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스 내놨지만 재무구조 개선 효과 미미
“1조원으로 부족” 채권단 추가 지원도 거론
두산중공업 분할 합병 최대 수혜는 오너家
핵심은 재무구조 개선? or 지배구조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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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에 달하는 정부 지원은 확정됐다. 두산그룹이 13일 제출한 자구안은 채권단의 승인을 거치지 않은터라 확정은 되지 않았다. 돈은 먼저 빌리고 갚을 방도는 불투명한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어졌다. 현재로선 그룹 핵심인 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은 매물로 내놓지 않으면서 곁가지를 쳐내는 식의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채권단은 최대한 큰 규모의 자구안을 이끌어 내 그룹에 돈이 흘러들어가게끔 하는 게 관건이다. 하지만 두산그룹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자회사 매각은 상당 부분이 오너일가에 수혜가 돌아갈 수 있는 구조다. 여전히 채권단과 두산그룹은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그룹이 내놓을 자구안이 과연 정부지원 자금을 갚을 만한 규모가 될 지 또는 그룹과 두산중공업의 실질적인 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냉정하다. 장기적으론 이번 구조조정 기회가 오너일가의 경영권 승계와 계열 분리 등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두산그룹이 마련하고 있는 자구안은 사업부 및 자산, 자회사 매각이 핵심이다.
잠재 매물로는 지난해 ㈜두산에서 분사한 두산솔루스와 두산메카텍, 두산건설, 큐벡스(골프장) 등이 거론된다. 두산솔루스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카이레이크와 협상을 진행하기도 했다.
㈜두산이 꾸준히 산업차량(지게차)사업부 매각을 검토해 온 만큼 이 부문 매각 추진도 유력시 된다. 상시 매물로 평가 받는 동대문 두산타워도 적극적으로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상당부분 담보로 제공돼 있어 매각 후 유의미한 재무구조개선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잠재 매물들이 과연 새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 더 나아가 두산그룹이 적극적으로 주인을 찾으려는 노력을 보일지는 확언할 수 없다. 일단 회사는 13일 자구안 제출과 함께 “두산중공업은 경영정상화와 신속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매각 또는 유동화 가능한 모든 자산에 대해 검토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측은 매각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두산건설은 이미 매각주관사(BDA파트너스)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3월 투자안내서(티저레터)를 발송하며 매각을 추진중이다. 메이저 아파트 브랜드를 보유한 대형 건설사들은 위브(We’ve) 브랜드를 인수할 유인이 적다. 수도권 진출을 노리는 지역 기반 건설사들이 관심을 보일법 하지만, 주택 경기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각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두산그룹은 산업은행의 자금지원 발표 직전까지 국내 투자자들과 두산메카텍의 경영권 매각 협상을 진행해 왔다. 두산메카텍의 지난해 매출액은 3118억원, 영업이익은 184억원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보여줬다. 정부의 지원이 확정되기 전까진 재무적으로 상당히 급박한 상황이 전개됐기 때문에 매각 협상은 속도를 낼 수 있었다.
그런데 정부의 자금 지원 발표 직후 투자자들과의 협상은 곧바로 무산됐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정말 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자회사 매각, 매출 유동화 등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을 모두 고려했었다”며 “정부의 지원 발표 이후, 두산건설·메카텍 등 경영권 매각 협상은 자취를 감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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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차례 협상이 결렬된 두산솔루스가 재차 매각을 시도해 그룹 재무구조 개선 효과로까지 연결되기 위해선 오너일가의 사재 출연이 반드시 필요하다. ㈜두산의 지분율은 16.8%, 오너일가의 지분율은 37%이다.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며 최근의 시가총액(8600억원, 4월13일 기준)이 급격히 증가해 두산솔루스의 특수관계인 지분가치는 약 4500억원이다. 시가를 기준으로 매각가 산정을 가정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약 20~30%)을 포함한 지분가치는 6000억~7000억원 정도고 회사로 유입되는 자금은 2000억원 남짓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매각 대금의 대부분은 오너 일가가 현금으로 손에 쥐게 된다. 이 과정에서 ㈜두산을 지분을 담보로 대출 받은 자금을 대부분 상환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그 이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오너일가의 ㈜두산 지분을 담보로 쥐게 되는 구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채권단의 손바뀜만 있을 뿐 유의미한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거두긴 어렵다는 평가다.
1조원의 자금지원으로 당장의 숨통은 텄지만 이 정도는 역부족이다. 두산중공업에 올 2분기 돌아오는 차임금은 총 1조8879억원(회사채 1조1718억원, 기업어음 375억원, 전자단기사채 4586억원, PF지급보증 관련 금융부채 2200억원)이다. 연말까지 확장하면 2조464억원의 차입금 만기가 돌아온다. 추가적인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현재 실사를 지금 진행중인데, 두산그룹에 많게는 8000억원가량이 더 투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산업통상자원부에 못이겨 지원책을 내놓은 산업은행이 추가 지원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두산그룹의 유동성 부담이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신용평가는 “국책은행이 1조원 규모 한도여신제공으로 당면한 유동성 위험은 완화했다”면서도 “두산중공업이 여전히 단기화된 차입구조와 저하된 자금조달능력, 최근 경색된 자본시장을 감안하면 유동성 부담은 지속할 전망이다”고 밝혔다.
‘연명’보다 ‘회생’에 무게가 실리기 위해선 보다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내용이 자구안에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업계에선 두산중공업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해 두산중공업(투자회사)과 ㈜두산을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기도 했다. 인프라코어와 밥캣이 두산중공업에서 벗어나게 되면 신용도가 보강되고, 이를 활용해 자금조달이 보다 용이해지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그룹 캐시카우인 인프라코어와 밥캣을 지배하게 되는 ㈜두산의 수혜가 가장 크다. ㈜두산의 47%를 확보한 오너일가가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구조이기도 하다. 다만 지주사 체제 전환에 따른 리스크는 별개 문제다.
사업회사 즉, 투자자산을 모두 배제한 두산중공업에 대해서 뚜렷한 사업 타계책이 갖춰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원전 사업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담수·수처리 설비, 주단조품, 플랜트설비 설치 공사 등 나머지 사업만으로 꾸려가긴 역부족이란 평가도 나온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탈원전·탈석탄 정책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부터 주요 대권 주자들이 주장해온 내용인데, 10년이란 기간동안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 현재의 위기를 키운 핵심적인 요인으로 보인다”며 “국내 에너지 산업에서의 역할을 고려할 때 경영권 매각은 쉽지 않다면 다른 성장동력을 찾아 살아날 방도를 마련하는 게 절실하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의 친족 경영에 대한 한계는 이미 거론되고 있다. ‘위기설’이 거론된 지난 10년 동안 그룹의 수장은 수차례 바뀌었고, 경영 실패 책임을 그 누구에게도 묻기 애매한 상황이다. 그룹의 가장 큰 뇌관으로 평가받는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의 분쟁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이번 자구안을 계기로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도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두산,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 신사업 분야 등 각각 다른 사업 분야를 하나둘 떼어내는 계열분리 작업도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만들고 있는 자구안이 그룹의 위기를 진화하기 위한 목적 외에도 앞으로 수년에 걸쳐 진행될 지배구조 개편 목적도 있다”며 “보여주기식 자구안만으로는 그룹 체질을 완전히 바꾸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오너일가가 동참해 뼈를 깎는다는 생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위기는 반복된다”고 경고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4월 13일 07:00 게재 4월16일 19: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