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금융권 곳곳에 친문 사외이사 후보 포진
본업은 교수지만 사외이사 명함이 더 많은 교수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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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주주총회 시즌의 화두는 단연 사외이사의 선임이다. 정부는 한 기업에 6년이상 재직한 사외이사의 연임을 금지했고, 계열사 포함 9년동안 재직한 이사를 중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국내 약 2000곳이 넘는 기업들이 새로운 이사 후보 발굴에 열을 올리면서 사외이사진 풀(POOL)은 품귀 현상을 빚었다.
이에 올해 기업들의 사외이사 후보들에는 현 정부와 상당히 가까운 정치권 출신 인사들이 줄줄이 포진하게 될 전망이다. 동시에 사외이사 명함만 여러 개를 갖고 있는 대학 교수들도 상당히 눈에 띈다.
기업은 경영과 거리가 있는 외부인을 선임함으로서 외풍(外風)을 차단하는 역할을 기대하기도 한다. 대기업들은 정치권의 유력인사, 공공기관 단체장, 정무직 고위 공무원 출신들이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올해는 상법 개정으로 인해 기업의 이사 교체수요가 급증했고, 정치권 출신 인사들이 꿰차고 앉을 수 있는 자리도 늘어나는 효과를 보게됐다.
최근 하나은행 사외이사 후보에 올랐던 남기명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준비단장은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법률상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수처가 출범도 하기 전에 ‘전관예우’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상당한 부담을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
비단 남 단장 뿐만 아니라 다른 여권 관련 혹은 친문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주요 사외이사 후보진 곳곳에 포진해 있다. 현 정부와 연이 깊은 인사들도 눈에 띈다.
효성그룹은 현 정부의 인도·호주 특사로 파견됐던 정동채 더불어민주당 고문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18대 국회의원이었던 서갑원 더불어민주당 돌봄경제특별위원장은 미래아이앤지 사외이사 후보에, 이근식 열린민주당 신임 당대표는 금호산업 감사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조윤제 전 주미대사(미래에셋대우), 정영록 국민경제자문회의 대외경제분과 의장(한국금융지주), 예종석 전 더문캠 홍보본부장(LS)도 대표적인 친 정권 인사로 분류된다.
과거 노무현 정권 시절 고위 공직을 지낸 인사들도 사외이사 후보에 대거 이름을 올리고 있다. 노민기 전 노동부 차관(현대백화점), 정병석 전 노동부 차관(삼성물산), 김상희 전 법무부 차관(한화에어로스페이스), 권오규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삼성카드), 김호식 전 해양수산부장관(DB금융투자) 등이 대표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현 정부와 코드를 맞추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다만 해당 인사들이 개별 기업의 경영 환경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을 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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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수로 대표되는 학계 출신 인사들은 사외이사 후보가 가장 많은 부류중 하나다. 각기 다른 업종에서 사외이사로 활약한 화려한 이력을 가진 교수들도 눈에 띈다.
삼성증권 사외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린 장범식 숭실대 교수는 과거 KB·동부·키움증권 등에서 사외이사로 재직했다. 과거 포스코 이사회 의장을 지냈던 서윤석 한진칼 사외이사 후보는 SK그룹·엔씨소프트·LG텔레콤·쌍용자동차에서 재직한 이력이 있다.
대한항공 사외이사 후보인 정갑영 연세대 명예특임 교수는 현재 CJ대한통운과 SK브로드밴드의 사외이사로 재직중이다. 신현한(연세대 경영대학), 한순구(연세대 경제학부), 안동현(서울대 경제학부), 최원욱(연세대 경영대학), 양홍석(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모두 기업의 사외이사로 재직중이지만, 현재 다른 기업의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돼 있다.
사모펀드(PEF)의 포트폴리오에 전담으로 사외이사를 맡는 교수들도 있다. 전규안 숭실대학교 교수(학사부총장)은 올해 초까지 태림포장의 사외이사를 맡고, 현재는 화장품 제조업체 에이블씨엔씨의 사외이사 후보에 추천됐다. 현재 사외이사인 한상만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하나투어 사외이사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세 회사 모두 IMM프라이빗에쿼티가 포트폴리오로 보유했거나 보유중인 회사다.
백성준 KDI 국제정책 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초까지 한앤컴퍼니가 지분을 보유한 쌍용양회의 사외이사였다. 올해는 역시 한앤컴퍼니의 포트폴리오 기업인 한온시스템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찬대 의원실의 지난해 말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학교의 기업 사외이사 겸직 교수는 총 169명으로 전체 전임교원의 7.5%를 차지했다. 연평균 보수는 4720만원, 15명은 1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박 의원은 당시 "대학교수의 기업 사외이사 참여가 본업인 연구와 교육에 지장을 주지는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현행 공무원, 지방공기업을 제외하고는 사외이사 겸직에 대한 규제가 없다. 기업들은 교수 출신 사외이사들에 대해 경영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활발한 경영활동과 더불어 충실한 감시자 역할을 기대하지만 실상은 ‘거수기 역할에 그친다’는 지적은 매년 거론된다. 교수 출신 사외이사뿐 아니라 상장 회사 사외이사의 이사회 안건 찬성률은 100%에 육박하는게 현실이다.
시가총액 1조원 규모의 상장사 한 고위 임원은 “교수 출신 인사들이 각 분야의 전문가인 것은 이견의 여지가 없지만, 기업의 실질적인 경영과 학술적인 측면의 경영과는 괴리감이 상당히 크다”며 “최대한 교수 출신 인사를 피해 사외이사 후보를 추리려 노력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았다”고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6년마다 이사진을 교체해야하는데 매번 전문성을 갖춘 후보들을 찾는게 쉽지않다”며 “사외이사의 재교육을 위한 사회적 비용, 이사진의 동종업계 이직으로 인한 정보 유출 등 고려해야 할 사안들이 상당히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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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3월 1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