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부품사, 2년 체질개선 노력 다시 '시험대'
입력 2020.04.03 07:00|수정 2020.04.02 17:45
    연쇄 '셧다운'에 부품 계열사 가동률 '수직하락'
    체질개선 미완인데…브랜드 재구축도 '올스톱'
    "신사업 수년 더 걸려…보릿고개 길어질 전망"
    • 현대자동차그룹 부품 계열사들은 지난 2년간 '각자도생'을 내걸고 계열 통합 및 사업 구조조정을 실시해왔지만 글로벌 팬데믹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에 맞닥뜨렸다. 그룹 미래사업에 보폭을 맞추기 위한 투자부담이 여전한 상황에서 다시 보릿고개를 넘게 될 전망이다.

      현대차의 러시아, 터키 공장이 추가로 가동중단에 들어가며 해외 생산기지 '블랙아 웃'이 현실화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는 파워트레인·변속기·차량용 시트 등을 생산하는 현대위아와 현대트랜시스에 특히 가혹한 여건이 펼쳐지고 있다는 평가다. 완성차 대비 재무여력이 낮은 데다 가동률 저하로 인한 타격이 더 직접적이기 때문이다.

      금융투자 업계에선 연일 현대차 부품사에 대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중국 1공장 가동중단에 맞춰 구조조정을 실시한 부품사의 가동률도 50% 미만을 기록 중"이라며 "신흥시장에 동반 진출한 부품사는 통화가치 하락의 영향도 겹쳐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기업평가는 부품업체 신용도 점검 리포트를 통해 "수요가 회복되지 못하면 추가적인 구조조정 등 자동차 생태계 변화를 야기할 것"이라 예고했다.

    • 전방산업 부진으로 현대차 계열 부품사가 위기에 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사드 보복조치 이후 현대차그룹 부품사의 위기설이 처음 불거졌고, 당시 계열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과제가 부상했다. 현대위아는 ▲공작기계 사업 축소 ▲중국에 집중된 설비 글로벌 분산 ▲타 완성차 업체 수주 확대 등 노력을 통해 체력 다지기에 들어갔다. 같은 기간 현대다이모스의 현대파워텍 흡수합병으로 출범한 현대트랜시스 역시 중국 현지사업을 확대하는 등 계열매출 비중을 90% 아래로 낮춰왔다.

      이 같은 노력에도 자동차 생태계가 일시 정지 상태에 돌입하자 현대차 부품사의 브랜드 재구축 노력은 재차 벽에 가로막혔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그간 매출처를 다변화한 탓에 현대·기아차보다 설비가동률이 더 낮아지는 등 역효과가 날 가능성도 있다"라며 "현대위아의 경우 통상임금 소송 충당금의 일부 환입으로 호재가 있었음에도 다시 1분기 적자전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기치 못한 악재로 그룹 내 계열 부품사라는 한계가 재차 부각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신평사 한 관계자는 "사업 합리화 및 계열통합 등 노력으로 지난해 현대차그룹 부품사에 대한 우려는 완만하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적자사업을 축소하고 매출처를 다변화한 것 외에 수익성 확보는 결국 현대차의 신차 포트폴리오 성공에서 기인한 것이고 체질개선이 완료된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그룹 내 유일한 자동·수동 변속기 제조업체인 현대트랜시스의 계열 의존도는 여전히 80% 이상이다. 현대위아의 경우 지난해 2월 처음으로 타 OEM으로의 엔진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지만 역시 계열매출 비중이 80%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어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는 그룹 중심축이 내연기관에서 미래 모빌리티로 이동하면서 사업 영속성에 대한 의구심이 지속돼 왔다"며 "미래 먹거리로 제시한 로봇 사업 등은 현대차도 아직 진입하지 못한 시장이고 비교적 가시화한 통합 열관리 시스템 사업도 최초 공급 시점이 2023년으로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자동차 산업 시장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며 현대차 부품사의 미래투자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25일 세계 자동차 판매가 전년 대비 12% 감소해 판매량 감소가 1000만대에 달할 것이라 전망했다. 미국 오토모티브 리스 가이드(ALG)는 같은 날 보수적으로는 미국 차 판매량이 1120만대에 불과할 것으로 봤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현대·기아차의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이 미래비전을 계획대로 이행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계열 부품사도 관련 투자를 게을리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완성차 공장 가동중단이 지속되며 부품사가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할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며 "현대차그룹 부품사만의 일은 아니지만 보릿고개가 예상보다 길어질 전망"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