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오래 걸리고 대출 조건 까다로워
카드 등 부수거래 지침 내려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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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종되는 가운데 시중은행도 이달부터 소상공인 긴급대출을 실시한다. 하지만 깐깐한 대출심사에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연체율 관리에 비상이 걸린 시중은행들은 소상공인 대출을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이다.
이달 1일부터 시중은행도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1.5% 금리의 대출상품을 선보였다. 시중은행에는 해당 상품에 대한 소상공인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대출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조건이 까다롭다. 시중은행 긴급자금대출을 받기 위해선 신용등급이 1~3등급, 매출액 5억원 이하만 가능하다. 대부분은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이 거절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시중은행 대출기간은 최대 3000만원까지 가능해 금액 규모에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1000만원보다 크지만 대출기간이 짧고, 대출 실행이 이뤄지는데 시간이 걸린다.
일부 시중은행들은 소상공인 대출을 본점차원에서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본점 심사부에서 대출 승인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대출이 실행되긴까지 상당시간이 소요되고, 대출 가능요건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다. 이러다 보니 일선 지점에선 본점 눈치만 살펴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지점 관계자는 “지점장 전결로 해서 소상공인 대출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으면 지금보다 원활하게 대출 실행이 가능할 것이다”라며 “하지만 본점 심사부에서 대출을 관리하다 보니 대출승인부터 실행까지 깐깐하게 이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서류만 받아 놓고 실제 심사는 미루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설명이다. 대출문의나 서류접수가 이어지고 있으나, 어떻게 처리할 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지점에선 서류만 쌓아놓고 있다. 여기에다 해당 상품 문의가 올 경우 부수거래 실적을 쌓으라는 지시도 일선 지점에 내려오고 있다. 대출 상담이 올 경우 카드 판매 등에 나서라는 것이다.
다른 시중은행 지점 관계자는 “소상공인 대출 상담 받으러 왔다가 다른 상품 가입 권유에 고객들이 화를 내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을 향한 소상공인의 불만이 커지지만 이들은 무분별한 대출에 나설 수 없다고 항변한다. 소상공인 대출을 받으러 온 고객 중에 실제 긴급자금이 필요한지도 의문인 경우가 종종 있다는 설명이다. 대출심사 담당자들 사이에선 일부는 소상공인 긴급대출 자금을 통해 주식투자에 나선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행여 적극적으로 대출에 나섰다가 그 책임은 고스란히 시중은행이 짊어져야 하는 점도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다. 5대 은행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 비율) 평균이 지난해 말 0.35%에서 1월말 0.43%, 2월 말 0.44%로 올라가고 있다. 3월과 4월에는 이 수치가 더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지침에 따라 무리하게 소상공인 대출에 나섰다가 은행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마다 대출 기준도 제각각이고, 심사하는 방식도 다르다”라며 “현장에서의 혼란이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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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4월 0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