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4월'…정기신용평가 앞두고 벼랑 끝 선 아시아나항공
입력 2020.04.13 07:00|수정 2020.04.14 07:34
    신평사 정기평가 시즌 돌입에 아시아나 주목
    한 단계만 떨어져도 투기등급으로 조기상환
    브릿지론 이어 스탠바이론 3000억 추가조달 결정
    •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정기평가 시즌에 돌입하면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아시아나항공이다. 그간의 워닝(warning) 사인을 토대로 등급 강등이 현실화할 경우 항공업계뿐 아니라 국내 채권시장에 미칠 여파가 상상 이상일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급격한 조정까지는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아시아나항공은 단기차입금을 잇따라 늘리며 위기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신평사들이 이달부터 상반기 정기 평가에 들어갔다. 코로나 여파로 등급 강등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이 거론되는 와중 특히 시장은 아시아나항공을 주시한다. 항공사 모두가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지만 크레딧시장은 차환 리스크가 부각된 대한항공(BBB)과 아시아나항공(BBB-)의 하향 트리거를 검토해왔다.

      항공업계 모두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음에도 항공사들은 "우리도 힘들지만 그래도 아시아나항공보다는 낫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존폐 기로의 LCC조차 '투자등급 수성'과 'HDC현산으로의 피인수' 등 과제가 산적한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을 우려할 정도다. 이들은 코로나 이후엔 상황이 반전될 거란 기대감을 안고 있지만 채권업계 관계자들은 아시아나항공이 이번에 등급이 한 단계라도 떨어지면 그 다음은 없다고 말한다.

      한 증권사 항공 담당 연구원은 "이번 정기 신용평가에선 아시아나항공만 조심하면 된다. 투기등급으로 떨어져 모든 채권이 조기상환에 놓일 경우 사실상 디폴트 상태가 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고, 투심이 악화해 항공사 줄도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단순히 한 단계 떨어진다는 식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력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소 강한 어조지만 항공업계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위기를 강조하고 있어 그 심각성을 짐작케 한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신평사들에 정책 효과에 발맞춰 급격한 조정보다는 다소 완만한 조치가 어떻겠느냐는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향 트리거에 충족하면 등급을 자동으로 낮춰야 하지만, 금융당국이 신중론을 펼 경우 신평사 입장에서도 거스르기 쉽지 않다. 금융시장에 미칠 여파까지 고려하면 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의 급격한 조정은 일단 피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런 와중 아시아나항공은 잇따라 단기차입금을 늘리면서 자본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7일 스탠바이론 형태로 3000억원(산업은행 2152억원, 수출입은행 848억원)의 단기차입금 증액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2월말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KB증권에 각각 1000억원씩 브릿지론으로 총 3000억원을 조달했지만 두 달 만에 추가 조달을 결정한 모습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스탠바이론이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고 보고 있다. 관계자는 "스탠바이대출은 일종의 마이너스통장대출이다. 이번 대출로 당장 한숨은 돌리겠지만, 긴급하게 자금이 필요할 경우 인출해 쓸 수 있는 예비재원을 쓰기로 했다는 건 그만큼 이 회사의 위기가 심각한 수준이란 걸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번 자금은 당장 만기를 앞둔 물량 차환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주된 자금 조달처인 자산유동화증권(ABS)은 올해 총 2809억원이 만기 도래하는데, 당장 6월 내로 차환해야 하는 물량은 953억원 규모다. 기업어음(CP)도 상반기 내로 4000억원 규모 만기를 앞두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유상증자만을 믿고 있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유상증자 일정이 연기되는 등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을 둘러싼 정황들이 '인수 포기'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 지원 수혜도 크지 않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한 증권사 크레딧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은 우량 회사채를 지원하는 채권시장안정펀드에 편입될 가능성이 희박하고 회사채가 주된 조달처가 아니어서 회사채 신속인수제 실익도 크지 않다. 남은 건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뿐인데 거론되는 규모로는 숨통을 잠시만 트여주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비상경영을 선포한 아시아나항공은 인력을 절반만 운영하고 임원 급여 반납 비율도 60%까지 올렸지만 현재로선 별다른 묘수는 없다.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는 등 항공기 주기료(정류료) 감축도 시도하지만, 이 모든 자구노력이 회사가 목도한 상황에 비하면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에 그친다는 평도 나온다. 당장은 정기 신용평가 이벤트가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바라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