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동전주'로 전락한 한화생명…저금리에 속수무책
입력 2020.03.19 07:00|수정 2020.03.20 09:49
    한화생명 주가 1000원 수준으로 급락
    일각에선 상장폐지 우려도
    무디스는 신용하락 경고
    저금리에 실적저하 불가피
    • 한화생명 주가가 끝 모르게 추락하고 있다. 주가가 1000원 미만인 주식을 뜻하는 '동전주'로 전락했다. 경기침체(리세션)와 이로 인한 저금리 우려에, 근시안적인 자산운용 정책으로 인한 불안감이 더해졌다는 분석이다.

      한화생명 주가는 18일 전일 대비 또 다시 6.3% 떨어지며 97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2010년 3월 상장 당시 공모가는 8200원이었고, 한때 1만원 탈환을 눈 앞에까지 뒀던 주가가 8분의 1토막이 난 것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06배다.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회사의 주가라고 보기 힘든 숫자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영업을 하고 있는 회사의 PBR이라곤 믿기 힘들 정도로 주가가 바닥이다”라고 말했다.

      한화생명 주가가 끝모르게 하락하자 정부에서도 한화생명을 공매도 금지 종목에 선제적으로 포함시키기도 했다. 일부에선 이러다가 상장폐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규정상 액면가(5000원) 20% 이하의 주가(1000원)가 30일간 지속되면 관리종목에 지정이 되고, 그 다음에 90일 동안 10일 동안 연속으로 주가가 20% 수준을 넘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다만 시총이 5000억원 이상이면 예외가 적용된다. 한화생명은 주가가 1000원 수준인 지금도 시총이 9000억원이라 상장폐지의 우려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주가가 너무 낮아 상장폐지가 거론된다는 것만으로도 대기업 계열사로선 치명적이란 설명이다.

      한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PBR 0.06배 수준으로 주가가 떨어져 상장폐지 가능성이 거론된다는 것만으로도 회사의 명성엔 치명적이다”라며 “특히 고객의 자금을 굴리는 보험사란 점에선 더욱 그러하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공적자금 회수도 요원하다. 한화생명 상장 당시 1만원 이하의 공모가엔 구주매출을 안하겠다던 예금보험공사는 여전히 860만주(지분율 10%)를 회수하고 있지 못하다. 몇 차례 대량매매(블록세일) 시도 이후엔 매각 계획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런 주가하락은 비단 시장환경 때문만은 아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한화생명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 검토대상에 올렸다. 저금리 환경 하에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자본 적정성 압박에 따른 신용도 약화가 나타나고 있디는 설명이다.

      무디스가 지적한데로 한화생명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한화생명의 순이익은 1146억원으로 전년대비 68.1%가 감소했다. 금리하락으로 변액보험 준비금 적립이 늘어난 탓이다.

      문제는 금리하락이 올해 더욱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 사태로 한국은행이 전격적으로 금리를 50bp 낮추면서 금리에 따른 영향은 지난해보더 더욱 커졌다. 현재와 같은 금리수준이 이어진다면 당장 부채적정성평가(LAT) 책임준비금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 감독당국에선 IFRS17 도입에 대비해 부채적정성 평가를 실시하고 여기서 결손액이 잉여액보다 클 경우 추가적으로 적립금을 쌓도록 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2018년 반기만 하더라도 잉여액이 결손액보다 8조원 많았지만, 2019년 반기에 들어선 그 금액이 80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금리하락과 더불어 LAT 규제가 강화되면서다. 문제는 현재와 같은 금리수준이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진다면 잉여액이 결손액보다 작아질 수 있다. 이럴 경우 이에 준하는 만큼의 책임준비금을 더욱 쌓아야 한다. 이는 당장의 손익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회사 실적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36억원에 매각된 알리안츠생명이 과거 LAT 책임준비금을 쌓은 바 있다.

      한 계리 전문가는 “현재와 같은 금리 수준이 올해 이어진다면 순손실이 날 수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순손실을 만회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채권 재분류를 통해 일부 채권을 매각한 덕분이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만기보유채권 계정 전액을 매도가능채권으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채권은 매각을 통해 이익을 실현했다.

      이는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생긴 필연적인 한계라고도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고경영자(CEO)들의 임기가 실적에 달려있다보니 중장기적으로 자산을 관리하지 못하고, 채권자산의 자산재분류나 매각을 통해 한 해 한 해 이익을 내는 데 집중해왔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최근의 시장금리 급락기에 한화생명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물론 올해도 금리가 떨어진 상황이라 채권 매각을 통해 이익을 보전할 수 있다. 다만 이는 미래의 이익을 갉아 먹는 일이다 보니 단기적으론 손실을 면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안정성에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감독당국도 이를 인지해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금리 인하에 따른 보험사들의 영향을 전수 조사하고 있다. 제로금리 상황에서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금융분야가 보험업이다 보니 각 회사의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대응책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다만 오랜기간 보험사의 부실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뾰족한 수는 없을 것이란게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