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새주인 찾은 프라임오피스 시장
공모리츠 vs 부동산펀드 경쟁 격화 속
몇 안되는 매물 속 사상 최고가 경신 기대감도
-
국내 초대형 오피스(이하 프라임오피스) 시장의 열기는 잦아들었다. 과거 수년간 프라임오피스들이 대부분 새 주인을 찾으면서, 국내외 운용사들은 투자금회수(엑시트)보단 포트폴리오 관리에 비교적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장기 임차인을 확보해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프라임오피스는 과거 부동산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장악한 시장이었으나, 수년 전부터 부동산투자신탁(이하 리츠; REITs)이 가세하며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매물은 줄었는데 유리한 조건의 투자처를 확보하려는 주체들이 늘어나면서 몇몇 매물들의 가격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사실 올해 들어 프라임오피스 매물이 줄어 들 것이란 점은 예견된 상황이기도 했다.
지난해 서울 및 판교 일대의 프라임오피스 거래액은 역대 최대규모인 약 11조원을 기록했다. 서울 도심권역에서는 ▲스테이트타워 남산 ▲서울스퀘어 ▲종로타워 ▲을지 트윈타워 등이 계약했다. 서울 중구 남대문 센터플레이스와 여의도 NH투자증권본사 사옥, 메리츠화재 빌딩 등도 매각을 완료했다. 프라임오피스 매매가 활발했던 지난 2018년엔 삼성물산 서초사옥이 코람코자산신탁-NH투자증권 컨소시엄이 3.3㎡당 3050만원, 총 약 7500억원에 인수하며 강남업무지구(GBD) 권역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주요 권역에서 몇 안되는 초대형 오피스들이 새주인을 찾으면서, 매각을 추진 중인 빌딩들은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최근 오피스 매매 시장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거래는 ▲쌍림동 CJ제일제당센터 ▲현대해상 강남사옥 ▲한국화이자 제약 명동사옥 ▲두산그룹 동대문 두산타워 ▲두산건설 논현동 사옥 등이 전부다. 한 분기에 수십 건의 매물들이 등장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거래 규모가 크게 줄어든 게 사실이다.
국내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부턴 만기가 도래하는 부동산 펀드가 거의 없기 때문에 국내 프라임급 오피스 빌딩 거래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예견돼 대부분의 운용사들이 이에 대한 대비를 한 상황이다”며 “각 운용사들은 꾸준히 자산을 편입해야하기 때문에 괜찮은 매물이 등장하면 경쟁이 여느때보다 치열해 질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현대해상 강남사옥의 경우만 하더라도 입찰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상당히 많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매각주관사인 존스랑라살(JLL)이 진행한 투어에는 40여곳이 넘는 잠재 투자자들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리적 이점이 충분히 부각할 수 있기 때문에 벌써부터 삼성물산 서초사옥을 뛰어넘는 단위면적당 최고가를 기록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CJ그룹의 쌍림동 제일제당센터, 두산그룹의 동대문 두산타워, 두산건설의 논현동 사옥 등도 예상 가격이 상당히 높게 형성돼 있다.
사실 공모 리츠가 부동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지난해부턴 ‘부동산펀드 vs 리츠’의 경쟁이 심화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속속 설립되기 시작한 공모 리츠에는 개인투자자들의 대기 자금이 쏠렸고, 한정된 기관투자가 자금만으로 운용해야하는 부동산 펀드 운용사들보다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했다.
다만 최근 코로나 사태를 전후로 리츠의 이 같은 공격적인 성향은 잦아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거래소에 상장한 리츠의 수익률은 올해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수익률 하락세가 두드러진 이리츠코크렙의 주가는 공모가에 근접했고, NH프라임리츠는 공모가(5000원) 이하에서 거래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리츠가 편입한 프라임오피스 자산들의 공실률이 늘어난는 상황이 지속할수록 과거의 인기를 되찾는데까지 시일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일부의 공실을 감수해 낮은 기대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지속해야하는 부동산펀드들의 반대 급부 성향의 공격적인 투자가 예상되는 시점이란 평가다. 공모리츠의 경우 일반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이 잦아들면 투자 집행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지만, 부동산펀드는 목표치를 다소 하회하더라도 AUM을 늘려 꾸준한 수익을 거두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세금을 비롯한 제반비용을 따져봤을 때 리츠의 수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으나, 코로나 사태 이후부턴 투자자들의 관심이 잦아들고 공격적인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부동산펀드 간 경쟁이 심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최근 리츠의 투자처는 오피스 빌딩에서 물류 분야로 옮겨가고 있다. 언택트로 대표되는 온라인커머스 기업들의 사업 확장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물류리츠의 경우 그나마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률을 기대해 볼만하지만 이 역시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운용사 한 관계자는 “최근 그나마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가 물류센터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리츠 또는 펀드인데 이 역시 경쟁사들이 몰리면서 과거 기대수익만큼 거두긴 어려운 상황이다”며 “최초 투자단계에서부터 우량한 임차인을 먼저 확보하고, 기반시설투자(CAPEX)비용이 최대한 적게 드는 분야의 물류센터에 투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5월 10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