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추종 상품이 아니었다?…삼성운용이 불지른 'ETF 운용' 논란
입력 2020.05.04 07:00|수정 2020.05.06 10:15
    '지수 추종' 믿고 패시브펀드 투자했는데
    유가 폭락에 운용사, 고지 없이 월물 교체
    ETF, 지수 100% 추종 아냐…규약에도 표시
    타 ETF도 변경 가능?…"괴리율 관리 잘 돼"
    • 원유, 금 등 커머디티(상품) 선물을 일반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어렵다. 시카고상품거래소 등 해외 시장에서 거래되는데다, 계약 단위도 수백만원 이상으로 투자 장벽이 높은 편이다. 이를 잘게 쪼개서, 소액으로도 간접투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상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다.

      지금까지는 큰 관심도 못 받았고, 거래량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기록적인 유가 폭락을 계기로 시장의 시선이 크게 쏠렸다. 이런 와중에 삼성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코덱스(KODEX)계열 ETF에서 운용 관련 논란이 일어났다. 단순한 분쟁이 아니라, 점점 커가는 커머디티 ETF 시장에서 운용사의 권한은 어디까지인지, 투자자는 누구를 믿고 투자를 해야 하는지 화두를 던져준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커머디티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는 특정 기초지수의 변동률과 유사한 수익률로 운용된다. 커머디티의 경우 실제로 상품을 생산해서 인도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현물보다는 선물이 주로 거래된다. 보통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근월물(가장 가까운 인도시점) 선물이 상품의 대표 가격이 됐다.

      문제는 5월물에 이어 6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폭락하며 일어났다. 삼성자산운용이 투자자에게 사전고지 없이 운용방식을 변경한 것이다. 삼성자산운용은 80% 가량 편입하던 6월물을 35%로 비중을 줄였고, 7월물과 8월물을 각각 20%씩 편입했다. 28일 해당 기초지수의 구성 종목을 6월물에서 7월물로 조기 롤오버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보다 더 앞서 결정한 사안이다.

      미국 최대 원유 ETF인 USO ETF도 운용방식을 조정했다. 통상 근월물을 가지고 있다가 만기일 2주 전에 차월물(6월물)로 바꾸는 방식이었지만 100% 근월물에 투자하던 원칙에서 보유계약의 20%를 차근월물(7월물 이상)에 투자하는 것이 골자다.

      삼성자산운용의 조치는 투자규약에 따르면 문제가 전혀 없다. KODEX WTI원유 선물 ETF의 투자규약서에 따르면 "필요에 따라 장내·외 파생상품을 조합하거나 운용대상 자산을 적절히 변경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투자자가 이해하던 바와 괴리가 있는 결정이었던 만큼 신중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자들은 패시브펀드를 '기초자산의 선물가격 지수를 추종하기 때문에' 투자 대상으로 선택해왔다. 앞서 삼성자산운용도 KODEX WTI원유 선물 ETF 상품을 홍보하면서 "선물의 가격 변동성 잘 반영하는 투자 원하면 해당 상품 투자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액티브 펀드는 운용역의 판단에 따라 자유롭게 운용을 할 수 있는데 ETF는 출생 자체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되고 예측 가능한 패시브 펀드여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라며 "증권사 등 판매사 보호나 6월물 가격 하락 방지 위해서 조치를 취한 건 알겠으나 풀어가는 절차가 아쉬운 건 사실이다"고 밝혔다.

      문제는 다른 선물지수를 추종하는 커머디티 ETF에도 비슷한 사례가 일어날 수 있느냐다. 이론적으로는 금, 은, 구리 등 원자재 관련 ETF 역시 선물 가격 변동성 확대에 따라 패시브 운용 방식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다음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코로나 포비아'에 따라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금 관련 ETF다.

      금 역시 선물로 거래되며, 2개월 단위로 선물이 존재한다. 예컨데 27일 기준 2020년 6월물은 온스당 1723.8달러, 12월물은 1731.4달러의 시세를 기록하고 있다. 28일 장중 6월물은 1706달러, 12월물은 1714.5달러까지 하락했다. 선물간 가격 변동성에 분명히 격차가 존재하며, 유가처럼 특정 월물이 급등하거나 급락할 가능성이 열려있는 셈이다.

      향후 금값 전망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 금융그룹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내년 10월쯤 금 선물 가격이 1온스당 3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지만 코로나가 진정되면 다시금 금의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는 지적 또한 나온다.

      다만 금은 원유보단 급락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금 같은 경우는 각 나라마다 어떤 국가재정의 한 축으로 외환보유고 차원에서 보유하는 것도 있기 때문에 원유에 비해서는 급락 이런 부분들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진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금 외 다른 기초자산의 경우에도 가격 급락 위험이 원유에 비해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타 원자재 기초자산 ETF는 괴리율이 1% 내외로 잘 통제되고 있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금 같은 경우는 각 나라마다 어떤 국가재정의 한 축으로 외환보유고 차원에서 보유하는 것도 있기 때문에 원유에 비해서는 급락 이런 부분들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진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