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위험은 '진행 중'…대응 따라 명암 갈리는 기업들
입력 2020.05.14 07:00|수정 2020.05.13 17:48
    글로벌 경기 침체로 신용 위험 심화 진행중
    신평사들 등급 조정보단 '부정적' 전망
    코로나 여파 반영은 4분기로 이연 가능성 높아
    일부 기업들, 자산매각 등으로 위험 완화
    • 국내에서 코로나 감염자가 안정화 추이를 나타내고 있지만 여전히 ‘2차 대유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용평가사들은 '부정적' 전망 부여로 기업 펀더멘탈 불안에 대한 우려를 제시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개선 노력으로 신용 위험에서 다소 벗어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동성 위기’가 언급되던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책과 자구안 발표가 예상되면서 일단 ‘칼바람’을 피한 상태다.

      정유, 석유화학, 유통, 항공, 영화관 등 코로나 영향이 예상되는 주요 기업들의 신용등급 전망은 대부분 하향세다. 1분기 실적이 나오지 않아 추가 등급 전망 조정 및 등급 하향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다만 장기 전망을 기준으로 하는 신용평가사 입장에서는 선제적인 등급 조정은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김은기 삼성증권 크레딧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최근 코로나에 대한 영향이 일시적인 요인인지 구조적인 요인인지 판단하기 힘들기때문에 일단 올해 2분기 정기 평정시기에는 등급 조정보단 전망 조정을 하고  대규모 신용등급 하락은 올해 4분기나 내년으로 이연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부정적’ 꼬리표가 계속되는 기업들은 다각도로 현금 조달에 나섰다. 이달 15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LG하우시스는 금융기관 대출로 상환할 예정이다. 28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오는 롯데렌탈도 차환 발행을 하지 않고 우선 보유현금을 이용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신용평가 3사 모두가 ‘부정적’ 전망을 부여하고 있다 .

      국내 렌터카 업계 1위인 롯데렌탈(AA-)은 지난해 10월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됐다. 2위인 SK네트웍스가 시장에 진입한 2014년부터 경쟁 심화로 롯데렌탈의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외형 성장으로 영업수익 규모는 증가했지만 ROA(자산수익률)는 2014년 1.7%에서 2019년 6월말 0.4%로 하락했다. 차입금도 2013년말 2조2000억원에서 작년 6월말 3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국내 렌터카 시장은 지금도 치열한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롯데렌탈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23%로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점진적인 하락세다. SK네트웍스가 올해 1월 AJ렌터카와의 합병 절차를 마무리하며 시장 점유율을 20.3%까지 끌어올려 추격하고 있다. 롯데렌탈은 지난달 한진의 렌터카사업 부문을 인수하는 등 추가동력 확보에 힘쓰고 있다.

      코로나 여파도 불가피하다. 2·3월 렌터카 가동건수가 전년 동월 대비 급락했다. 업계에선 위축된 렌터카 수요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 위해 시간이 다소 필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렌터카 업체들은 공유사업에 대한 의구심과 관광객 감소 등으로 영업에 타격을 입고 있다. 다만 코로나 이후 국내 여행 활성화와 법인 차량의 렌털 선호화는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LG하우시스(AA-)는 지난 5월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변경됐다. 이달 5일 한신평은 정기평가 결과 LG하우시스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코로나 여파 등 건설과 자동차 및 전방산업의 비우호적 업황으로 단기간 내 2017년 이전 수준의 영업이익 창출력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이유다. 특히 국내 건설경기 둔화로 아파트 입주 물량이 감소하면서 LG하우시스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는 건축자재 부문 위축이 계속되고 있다.

      긍정적 변화가 없는건 아니다. 적극적인 운전자본 감축 노력을 이어오며 총차입금 규모가 2018년 말 1조2000억원에서 2019년 말 1조1000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건축자재 부문 증설 투자도 일단락됐고 일부 자산 매각대금이 유입(630억원)되면서 올해도 차입규모 감소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과거 대비 약화된 이익창출력에 재무구조 개선도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란 예상이다.

      반면 일부 기업들은 적극적인 재무 개선 노력으로 신용 위험이 다소 완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2월 재무안전성 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신용 위험 대응에 나섰다. 앞서 지난해 6월 한국기업평가가  CJ제일제당(AA)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한 바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말 가양동 부지 등 유휴자산을 1조원 이상 매각하면서 순차입금/EBITDA도 2018년 수준인 4.3배 수준으로 개선됐다. 올해 CAPEX(설비투자)도 7000억~8000억원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NICE신용평가는 "CJ제일제당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영업현금흐름이 개선됐고 투자 감소로 차입 부담이 크게 감소하며 등급 하향 압력이 이전 대비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식품사업의 구조적 수익성 저하나 코로나로 인한 소재부문 실적 저하 등은 영업이익률 감소를 불러올 수 있다. 다만 간편식(HMR) 등 가공식품의 실적 개선과 생물자원부문의 우호적인 사업환경이 지속되며 최근 수익성에 긍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SK E&S도 지난해부터 ‘부정적’ 등급전망을 달고 있지만 1조8141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지분 매각으로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달 SK E&S는 차이나가스홀딩스(CGH)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한다고 밝혔다. 매각으로 유입되는 현금이 재무구조 개선에 쓰인다면 신용도의 하방압력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그러나 계획된 배당과 투자가 이어진다면 하향변동요인을 다시 충족할 위험은 여전히 남아있다.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며 시장의 관심을 받은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책과 자구안 발표를 앞두고 신용 위험 평가 ‘보류’ 상태에 놓여 있다. 대한항공(BBB+), 한진칼(BBB), 두산중공업(BBB), 두산(BBB+) 등은 각각 신평사에서 ‘하향검토’ 혹은 ‘부정적’ 전망을 부여받고 있다. ‘하향 검토’에 올라 있는 HDC현대산업개발(A+)은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지연되면서 크레딧 점검도 잠정 보류중이다. 신평사는 해당 기업들의 대한 신용 위험 점검이 실적과 더불어 정부의 지원책과 자산 매각 등 자구안 이행까지 확인돼야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산업과 기업 전망이 하향 추세인 가운데 등급과 전망 상향 조정도 드물게 일어나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7일 SK브로드밴드의 등급을 AA-(상향검토)에서 AA(안정적)로 상향 조정했다. 티브로드 흡수합병으로 유료방송시장 내 경쟁지위가 올라 이익창출규모의 확대가 예상된다는 이유다. 우수한 재무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점도 고려됐다.

      매일유업(A+)도 최근 등급전망이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변경됐다. 제품경쟁력 강화로 영업수익성이 지속되고 현금창출력이 개선되며 실질적인 무차입구조가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매출 증가와 신제품 ‘셀렉스’(성인 영양제)의 영업흑자 전환으로 전년 대비 수익성이 개선됐다. 지난해 리스회계기준 변경에도 484억원의 잉여현금흐름이 창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