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점 대비 31% 하락…52주 신저가 눈앞
반도체 값 상승은 호재, ”낙관론은 지양해야”
장기투자자 매물대는 한참 아래…추가 하락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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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하던 삼성전자도 코로나의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코스피가 역사적 저점을 향해 치닫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주가도 연일 하락했다. 이 같은 상황과 정반대로 개인투자자들의 삼성전자 주식의 매수세는 여느 때보다 강하다.
주식의 ‘주’자도 모르던 개인들도 계좌를 트기 시작했다. 객장엔 계좌 개설과 삼성전자 주식 매수를 위해 줄이 길게 늘어선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진정한 국민주(?)로 거듭나고 있는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금이 바닥일까?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3개월간 삼성전자 주식 약 6조70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6조1000억원, 기관은 8000억원가량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3월들어 단 하루(3일)을 제외하고 ‘개인들의 순매수, 외국인의 순매도’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코스피 지수 1500선이 붕괴된 19일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19일 삼성전자는 지난 1월 20일 최고가(6만2800원) 대비 31.6% 이상 하락, 전일 대비 5.8% 떨어진 4만2950원에 장 마감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이는데는 ‘삼성전자’의 특수성에 있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25%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낙폭이 과도하다고 해석하는 경향이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 삼성전자의 주가는 6만원을 넘나들며 시가총액 300조원 시대를 열었다. 반도체 가격 변동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긴 했으나 여전히 업황회복과 실적이 우상향 할 것이란 기대감이 유효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메모리·시스템반도체, OLED, 스마트폰 등 삼성전자의 전 사업부분에 걸친 수요 하락은 주가 하락을 막지 못했다. 스마트폰의 경우 지난해 대비 글로벌 수요가 5~7%, TV는 4~5% 이상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시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외국인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삼성전자가 주가를 지탱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삼성전자는 지난 1년 동안의 주가 상승분을 반납하고, 52주 최저가(2019년 5월 17일, 4만850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투자자들이 한가지 위안을 삼을만한 점은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가 발표하는 반도체 가격 동향 종합 지표인 DXI지수는 코로나 여파와 무관하게 3월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사태의 종식과 더불어 온라인 교육·재택근무 확대에 따른 서버 D램 가격은 꾸준히 상승할 것이란 예상과 함께, 하반기부터는 공급 부족 현상까지 거론되고 있다. D램 분야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위상을 고려하면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D램 가격에 대한 낙관론만으로 접근해선 안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외국계 증권사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매출에서 서버용 D램을 제외하고, 모바일·가전용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한데 글로벌 소비심리가 위축돼 있는한 삼성전자의 실적 상승에도 상당한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하반기 스마트폰 교체 수요에 대한 기대감은 거의 매년 나온 이야기이고, 올해는 4년마다 돌아오는 올림픽 특수를 기대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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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적인 측면을 살펴볼 때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무조건 갖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개인들의 매수가 집중되는 한 추후 차익실현을 위한 매물대가 꾸준히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점은 단기간 주가상승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한계로 지적된다.
삼성전자에 5~10년 이상 투자한 장기투자자들의 손실구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기 때문에 한국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매 현상이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의 추가적인 주가 하락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매물대 추이를 살펴보면 2만5000원~3만원, 3만5000원~4만원대에 매물대가 강하게 형성돼 있다.
외국인 투자자 및 기관들의 패시브펀드 자금은 국내 증시의 하락과 맞물려 개별 종목마다 투자 비중을 줄여나간다. 이는 곧 전반적인 하락장에서 삼성전자만 승승장구하는 사례를 찾긴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자산운용사 한 주식운용 담당자는 “개별 종목에 대해 단기적인 시장상황을 예측하는 것은 이제 무의미해졌다”며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보유현금만으로 우량주 투자에 나서는 것은 큰 문제가 없겠지만, 주식담보 ·신용대출을 통해 ‘저점’매수 전략을 펼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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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3월 19일 16:3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