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급등에 배터리株도 꿈틀…복병 '4월 지표' 앞두고 과열 우려
입력 2020.04.21 07:00|수정 2020.04.20 18:08
    코로나 이후 두 배 오른 테슬라…국내증시로 전이
    4월 이후 불분명한 상황에 주가부터 오르고 있어
    EU 탄소배출 규제·BEP 도달 지연 등 변수 많은데
    2차전지·전기차 전반 급격한 조정 가능성 우려
    •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주가가 급등하며 국내 2차전지 업체 전반의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지난 2월 코로나 장세 진입 전 테슬라가 주당 932달러선까지 폭등하며 밸류체인 전반에 미친 영향이 재현되고 있다는 평가다. 실물경제 충격을 이제 막 확인하는 단계에서 배터리주 전반이 과열 조짐을 보이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선 2차전지 업체 주가가 상승폭을 확장하는 중이다. 14일 이후 오르기 시작해 일주일 새 업체 전반에 급등 종목이 대거 나타나기 시작했다. 20일 일부 조정을 거쳤지만 대장주인 LG화학은 이 기간 11.41% 상승했고, 삼성SDI는 17.18% 올랐다. 이 때문에 엠에스오토텍, 파워로직스 등 전기차 관련주도 함께 강세를 보이며 업계 전반에 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강세장의 배경에는 테슬라 주가가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2일 1분기 잠정실적 발표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폭이 가팔라지고 있다. 당초 시장에서 전망한 7만8000대 대비 13%가량 높은 8만8400대 판매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테슬라가 타 기업 대비 기관투자가 비중이 높은 특성상 본 실적발표회를 앞두고 포지션 선점을 위해 거래량이 늘며 주가가 오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2차전지 관련 섹터의 급격한 상승폭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국내 전기차·배터리 업체는 지난 수 년 동안 테슬라 주가와 연동해 등락을 거듭해왔기 때문이다.

      우선 현재 테슬라 급등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1분기 잠정실적은 현재로선 큰 의미가 없고 올해 전망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라며 "4월 지표가 나오기 전에는 앞으로 주가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데 일단 테슬라 주가가 오르니 국내 증시에도 영향이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크레디트스위스와 골드만삭스가 최근 테슬라에 대한 투자의견을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다만 테슬라의 장기전망이 긍정적인 데는 이견이 없지만, 올해 산업 전반 성장전망만 놓고 봤을 때는 시장에 충격을 줄 만한 변수가 아직 많이 남았다는 지적이다.

      올해 전기차 성장의 핵심 근거인 유럽연합의 탄소배출 규제 지속여부는 불확실하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글로벌 완성차 업체 전반의 체력이 약화한 상황에서 유럽연합은 아직까지 규제 향방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 기존 자동차 업계는 물론 2차전지 업계에서도 유럽 규제가 지연될 경우 성장 전망을 추가 하향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규제의 지속여부를 떠나서 올해 글로벌 자동차 산업환경이 급속도로 악화한 것도 변수다. 보수적으로 가정할 경우 올해 글로벌 완성차 판매량이 1000만대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고된 가운데, 전기차용 배터리 탑재량도 기존 전망 대비 30~40% 이상 조정이 필요하다. LG화학이나 삼성SDI 같은 선두 업체의 이익전환도 반년에서 1년 이상 미뤄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때문에 국내 2차전지 업종 전반의 주가가 재차 급격한 조정을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증권사 2차전지 담당 한 연구원은 "업계 선두인 LG화학이 컨틴전시 플랜을 짜고 있는 상황이고 1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조정된 가이던스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실제 기업 내부적인 분위기에 비해 현재 주가는 특별한 이정표 없이 위태로운 가정 위에 서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월 테슬라 주가가 고점을 찍었을 때에도 시장에선 국내 배터리 업체의 주가 조정의 빌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당시 코로나의 글로벌 확산으로 시장 전반이 폭락했지만, 이번에는 4월 지표 이후 2분기 충격에 대한 공포감이 조정 트리거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투자자들이 완성차와 배터리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온도차가 드러난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 연구원은 "전기차 시장조사기관이 바라보는 평균적 수준의 전망치가 완성차 시장에선 '불(Bull)' 케이스에 가깝다"라며 "EV 업계가 기존 완성차 대비 낙관적으로 시장을 내다보는 경향성도 보인다"고 전했다. 각 산업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에도 시장에 대한 판단이나 투자자 측에 전달되는 위기 강도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4월 19일 09:00 게재, 4월 20일 18: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