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신고서 제출 하자, 곧바로 금감원 ‘정정신고서’ 요구
“매출 급감 근거 명확히…핵심투자위험에 포함할 것”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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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업황 속 자금조달에 나선 대한항공이 여느때보다 깐깐한 금융당국의 심사를 받고 있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매출액 감소가 불가피한만큼, 전보다 세밀한 투자자 보호 조치를 마련하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은 현재 6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 칼제25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 발행을 추진 중이다. 향후 5년 동안 BC카드사에서 발생하는 매출을 바탕으로 하는 ‘카드매출채권’이 기초자산이다. 회사는 오는 27일 발행을 목표로 지난 19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으나, 같은 날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정정 신고서’ 제출을 요구 받았다. 대한항공은 2016년부터 현재까지 총 6차례 장래매출채권을 기초로 ABS를 발행했는데 정정요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은 정정 신고서 제출 요구와 관련해 “중요사항의 기재나 표시내용이 불분명해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에 해당돼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를 했다”고 공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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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금감원의 이례적인 조치는 대한항공이 현재 처한 상황과 관련이 있다.
주요노선에 대한 취항이 불가능해진 상황 속에서 회사의 올 1분기 실적 전망은 상당히 어둡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대한항공의 신용등급(BBB+)에 대해 하향 검토에 들어갔다.
회사가 예상한 올해(3~12월) 여객운송 수입액은 약 6조945억원이었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이후엔 예상치가 급감해 약 2조5962억원의 운송수입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4~7월 대표적인 수송공급 지표인 ASK(판매가능좌석 X 이동거리)가 평상시 수준의 30% 수준이라는 가정으로 추정한 수치다. 과거 여객운송수입 가운데 신용카드사로부터 발생하는 매출 비중은 약 11.8%였는데, 전체 여객 수입이 줄어들면 신용카드사를 통해 발생하는 장래 매출 또한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한항공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도 이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긴 하지만 금감원은 이보다 상세한 설명과 근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매출 실적이 떨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매출액 추정치 하락에 대한) 가정과 근거를 명확하게 밝히라는 차원에서 정정신고를 요청했다”며 “(회사의) 자금조달이 필요하고 급박한 건 이해하지만,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핵심투자위험에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회사측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정신고서를 제출한 이후 5영업일이 지난 이후에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당초 27일 발행하려던 계획은 다소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ABS발행이 장기간 미뤄지지 않는 이상 당장의 자금조달 계획에는 큰 차질을 빚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다음달 2400억원을 비롯해 총 495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현금흐름의 감소와 더불어 조달금리 상승에 따른 이중고를 겪을 수도 있다. 향후 투자자 모집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일찌감치 제기됐다. 이번 조치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금융당국이 대한항공 투자자에 대한 보호 조치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향후 회사가 자금조달에 나섬에 있어 상당히 신중해 질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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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3월 20일 15:1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