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들 중재소송에서 대주주 편들기…이해상충 우려도
회사가 입은 피해ㆍ자문사의 책임론 입증은 별개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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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이 미국 회계감독기구에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을 고발했다. 딜로이트안진이 교보생명 재무적투자자(FI)가 보유한 풋옵션의 가치를 과대평가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접한 딜로이트안진은 엉뚱한 곳에 책임을 전가한다는 반응이다. FI를 자문했다는 이유로 인해 회사 자체에 영업상 손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논리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다.
특히 주주들끼리의 대립과정을 두고 회사가 특정 대주주에게 유리한 소송을 제기하는 자체에 대해 '이해상충' 논란도 거론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교보생명은 딜로이트안진의 풋옵션 공정시장가치 산출에 문제 때문에 주주간 분쟁이 장기화하며, 경영 안정성과 평판이 저하되는 등 유무형의 영업상 손해가 발생해 회사 차원에서 딜로이트 안진을 미국 회계감독기구에 고발한다고 공시했다. 뿐만 아니라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의 관리 감독을 맡고 있는 딜로이트 글로벌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소송 준비를 마쳤고, 곧 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보생명이 딜로이트안진에 문제를 제기하는 지점은 이들이 임의적으로 어피너티컨소시엄이 보유한 풋옵션 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평가했다는 부분이다. 교보생명 재무적 투자자인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지난 2018년 10월23일과 24일에 걸쳐서 최대주주인 신창재 회장에게 보유 주식 총 492만주를 주당 4만9912원에 매수해달라는 풋옵션을 행사했다. 이 때 풋옵션의 주당 가치 산출을 자문한 곳이 딜로이트안진이다.
교보생명은 딜로이트안진이 풋옵션 행사시점(2018년 10월23일)이 아닌 2018년 6월 기준 1년 간의 동종업계 주가를 활용해 풋옵션의 가치를 산정했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의도적으로 동종업계 주가가 최고점인 시점을 기준으로 풋옵션을 산정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서 딜로이트안진은 공식적으론 상항을 파악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에선 교보생명의 대응이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자문사로서 적정 풋옵션 가격 산정에 필요한 자문을 했을 뿐이고, 실질적으로 그 자문을 받아들여서 풋옵션 가치를 주장한 곳은 어디까지나 어피니티컨소시엄이라는 것. 이를 두고 "벨류에이션을 과대평가한 것이 잘못" 이라며 자문사에 책임을 묻는 것이 적절한가에 의문을 제기한다. 무엇보다 밸류에이션 자문한 것을 이유로 고발 및 소송조치를 취한 경우는 전례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 딜로이트안진 관계자는 “자문사로서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지 풋옵션 가치의 적절성은 해당 당사자들이 중재재판에서 다투어야 한다”라며 “교보생명이 엉뚱한 곳에 책임을 묻고 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교보생명의 이번 조치가 여론전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딜로이트안진을 고발 함으로써 신 회장 측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조치란 해석 때문이다.
특히 중재소송의 당사자인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아닌 회사가 나서서 딜로이트안진을 고발 조치한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사도 이런 부분을 의식해서인지 딜로이트안진을 고발 조치하면서 회사 경영상의 피해를 입혔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이 경영상의 피해를 어떻게 산출할지, 또 그 피해가 딜로이트안진에 책임을 물을 사안인지 입증하는 것은 별개 문제다.
일각에선 그만큼 신창재 회장이 궁지에 몰린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작년 3월부터 시작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어피니티 컨소시엄 간의 중재재판은 올해 하반기면 결과가 나올 것이란 관측이 많다. 중재 재판 결과에 따라서 신창재 회장이 경영권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이번 중재재판이 절박하다는 점에서 이제는 회사까지 나서서 신 회장을 옹호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교보생명은 해당 건에 대해서 공시하면서 향후 지배구조 변동 가능성을 언급했다.
교보생명은 “중재재판소가 주당 4만9912원에 풋옵션을 매수하라고 판정하고, 최대주주가 충분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상황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지배구조의 변동 가능성이 있는 특정거래에 해당될 수도 있는 사안으로 판단되어 공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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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4월 01일 15:1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