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훈 행장은 안되고 김광수 회장은 된다? 농협금융 고무줄 ‘2+1’ 연임룰
입력 2020.04.21 07:00|수정 2020.04.20 17:41
    이대훈 행장, '2+1' 임기 확정 됐지만 중도 사퇴
    김광수 회장은 '2+1' 임기 보장 받아
    외부인사인 김 회장에겐 정무적 판단 작용한듯
    •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이 또다시 연임에 성공했다. 농협 조직의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이뤄지는 가운데 연임에 성공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통상 2년의 임기 후 자리를 떠나는 게 농협금융의 관행이지만 김 회장은 3년 임기를 받았다. 호남출신 중앙회장과 현 정권과의 인맥 등이 작용했을 거란 평가다.

      지난 10일 농협금융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김광수 회장의 연임을 최종 확정했다. 농협금융은 김 회장 취임 첫해 1조원대 순이익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에도 역대 최고 실적을 내는 등 호실적을 이어갔다.

      김 회장의 연임 발표이후 농협금융은 술렁이는 분위긱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취임 직후 농협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에 나서면서 김 회장 연임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들이 많았다. 허식 농협중앙회 부회장, 소성모 상호금융대표, 박규희 조합감사위원장, 김원석 농업경제대표, 이상욱 농민신문사 사장, 김위상 농협대 총장 등 기존 조직 내 핵심 대표이사급들이 모두 물갈이 됐다.

      특히 농협은행의 최대실적을 이끈 이대훈 행장은 지난 연말 연임을 확정 받았지만, 이번 물갈이 인사에 대상이 됐다. 지난 연말 이대훈 행장 연임 가능성을 놓고 말들이 많았다. 실적이 좋았지만 2년 임기를 마치면 후배들을 위해 물러나는 게 농협 조직의 문화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적이 뒷받침 된다는 이유로 ‘2+1’ 연임룰이 적용되어 농협은행장 최초로 3년 임기를 받았다.

      하지만 이도 잠시 이성희 신임 농협중앙회장이 취임하면서 임기 시작 2달이 지난 후에 사임했다. 이 회장이 2년 임기를 채운 임원에 대해 일괄 사표 수리를 했기 때문이다.

      한 농협 관계자는 “이 회장이 2년 임기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소신이 뚜렷하다”라며 “대부분이 임원들이 갑작스럽게 사표 수리가 됐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김광수 회장만은 ‘2+1’ 임기를 부여받았다. 실적도 물론 영향이 있었겠지만 정무적인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김광수 회장은 광주일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27회로 공직 생활을 시작해 30여년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금융정보분석원장 등 금융관료로 요직을 두루 거쳤다. 호남 출신의 금융 관료로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때 청와대에서 근무한 바 있다.

      전임 김병원 농협 중앙회장이 발탁한 인사로 통상 농협금융지주 회장 자리는 ‘관(官)’에서 뽑아오는 자리다. 이번 의사 결정에도 이런 역학구도가 작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호남출신 금융인으로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등 정권과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평가다. 총선을 앞두고 이뤄진 인사이다 보니 섣불리 다른 인사를 선택하기 힘들었을 것이란 후문이다.

      한 농협 관계자는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외부인사로 채워왔다는 점에서 임기가 유동적이다”라며 “물갈이 인사 가운데서 김광수 회장 연임이 된 점도 정무적인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