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에 대체투자 못 나서는 연기금들 발만 동동
입력 2020.04.22 07:00|수정 2020.04.23 09:34
    대체투자 사실상 올스톱
    투자 불확실성 커지고 인적교류 막혀
    하반기 대체투자 몰릴 경우 가격상승 우려 커져
    • 연기금, 공제회를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이 코로나 사태로 대체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체투자 목표치는 높게 잡아놨지만 급작스런 사태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3~4년후 수익률이 올해 해놓은 대체투자에 따라 갈린다는 점에서 비단 올해만의 문제로 끝날 이슈가 아니라는 평가다.

      지난 17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이하 기금위)는 2020년 제4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국민연금의 코로나 19 위기대응 현황’ 및 ‘2021~2025년 중기자산배분 수립 추진현황’이 주요 안건으로 올랐다. 이 자리에서 향후 경제상황에 대한 여러 시나리오를 반영한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2분기 국내주식에선 추가 주식시장 조정시 가용자금 범위에서 추가 자금집행에 나서고, 해외자산은 당초 계획된 자금집행 규모를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해외자산에 대해선 우량한 대체투자 기회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달러 자금 조달로 인해 외환시장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달 리스크 점검에 적극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비단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행정공제회 등 해외 대체투자를 늘리던 주요 기관투자자들은 코로나 사태이후 사실상 대체투자 집행을 못하고 있다. 실물경제 위기 등으로 투자 불확실성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진 상황인데다, 거래에 필요한 인적교류도 사실상 멈췄기 때문이다. 대체투자 집행에만 2~3달이 걸린다는 점에서 언제 투자가 재개될지 현재로선 가늠하기도 힘들다.

      특히 연기금등은 올해 대체투자 목표를 확대한다는 계획이었다는 점에서 타격이 크다.

    • 국민연금은 올해 대체투자 규모를 97조원으로 잡아놨다. 대체투자 부문의 비중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9년까지만 하더라도 4.5%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1.5%로 늘었으며, 올해에는 13%까지 늘리는 계획이었다.

      사학연금도 올해 대체투자 비중을 3조9500억원까지 늘린다는 계획이었다. 대체투자 구성비도 작년 19.4%에서 올해 20.6%까지 늘린다는 방침이었다. 행정공제회도 대체투자 규모가 1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다. 해외 중심의 안정적인 인프라나 물류 중심의 투자에 나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대체투자가 ‘올스톱’ 상태에 처하면서 투자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는 연기금의 수익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것으로 보인다. 대체투자의 특성상 3~5년 후에 그 성과가 나타난다. 올해 투자를 못하게 되면 3~5년후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2015년 이후 연기금들의 대체투자는 규모뿐만 아니라 수익률에서도 좋은 성과를 보여왔다. 2017년에서 2019년까지 국민연금의 3년 대체투자 평균 수익률은 8.76%에 달했으며, 지난해에는 9.62%의 수익률을 달성하며 10%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보였다. 사학연금의 대체투자 수익률도 꾸준히 증가해 2018년 8.3%, 2019년엔 10.44%의 수익률을 보여줬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 사태가 향후 수익률에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국민연금을 제외한 다른 연기금들의 어려움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5~10년 중장기 목표를 갖고 자금운용을 한다는 점에서 투자집행이나 수익률 관리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하지만 매년 일정한 수익률을 보여야 하는 사학연금, 행정공제회 등은 투자집행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 따른 부담이 그 어느때보다 크다.

      하반기 시장 상황 개선을 기대하고 있지만, 상반기에 못한 투자집행까지 나서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반기에 대체투자 수요가 몰릴 경우 주요 자산에 대한 가격 상승 우려도 존재한다. 연기금 입장에선 상반기 못한 투자집행을 마냥 미룰 순 없고, 그렇다고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집행하자니 부실투자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번 사태가 단순히 올해만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고민이 깊다.

      한 연기금 CIO는 “코로나 사태 이후 가장 큰 고민이 대체투자에 나서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라며 “올해 투자에 나서지 못할 경우 그 영향이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간단치 않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