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외감법 시행으로 관련 자문 서비스 감소
재무자문 경쟁강도도 치열해져
글로벌 네트워크 편입 중요성 커질 듯
-
스타트업부터 스포츠 구단 자문까지 회계법인들이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성장 정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자문 서비스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조직으로의 편입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일회계법인은 중국투자자본회수 서비스(China U-turn service)를 통해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기업이 중국에 투자한 자본을 안전하게 회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 확대에 나선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철수가 잇따르면서 중국자회사 등을 매각하여 투자한 자본을 안전하게 회수하는 업무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최근 각광을 받고 잇는 물류서비스 통합 자문에도 나서고 있다. 유후 부동산의 물류센터 개발 시 사업계획수립 단계부터 준공 및 엑시트까지 지원하는 서비스다.
삼정회계법인은 스타트업지원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16년 업계 최초로 스타트업지원센터를 설립한 삼정은 재무자문부문과의 협업을 통해서 해당 서비스 확대를 꾀하고 있다. 스타트업 성장 전략 자문 및 재무 자문, 투자유치 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타트업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스타트업과의 네트워크 확장을 꾀하고 있다.
기업들의 화두인 사회적 가치 서비스(ESG) 확대에도 나선다. 기업의 단기적인 이윤 창출 추구를 넘어 주주, 고객, 비즈니스 파트너, 임직원, 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장기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 기반의 경영혁신 전략 수립을 자문하는 업무다. 이를 위해 사회적 가치 전략 수립, 사회적 가치 측정, ESG(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 정보 공시, 평가, 투자자문을 진행한다.
딜로이트안진은 한국수자원공사와 신세계프라피티컨소시엄(신세계프라피티, 신세계건설) 용역 자문을 노리고 있다. 일명 '정용진 테마파크' 로 불리는 사업으로 자문료만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은 될 것이란 예상이다. 해당사업 수주를 위해 글로벌 딜로이트와도 관련사항을 논의하고 있다.
딜로이트안진은 부동산 개발사업뿐 아니라 스포츠 사업의 재무자문과 컨설팅을 결합한 서비스 확대에 본격 나선다. 국제 스포츠행사 유치나 중계권, 프로스포츠단 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포츠 비즈니스가 중국,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형 회계법인들이 이처럼 신사업에 적극나서는 이유는 성장에 대한 목마름이 크기 때문이다. 작년까지 회계법인의 주요 일감이었던 외부감사법 개정에 따른 용역 서비스도 최근에는 크제 줄었다. 지정감사제, 표준시간제 도입을 위한 용역업무가 작년까지는 많았지만 제도가 정착 되면서 올해부턴 해당 업무와 관련한 서비스가 크게 줄었다. 자연스레 성장성을 찾기 위해선 기존의 해오던 서비스에서 확대를 꾀할 수 밖에 없다.
IB들과의 경쟁을 위한 시스템 마련에도 도입했다. 과거에는 실사 서비스 만으로도 일정 이상의 수익을 내는 데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실사 작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에 부딪혔다. 이전과 같았으면 회계법인들은 최소 3~4곳의 바이어(buyer)들에게 실사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최근에 진행된 딜은 회계법인까지 고용하는 바이어는 많아야 한두 곳 정도다. 건당 자문 수수료가 이전보다 4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한 회계법인 재무자문 파트너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일감이 몰려드는 과거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라며 “1~2곳에 실사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사업을 확장하기에는 한계에 부딪혔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조직 내로 편입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 확대를 위해서는 글로벌과의 협업의 중요성이 커졌다. 정용진 테마파크 조성 자문 업무처럼 글로벌 전문가를 얼마나 데려고 올 수 있느냐가 사업수주의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PwC 조직 내에서 멤버쉽 형태로 참여하고 있는 삼일도 CEO 교체와 발맞춰 글로벌 편입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PwC와의 관계는 오랜기간 동안 삼일이 가지고 있는 숙제다”라며 “글로벌 조직에 편입되느냐 아니면 현 상태의 느슨한 멤버십 형태로 조직을 운용하느냐를 놓고 차기 CEO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5월 1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