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의 나스닥化…코로나 이후 시총 10위 석권한 기술株
입력 2020.05.18 07:00|수정 2020.05.19 09:43
    시가총액 상위 10위권 60%가 기술株
    코로나發 순위변동…운송장비↓·IT↑
    나스닥과 유사…"거스를 수 없는 흐름"
    • 유가증권(이하 코스피) 시가총액 10위권에서 IT주, 2차전지주 등을 포함하는 '기술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언택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탓이다. 코스피가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 시장과 닮아가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코로나사태 이후 국내 전통 제조업은 정부의 도움이 없이는 사업 영위가 힘들어진 형국인 반면 카카오, 네이버 등 IT기업이나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은 성장성 뿐만 아니라 실제 수익성까지도 증명이 되고 있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4일 종가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이하 시총) 상위 10위권에서 기술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한다. 기술주에는 반도체, 2차전지, 5G 통신장비, 전자상거래 등이 포함된다. LG생활건강, 현대차, 그리고 바이오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을 제외하면 모두 기술주다.

    • 이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초기인 2월 중순 코스피 종목 구성과 다소 다른 모습이다. '슈퍼전파자'였던 31번 확진자로 인해 전국적으로 확진자가 증가하기 시작한 18일 현대차(현 10위)는 7위를, 현대모비스(현 15위)가 10위를 차지했었다. 카카오는 당시 19위로 현대차와의 시총 차이도 12조5800억원 수준으로 컸다.

      14일 한 때 카카오의 시총이 현대차의 시총을 앞지르며 10위로 오르기도 했다. 종가 기준으로도 현대차와 카카오는 1300억원 가량의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추후 카카오가 현대차의 순위를 탈환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 경우 코스피 상위 10위의 70%가 기술주로 구성된다.

      시총 순위를 결정짓고 있는 핵심 요인은 결국 성장성이다. 실제로 카카오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04.1% 상승하며 그간 '무늬만 성장주'라던 오명을 벗었다. 반면 10위권에서 밀려난 현대모비스는 1분기 영업이익이 27% 가량 감소했다.

      'IT 공룡' 네이버 역시 성장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네이버는 단순한 온라인 광고 플랫폼이 아니라, 언택트 시대 핵심으로 꼽히는 온라인 쇼핑 시장의 대장주가 됐다. 네이버 쇼핑의 온라인 점유율은 약 14% 안팎으로 쿠팡(12%)보다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코로나로 인한 실물경제 타격으로 광고산업이 꺾이는 와중에도 네이버 쇼핑으로 검색되는 광고주 수는 전년동기대비 30% 가량 성장하며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네이버페이 거래액도 안정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이라는 평가다.

      LG화학과 삼성SDI 등 2차전지주도 투자자들의 주목을 한껏 받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테슬라(Tesla) 같은 성장기업이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전통 자동차 대신 2차전지로 집중되고 있다"며 "테슬라가 부각되면 국내 증시에서는 완성차 대비 2차전지 상대주가가 강세를 보이게 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이달 초 세계 자동차업체 중 2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코스피의 상위권 종목 구성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과 비슷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현지시간) 기준 나스닥 상위 종목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애플(Apple), 아마존닷컴(Amazon.com), 페이스북(Facebook), 알파벳(Alphabet), 인텔(Intel), 넷플릭스(Netflix) 등이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 서비스 활용이 급증하면서 관련 수혜주의 주가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스피의 '포스트 코로나'는 결국 나스닥과 닮을 꼴이 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외부로 나가는 시간이 줄어들며 온라인 트래픽이 증가했고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폭증했다. 일부 자산운용사들도 비대면 중심의 주력 서비스를 가진 기업들은 보유한 지적 재산권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펀더멘탈이 과거부터 부진했던 제조기업들은 코로나 이후엔 정부 도움 없이 고용조차 유지하기 힘든 실정이다.

      한 자산운용사 ETF 관계자는 "코로나가 확산된 이후 제조업 중심의 전통사업이 최악의 국면인 데 반해 국가별로 데이터 트래픽은 급증하고 있다"며 "언택트 필요성이 커지면서 IT 등 기술주가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