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매각 외 사업 타개책 無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대한항공 부담 증가
한진칼, 대한항공 실적 악화 직접적 영향권
“주총 이후 펀더멘탈 기반 주가흐름 예상”
-
한진그룹 경영권 향방의 분수령이 될 주주총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투표함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진 결과를 장담할 수 없지만, 어느 쪽이 이기든 반쪽 짜리 승리로 기록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양 측이 내놓은 재무구조 개선안은 차별성이 없고, 그룹의 체질을 바꿀만한 획기적인 방안으로 평가받지도 못했다. 주력 사업인 대한항공의 업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어느 쪽이 집권하든 현재의 사업 환경이 크게 나아질 수 없다는 의미다. 비정상적으로 치솟은 한진칼의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기까지도 며칠 남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결권 자문사인 ISS·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한진그룹 손을 들어줬다. 유효한 의결권 지분 격차가 1%포인트 남짓인 점을 고려하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조원태 회장이 이사진에서 빠지는 모습이 연출될 수도 있다. 조 회장이 빠지더라도 석태수 대표이사와 현직 사외이사 3인은 자리를 지킨다. KCGI 추천 인사가 이사진에 포함되도 경영권이 오롯이 넘어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조 회장 우호 지분도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언제든 반격할 여지가 있다. 공격과 수비의 형국만 바뀌는 셈이다.
조 회장 측이 승리해도 마찬가지다. KCGI연합은 리베이트 사건 의혹을 키우면서 재차 공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주주구성이 크게 바뀌지 않는 이상 내년 주총에서도 올해와 같은 상황이 반복 될 수 있다.
-
코스피 지수가 3년내 최저점에 달하고 있는 시점에서도 한진칼 주가는 신고가를 새로 썼다. 펀더멘탈의 변화는 없었지만 경영권 분쟁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한진칼과 달리 대한항공의 주가는 3년내 최저점을 경신했다. 항공 수요는 급감했고, 취항하지 못하는 노선이 늘어나면서 타격이 불가피했다.
한국신용평가는 12일 대한항공 신용등급(BBB+)을 하향 검토하기로 했다. 코로나 사태로 매출액이 급감했고 자금조달에 비상등이 켜질 수 있다는 점이 반영됐다. 리파이낸싱은 물론 매출채권을 기반으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S)의 발행도 현 수준을 유지하긴 어려울 수 있다. 대한항공의 재무적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은 한진칼에 고스란히 전가된다. 같은 날 한신평은 한진칼의 신용등급(BBB)도 재검토 하기로 했다.
한진그룹은 당분간 사업만으로 대규모 현금을 벌어들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펀더멘털이 약화하는 상황에서 조달금리를 낮추는 방식 등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긴 쉽지 않다.
결국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매각 등이 가장 유효한 방안 중 하나다. 이는 조원태 회장과 KCGI연합 모두 추진하거나 요구한 내용이다. 강성부 KCGI 대표는 한진그룹이 KCGI 측의 요구사안을 “커닝하듯 베껴서 내놨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결국 양 측 모두 뚜렷한 사업적 타개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어느 쪽이 집권해도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긴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투자금융업계에선 이미 주주총회 이후를 내다보고 있다. 특히 현재 고평가된 한진칼이 현실을 반영하기까진 얼마 남지 않았다는 평가를 내린다. 경영권 분쟁이란 호재성 재료도 다음주면 소멸된다. 한 증권사는 최근 한진칼의 적정주가를 현재의 50% 수준인 3만원 초반대로 평가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재무부담이 확대할 가능성이 여느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한진칼의 주가도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며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된 후부턴 펀더멘털에 기반한 주가 흐름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3월 1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