트를 통해 개인들의 투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알펜루트는 “자금의 미스매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기금 자금을 받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라며 “현재 진행되는 지분매각은 여러 투자자들과 관련 사항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