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는 회사차원의 지원
국내 금융지주 회장 연봉 십억원 안팎
국민 정서·정부 눈치에 올리기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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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사 CEO들이 코로나 사태를 맞아 연봉 삭감 및 보너스 반환을 선언하고 나섰다. 어려운 시기에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고자하는 취지와 더불어 고액 연봉자를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탓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금융사 수장들의 연봉삭감이나 보너스 반환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해외와 달리 개인보다는 회사차원에서 성금을 보내는게 일반적인데다, 해외 CEO와 비교해 연봉 수준도 낮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로이즈, 영국왕립은행(RBS)의 최고경영자들이 올해 보너스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또한 연봉의 상당 부분을 코로나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이들이 포기한 급여는 수십억원대에 이른다.
정부에서 나서서 이들의 보너스 삭감을 요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금융기관들이 긴급 대출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등 시장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부정적으로 변하자, 주요 금융기관의 CEO들이 개인적으로 연봉 삭감 및 보너스 반환을 대응 카드로 들고 나온 것이다.
국내 대형 금융그룹들의 코로나 관련 대응은 긴급 자금 및 대승적 지원에 한정되고 있다. 회사차원의 구호물품 및 성금 보내기가 중심이다. 신한금융은 임직원 모금행사를 통해 14억원을 모아 의료품과 구호물품을 기증했다. KB금융지주는 전국 301개 노인종합복지관에 마스크 12만여개, 전국 1900여개 지역아동센터에 마스크 5만7000개 및 체온계 1900개를 각각 기부했다. 우리금융은 11억원 상당의 생필품 및 성금을 지원했다. 하나금융은 성금 10억원을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기탁했다.
그나마 대구, 경북 지역에 기반을 둔 DBG금융지주 및 DGB대구은행은 김태오 회장 겸 은행장이 3개월간 월 급여의 40%를 반납하고, 해당 금융계열사 CEO 및 임원들도 임금을 반납해 지역민 지원에 나선 게 거의 유일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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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국내에선 CEO들의 연봉 삭감 및 보너스 반환이 드문 것은 성금 문화 및 연봉 차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선 회사차원의 성금을 모으는 게 일반적이고, 규모도 재계 순위에 따라 결정된다. 금융지주들이 10억원 안팎의 성금을 기부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고려한 탓이라는 분석이다.
금융지주 CEO 연봉에 대한 반감이 크지 않은 점도 해외와 다른 부분이다. 이번에 코로나 성금을 개인 연봉이나 보너스로 내는 글로벌 금융사 CEO들의 연봉은 평균 수백억원에 이른다. 과도한 금융사 CEO 연봉에 대한 지적이 끊이질 않는 점도 이들이 받는 연봉이 수백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국내 금융사 CEO들의 연봉은 이들에 한참 못 미친다. 지난해 받은 연봉을 기준으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4대금융지주 회장 중에서 가장 높은 연봉인 24억9700만원을 받았다. 다음으로 KB금융지주의 윤종규 회장이 15억9500만원,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12억6000만원,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7억6000만원 순이다. 김정태 회장을 제외하곤 대부분 10억원 안팎의 연봉을 받았다.
그나마도 성과평가제도가 안착이 되면서 연봉이 오른 측면이 있다. 4대 금융지주 중에서 가장 고액 연봉을 받은 김정태 회장은 급여로 8억원, 상여로 16억9500만원을 받았다. 주주수익률, ROE, 당기순이익 연도별 목표치뿐만 아니라 포용적 금융 등 비계량적인 지표를 감안해서 추산한 결과다.
은행장들의 연봉은 이들의 절반 수준이다. 허인 국민은행장이 10억원,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6억3000만원, 지성규 하나은행장이 5억5000만원을 받았다. 그나마 삼성계열의 보험사인 삼성생명의 현성철 사장이 13억8000만원, 삼성화재의 최영무 사장이 15억원의 연봉을 받아 금융권에서 상대적으로 고액연봉을 받았다.
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한 은행장 연봉은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꾸준히 높아지고는 있으나, 금융을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히 ‘이자장사’하는 곳이란 인식이 강해 CEO 연봉 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금융사 부실에 대한 책임을 CEO에게 직접 지우다 보니 송사에 휘말리기도 일쑤다. 금융지주 회장이라도 송사에 얽히면 아파트 담보대출이라도 받아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다 보니 필사적으로 회사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해졌다. 정부에서도 과도한 금융사 CEO 연봉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까지 CEO가 직접 나서서 개인적으로 성금을 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지 않고, 보수도 해외에 비해 낮은 편이다”라며 “오히려 금융사 CEO라도 막상 은퇴해서 손에 쥐는 돈이 많지 않아 오랜 기간 회사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인식이 더욱 팽배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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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4월 14일 11:1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