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쫓기는 효성캐피탈 매각, 인수자들은 '관망'
코로나사태 실물경제 영향에 따라 올해 딜 힘들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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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주 주가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출사표를 던져둔 카드ㆍ캐피탈사 거래(deal)들도 일정을 가늠하기가 힘들어졌다.
당장 상반기에는 밸류에이션 하락이 큰 걸림돌이다. 주식시장 상황을 보고 하반기에나 본격적인 움직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반기 이후 실물경제 위기가 본격화한다면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올 한해 딜 진행이 힘들 수 있다는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IPO 주관사를 뽑은 현대카드는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NH투자증권과 씨티증권을 주관사로 뽑았지만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는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판국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딜과 관련해서 전혀 진행사항이 없다”라며 “주식시장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만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대카드는 2017년 외국계 사모펀드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에 지분 24%(3851만1669주)를 3747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주당가격은 9779원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 0.6배 수준에 거래됐다. 현대카드는 FI들에 지분을 매각하며 IPO를 약속했다. 이번 IPO 진행도 FI들의 지분 회수의 성격이다.
문제는 코로나 사태 이후 금융주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현대카드 상장가치의 비교 대상인 삼성카드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작년말 4만2000원 하던 주가는 최근 2만3000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다소 회복되긴 했지만 여전히 3만원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 PBR 기준 0.45배 수준의 주가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카드 FI들이 원하는 주가 수준을 맞추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알려진 바로는 현대카드 FI들은 PBR 0.7배~0.8배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상장하기를 원하고 있다. 삼성카드 주가 수준을 감안하면 현대카드 투자자들이 원하는 상장가치와 괴리가 크다.
하반기에는 IPO에 속도를 내야 하지만 카드사를 둘러싼 환경이 녹록치 않다. 현대카드는 경쟁사보다 자산건전성이 뛰아나다는 평가다. 실질연체율이 0.9% 수준으로 카드사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실질연체채권 대비 308.5%의 충당금을 설정하고 있어 리스크 관리도 우수한 편이다.
다만 코로나 사태 이후 카드사 전체적으로 연체율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실물 경제에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카드사를 바라보는 투자자의 심리도 얼어 붙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하반기 상장도 빠듯할 수 있다. 매각 가능성이 거론됐던 카드사들도 올해는 몸을 움츠릴 가능성이 크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실물경제의 어려움이 아직까지 지표로 드러나진 않았다”라며 “5월 이후에는 카드사 연체율 등에도 관련 사항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캐피탈사 매각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효성캐피탈은 크레디트스위스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본격적으로 매각작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자금조달 경색과 더불어 연체율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효성캐피탈 은 다른 캐피탈사보다 열위한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다. 캐피탈사 신용강등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직접적인 영향이 우려된다.
인수를 검토하던 후보들도 일단은 지켜보자는 자세다. 효성캐피탈 측에서 원하는 수준의 가격에 대한 이견이 많다. 회사는 PBR 1배 이상의 기업가치를 원하지만 현재 금융주 주가 하락을 감안하면 0.7배도 힘든 상황이다. 공정거래법상 올해 안에는 거래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매도자는 시간에도 쫓기고 있다. 인수자 측에선 굳이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시장상황을 관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주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지마 회복하는데에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라며 “하반기에도 현재와 같은 부진한 주가가 이어진다면 실물경기 악화에 취약한 여전사들에 영향이 더 클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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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4월 1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