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거래 ‘뚝’…PEF 포트폴리오 거래가 대다수
코로나 여파 고스란히 느끼는 자문사들
인수금융 시장도 찬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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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수·합병(M&A) 시장도 전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한 코로나의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잔뜩 움추려든 대기업들이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대규모 투자는 자취를 감췄다. 투자은행(IB), 회계·법무법인 그리고 M&A 자금줄 역할을 하는 증권사, 은행 모두 새로운 M&A 거래 발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나마 1분기엔 풍부한 유동성을 무기로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포트폴리오 거래 몇몇 진행되면서 M&A 시장을 지탱한 모양새를 연출했다.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1분기 M&A 재무자문 리그테이블에는 SK그룹 거래를 도맡은 크레디트스위스(CS)가 1위에 올랐다. CS가 매각측 자문을 맡은 현대오일뱅크-코람코자산신탁 컨소시엄의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인수 거래가 3월 초 본계약(SPA)을 체결했다. 거래규모는 약 1조3000억원으로 1분기 유일한 조(兆)단위 거래로 기록됐다. CS는 SK E&S가 호주 에너지 기업 산토스(SANYOS Ltd.)사가 보유중인 다윈(Darwin) LNG프로젝트 지분 25%를 약 4600억원(약 3억9000만 달러)에 인수하는 거래에 자문단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해외 미래차 관련 기업들과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현대캐피탈을 통해 독일 식스트(Sixt)사의 금융 회사인 식스트리싱(Sixt Leasing)을 약 4800억원(약 3억7000만 유로)에 인수했다. 도이치가 현대캐피탈 자문을 맡았다.
1분기 대기업들의 투자는 눈에 띄게 줄어든 반면, 상대적으로 PEF 포트폴리오 거래는 그나마 유지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한앤컴퍼니는 지난 2월 바이오디젤과 바이오중유를 생산·판매하는 바이오에너지 사업을 인수했다. 인수가액은 약 3800억원이다. 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은 부가가치통신망(VAN) 사업자인 케이에스넷(KSNET)을 2800억원에, 이엔에프PE는 비주력 사업 정리에 집중하고 있는 IS동서의 요업 사업부문인 이누스를 인수했다. 큐캐피탈파트너스는 서울제약 경영권을 약 600억원에 인수했다.
경영권 거래 외에도 소수지분 투자도 이어졌다. 카카오M은 앵커에쿼티파트너스를 비롯한 투자자들로부터 약 2100억원의 투자를 받았고, IMM PE는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하나투어에 약 13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사모펀드들이 진행중인 거래가 지연되거나 무산된 경우가 상당히 많았지만, 일부 PEF들의 경우엔 그동안 쌓아놓은 투자 자금이 상당하기 때문에 일반 기업들보단 투자 여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M&A 시장의 침체는 자문사들의 실적에도 고스란히 연결됐다.
회계법인 리그테이블에선 GC녹십자헬스케어의 유비케어 인수자문을 맡은 삼정KPMG가 그나마 눈에 띄었다. 이렇다 할 대형 딜이 없다보니 회계법인들은 몇몇 실사작업에 참여하는 수준에 만족해야 했다.
법무법인들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광장과 태평양이 상대적으로 순조로운 출발을 보인 가운데, 김앤장이 그 뒤를 쫓았다. 광장은 김앤장과 함께 SK네트웍스의 직영주유소 매각, LG생활건강의 피지오겔 인수 등을 자문했다. 태평양은 KB국민은행의 캄보디아 프라삭 인수와 앵커PE의 의 카카오M 투자 등을 자문했다.
오히려 M&A 특화 부티크 로펌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LAB파트너스는 율촌과 함께 아이에스동서의 욕조사업 이누스 매각을 도왔다. 유비케어 인수전에는 KL파트너스가 참여했고, 기현은 두산그룹 면세점 정리에 참여했다.
인수금융 시장도 찬바람이 불었다. 전반적으로 국내 경영권 인수거래가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환율의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 금융사들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수금융 시장 역시 PEF 운용사들의 거래가 주를 이뤘는데, 1분기에 진행한 인수금융 거래 약 15건 모두 PEF의 포트폴리오 인수용 자금 대출 또는 리파이낸싱이었을 정도로 PEF에 대한 의존도가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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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3월 30일 14:4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