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후보들 거취 문제도 부각
6월말 정도 인사 이뤄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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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선출 작업을 마무리한 삼일회계법인이 리더십 변화를 앞두고 어수선하다. 이 과정에서 일부 잡음이 나오기도 했던데다, 세대교체를 앞두고 향후 조직개편 방향에 대해서 궁금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러야 이달 말 이후에나 새로운 CEO 선출에 따른 조직개편 윤곽이 나올 것이란 예상이다.
지난달 28일 삼일회계법인은 사원총회를 열고 윤훈수 감사부문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CEO)에 선출했다. 윤 CEO는 1987년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해 삼일의 US IPO 리더, 글로벌서비스본부 본부장, 복합서비스그룹 리더 등을 두루 거쳤으며 지난해부터 유력한 차기 CEO로 거론됐었다.
삼일회계법인의 CEO 선출은 그간 업계에 큰 주목을 받았다. 민주적 절차를 통해 새로운 CEO를 뽑겠다고 밝힌터라 누가 되는지뿐만 아니라 그 과정도 관심을 끌었다. CEO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서 CEO후보군을 정하고, 최종 후보 두명의 경합을 통해서 뽑는 방식도 이번에 새롭게 도입됐다. 삼일은 전통적으로 전임자가 후임자를 지정해주는 방식으로 CEO를 선출했다.
CEO에 도전한 후보들 면면도 쟁쟁했다. 윤훈수 신임 CEO의 우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배화주 재무자문 부문 대표, 서동규 마켓앤그로쓰 부문 대표 모두 서울대 선후배 사이로 차기 삼일의 리더로 항상 거론되던 인물이다.
이런 가운데 윤 CEO가 선출된 배경으로 감사부문 대표라는 경력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신외감법 시행이후 감사 품질 향상이 회계법인의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여기에다 회계법인 CEO의 기본자격으로 일정기간 이상의 감사경력을 요구하면서 감사부문 대표에게 힘이 실리는 구조가 형성됐다. 투표를 통해 선출할 경우 인원수가 가장 많은 감사부문 출신이 유리한 것도 한 몫했다.
바뀌고 있는 문화도 CEO 선출에 영향을 줬다. 최근 삼일회계법인에는 노조가 생기는 등 기존의 수직적인 문화를 타파해야 한다는 내외부의 지적이 있었다. 이런 변화에 발맞출 수 있는 리더가 필요했다는 후문이다. 윤 대표가 선출 직후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다만 윤 CEO 선출이후 조직을 추스리고, 리더십을 세우는데에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적 절차를 통한 CEO 선출을 강조했지만 사실상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방식의 CEO 선출이 아니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종 후보자 중 하나로 지명된 배화주 대표가 막판에 사의를 표면하면서 CEO 선출 경쟁이 싱겁게 끝난 탓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후보자들간의 경쟁을 통한 민주적 절차로 CEO를 선임했다기보단 이전처럼 한명을 추대하는 형식으로 CEO가 선출된 것 아니냐는 시선이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조직개편 방향에 대해서도 말들이 무성하다. 윤 CEO와 경쟁한 배화주 대표, 서동규 대표 모두 나이와 그간 경력면에서 일선에서 물러나기엔 이르다는 평가다. 하지만 새로운 CEO가 선임된 상황에서 기존의 리더그룹을 그대로 가져가는데 대한 우려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 문제가 어떻게 매듭될지 삼일 내부뿐만 아니라 다른 회계법인들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일각에선 윤 CEO에게 자리를 양보한 배화주 대표에게는 일정한 역할이 부여되지 않겠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비단 각 부문 대표뿐만 아니라 부대표급 인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윤 CEO가 선출되면서 공석이 된 감사부문 대표에 누가 오를지에도 관심이 크다. 감사부문 본부장들간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배화주 대표, 서동규 대표의 거취에 따라 다른 부문에도 후속 인사의 폭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적어도 이달 말은 지나야 어느정도 윤곽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한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각 부문별 인사는 6월말 정도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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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5월 1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