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안 핵심이 자산 매각→현금화?…확정 매물 없어
시간 지나 가치 오를 자산 수두룩
두산 ‘적극적 매각’ 의지에도 물음표
잠재매물은 많은데…투자자들과 괴리감 ‘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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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불은 껐다. 1조원의 한도대출(크레디트라인)을 받았고, 6000억원(5억 달러)의 외화채권도 대출로 전환했다. 당장 내달 4일에 돌아오는 신주인수권부사채권(BW)의 상환도 정책자금으로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자구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추가적인 자금 지원 가능성도 얼마든지 열려있다.
‘1조6000억원+@’의 자금지원은 이미 결정이 됐지만 갚는 방법, 즉 자구안의 핵심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제껏 두산그룹이 자회사 및 자산매각을 통해 현금을 마련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으나, 현재까지 매각이 확정된 것은 없다.
아직은 고(高)자세인 두산그룹과 투자자들과의 괴리감은 상당하다. 두산그룹이 과연 급하게(?) ‘현금을 마련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아니면 그룹의 ‘담보 가치를 확인 시켜주기 위한 작업’을 진행중인지에 대한 시장의 궁금증은 여전하다.
팔 수 있었지만 ‘안 판’ 두산솔루스, 지원 받고 협상 접어버린 두산메카텍
두산솔루스의 경영권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됐더라면 내달 4일에 상환을 앞둔 BW는 자체자금으로 충분히 상환이 가능했다. 두산그룹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와 지분 가격 협의를 진행 중이었다. 거론된 가격은 지분 51%기준으로 약 6000억원, 협상 과정에서 스카이레이크 측은 이보다 높은 가격까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두산솔루스의 시가총액은 약 1조원 수준인데, 협상 당시 만해도 시총 8000억원에 지분가치는 4000억원 수준이었다. 거론된 매각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30%이상 붙은 금액이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양측은 협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여전히 매각 작업은 진행 중이다. 배터리 생산과 연관된 삼성·LG·SK·포스코그룹 등 주요 전략적투자자(SI)들과, 스카이레이크PE·신영증권PE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이 눈여겨 보고 있다. 다만 공개경쟁입찰이 아닌데다, 언제까지 팔아 얼마를 확보하겠다는 명확한 방향성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만간 성사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하긴 어렵다. 헝가리에 위치한 신규 공장이 가동되면 매출이 꾸준히 우상향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매각 시일을 최대한 늦출수록 두산그룹 입장에선 유리하다는 평가도 있다.
일단 현재 상태에서 두산그룹 측이 원하는 금액은 이제 지분 51%에 최소 8500억원 수준으로 전해진다. 자구안을 따른다면 오너일가가 최대한 높은 값을 받아 ‘오너→(사재출연)→㈜두산 또는 두산중공업’의 자금흐름을 만들어 내야 한다. 여기에 별도로 두산솔루스의 새 주인은 설비투자에 필요한 자금 수천억원을 별도로 투입해야 한다.
문제는 투자자들과의 눈높이가 너무 다르다는 점이다.
국내 PEF업계 한 관계자는 “두산솔루스의 사업성을 좋게 평가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스카이레이크가 제안한 가격도 높았기 때문에 두산그룹이 이보다 더 높은 가격을 받기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며 “인수 후 증자해야 하는 규모만 최소 1500억원으로 현금확보가 최우선 과제인 대기업들도 1조원대 자금 지출을 결정하긴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1조원 규모의 채권단의 긴급 자금지원이 아니었다면 두산메카텍의 경영권 매각 또한 성사됐을 가능성이 높다. 두산그룹은 지난달까지 국내 투자자들과 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자금지원이 결정난 이후 매각 협상은 잠정 중단된 상태로 알려졌다.
매각 의지는 별개, 자회사(자산) 매각으로 3조원 자구안 가능할까
두산솔루스와 두산메카텍을 제외하고 ▲두산건설 ▲㈜두산 산업차량(이하 두산산업차량) ▲골프장 ▲두산타워 등도 잠재 매물이다.
두산건설은 지난달 BDA파트너스를 통해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렇다할 원매자를 찾지 못했다. 건설경기의 장기 침체 전망 등을 차치하고도, 두산건설 대표적인 아파트브랜드 위브(We’ve)의 브랜드 가치가 그리 높지 않다는 평가가 약점이다. 토목·인프라 분야에서도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기 때문에 대형 건설사들이 인수하기엔 한계가 있다. 수도권 진출을 노리는 지역 기반 중견 건설사 등이 후보로 거론되지만 성사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지게차를 생산하는 ㈜두산 산업차량은 연매출 9000억원, 영업익익 약 400억원을 기록하는 비교적 알짜 사업부다. 현재 매수자를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제까지 꾸준한 캐시플로어 역할을 해왔으나 사실 그룹 내에서는 여러 번 손바뀜이 있었다. 두산그룹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자·IT·솔루션 중심으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떼낼 수 있는 사업부로 꼽혀온 것도 사실이다. 지게차 부문 국내 1위라는 입지를 굳히고는 있지만 성장성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사업이기도 하다.
두산솔루스·두산메카텍·두산건설·두산산업차량 등 자회사(사업부) 매각이 결론을 짓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교적 사업적 타격이 덜 한 부동산 매각이 선행될 가능성도 높다는 평가다.
두산그룹의 상징인 ▲동대문 두산타워 ▲라데나 컨트리클럽(춘천) ▲클럽모우CC(홍천)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 중심에 위치한 두산타워의 매각 역시 가격이 관건이다. 두산그룹은 두산타워의 담보가치를 약 5400억원으로 평가받아 4000억원의 현금을 마련했기 때문에, 최소 4000억원 이상을 받아내야 자금유입 효과를 볼 수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을 비롯한 일부 대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조원의 자금지원을 받자마자 시행사에 2200억원을 빌려주며 논란이 된 ‘클럽모우’는 회원제 골프장에서 대중제(퍼블릭)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퍼블릭 골프장 업황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호전된 상태는 긍정적이란 평가다. 다만 수도권 지역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는 점, 그리고 매각가 3000억원 이상을 원하는 두산그룹의 눈높이를 맞추기 쉽지 않다는 점이 한계란 지적도 있다. 클럽모우보다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라데나CC는 회원제 골프장으로 투자자 수요가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자구안을 제출하긴 했으나 어떤 자산을, 언제까지, 어떻게 매각하겠다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을 비롯해 지킬 것은 반드시 지키고, 어차피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자산들을 선제적으로 팔아 3조원의 퍼즐을 맞추면서 시간을 버는 전략을 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이 다시 한번 재무적 마법을 부린다면
결론적으로 지난해 ㈜두산에서 분할·재상장한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은 그룹의 가장 큰 무기가 됐다. ㈜두산의 사업부로 존재할 때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었고, 지분 매각 시도는 채권단의 자금지원을 이끌어 내는 ‘명분’이 됐다. 특히 ㈜두산의 100% 자회사가 되는 물적분할 방식이 아닌 인적분할 방식을 선택하면서 오너일가는 수천억원 대 자금줄을 마련할 수 있었다. 두산그룹이 오너일가의 책임경영(?)을 강조하며 두산중공업에 사재 출연을 약속한 것도 두산솔루스가 분할되지 않았다면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란 평가다.
㈜두산 내에는 지주부문과 두산산업차량을 제외하고도 ▲전자BG(비즈니스그룹, 회로기판) ▲모트롤BG(유압기기)가 ▲디지털이노베이션BU(비즈니스유닛) 등이 남아있다.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전자BG는 전자제품 인쇄회로기판(PCB)의 주재료인 동박적층판(CCL)을 생산한다. 삼성전자·LG전자·애플 등을 주요 납품처로 지난해 연매출 1조1600억원, 영업이익 1100억원을 기록하며 ㈜두산 내 사업부 가운데 가장 양호한 캐시플로어를 기록하고 있다.
유압기기를 생산하는 모트롤BG의 지난해 매출액은 4800억원, 영업이익은 390억원이다. 사업 진입장벽이 높은편이지만, 최근들어 중국 내 관련산업이 성장하며 유압관련 업체의 성장세가 가파르기 때문에 기술우위를 유지하며 원가 절감이 필수적인 사업이기도 하다.
두산그룹이 현금마련을 위해 해당 사업부를 ▲당장 시장에 내놓을 지 ▲ 분할 후 재상장 등의 과정을 거쳐 시장가치를 평가 받아 활용 전략을 새로 짤 지는 아직 미지수다.
만약 물적분할을 추진해 ㈜두산의 100% 자회사로 둘 경우, 기업공개(IPO)를 통해 일부 구주매출을 한 후에도 경영권을 유지하며 현금마련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적분할의 경우 이 역시 두산그룹 오너 일가의 자금줄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재출연을 약속한 상황에서 어떠한 선택지를 꺼내들지는 지켜봐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분명한 것은 두산그룹이 아직까진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 등 초강수의 카드는 꺼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최후의 보루라는 평가와 함께, 장기적론 수십명에 달하는 오너 일가의 계열분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구안을 짜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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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5월 0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