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10년내 최저점…52주 신저가 기록한 효성
추가 담보 제공 못하면 ‘반대매매’ 가능성도
금융권은 아직 잠잠…”사실상 오너 주식엔 손 못대”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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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저점을 찍은 국내 주식시장의 여파는 기업 총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최상단에 위치한 지주회사(또는 지주회사격)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킨 오너일가들은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요 대기업 중에선 두산그룹과 효성그룹 오너일가의 주식담보대출 규모가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두산그룹 오너일가 대부분은 ㈜두산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상태다. 박정원 회장과 박지원 부회장, 박진원 두산메카텍 부회장을 비롯해 특수관계인으로 묶인 27명 중 11명이 보유한 ㈜두산 주식 전량을 담보로 잡혔다. 박용만 전 회장, 박서원 두산매거진 매거진BU장, 박재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도 지분의 97% 이상이 담보로 잡혀 있는 상태다. 금융회사별로 살펴보면 하나은행의 대출금액이 가장 컸다.
효성그룹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사장의 지분은 90% 이상이 금융원 담보로 제공돼 있다. 조석래 전 전 회장 또한 또한 지분 75% 이상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켰다. 효성 오너일가는 대부분 국내 증권사를 활용해 대출을 받았는데, 거래한 국내 증권사만 약 13곳에 달했다.
대기업 총수일가 가운데 한화그룹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100%),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94%),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63%) 등도 주식담보대출 비율이 높은 편에 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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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가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줄 때는 통상 약 140~150%의 담보유지비율이 적용된다. 빌리는 자금과 비교해 제공한 담보의 가치가 약 1.4~1.5배 높아야 한다는 의미다. 상장회사의 주식은 담보대출 시점에 시가로 평가받는다.
현재와 같은 하락장이 지속돼 주식의 가치가 떨어지면 금융회사들은 담보를 시장에 팔아 손실을 보전하는 ‘반대매매’를 실시할 수 있다. 채무자가 추가로 담보를 제공하거나 보유한 현금으로 채무 규모를 낮추는 등 담보유지비율을 맞추면 반대매매를 피할 수 있다.
㈜두산의 주가는 연일 10년 내 최저점을 경신하고 있다. 박정원 회장이 지난해 5월 ㈜두산 주식57만4285주를 담보로 자금을 빌릴 당시 주가는 10만원 수준이었다. 17일 기준 ㈜두산의 종가는 3만5900원으로 당시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계약 기간이 지정돼 있지 않은 2건의 담보대출을 제외하고 증권사로부터 받은 대출의 만기는 오는 5월 도래한다. 이미 주식 전량이 담보로 제공돼 있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두산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긴 사실상 어렵다.
㈜효성의 주가의 낙폭은 ㈜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하지만 주가하락이 지속된다는 점에서 오너일가가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상장사 한 관계자는 “회사의 오너가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는데, 최근 주가가 과도하게 빠지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회사 차원에서 주가 부양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담보로 제공된 주식 수가 경영권을 위협받을 만한 규모인 회사들의 경우엔 상당히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기업 오너일가를 대상으로 한 금융권의 자금 회수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았다. 기업과 오랜 관계를 맺어온 금융기관들 입장에 오너를 대상으로 반대매매와 같은 초강수를 둘 경우, 해당 기업과의 거래를 포기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평가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개인투자자 보유 주식에 대해 반대매매가 사상 최대치인 것과는 대조적이긴 하지만, 오너일가의 주식담보대출을 반려하거나 반대매매를 통지하는 등의 조치는 금융회사가 굉장히 급박하지 않은 상황이 아니면 현실적으로 시행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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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3월 1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