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물류자회사 설립 논란…시장 정체하는데 통행세 욕심만?
입력 2020.05.18 07:00|수정 2020.05.19 09:44
    연내 자회사 출범시켜 그룹 내 물류 통합 계획
    포스코 입장에선 계약 간편화·비용 절감 효과
    해운업 등 반발…수익 줄고 하청업체 전락 우려
    선사 투자 여력 감소…”장기적으론 손해” 지적도
    • 포스코의 물류 자회사 설립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 입장에선 물류 업무를 한 곳으로 모아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법에도 저촉되지 않는다. 반면 해운사 등 운송사업자들은 물류 자회사의 하청 업체로 지위가 격하되고, 수익의 일부분도 자회사에 내어줘야 할 처지가 됐다. 대기업이 물류 산업의 파이를 키우는 것은 뒷전이고 결국 통행세에만 욕심을 부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포스코는 지난 12일 그룹 내 물류 업무 통합 운영법인 ‘포스코GSP’(가칭)를 연내 출범한다고 밝혔다. 포스코 외에 포스코인터내셔널, SNNC, 포스코강판 등에 나뉘어 있는 물류 업무를 한 곳에 모으는 그림이다.

      포스코그룹 내 연 운송 규모는 1억6000만톤, 물류 비용은 3조원에 달한다. 물류 자회사에 일감을 모으면 화주는 운송 단계마다 일일이 계약을 해야 하는 부담이 줄어든다. 자회사도 개별 운송사업자들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수수료 성격의 이익을 거두게 된다. 비용을 절감하고 경영 효율화를 꾀할 수 있다. 과거 주요 그룹들이 삼성로지텍, 현대글로비스, 판토스 등을 설립했던 것과 비슷하다. 최정우 회장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으로 비용 관리에 민감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 운송업계에선 반발의 목소리가 크다. 포스코 물류 자회사가 중간에서 이익을 거두는 만큼 고스란히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기존엔 화주인 포스코와 직접 거래 해왔다면 앞으로는 자회사와 협상을 해 물량을 배정받아야 한다. 운송의 직접 계약 당사자에서 자회사의 하청 업체로 입지가 낮아지는 셈이다.

      해운업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특히 크다. 물류는 육상 운송-통관-해상운송-하역-재고관리 등 다양한 과정을 거친다. 전체 비용 중 해상운송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이다. 포스코 물류 자회사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는 포스코가 물류비 절감이라는 명목 아래 통행세만 취하려 한다며 물류 자회사 설립을 멈추라고 요구했다. 1990년 대주상선을 설립해 해운업에 진출했다가 전문성 부족으로 5년만에 철수한 전력을 문제삼기도 했다. 포스코가 공적 감시와 견제를 강하게 받기 때문에 점잖게 움직였다면, 그 자회사는 해운사를 더 강하게 쥐어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법적으로는 포스코의 자회사 설립에 큰 걸림돌이 없다는 평가다.

      수십년 전 법체계에선 해상운송의 경우 선박을 소유한 기업만 운송인이 될 수 있었다. 물류(Logistics) 개념이 도입된 후 상황이 달라졌다. 현재는 ‘자기 명의로 물건 운송의 주선’을 하는 자, 즉 운송주선인(Forwarder, 상법 제114조)이라는 정의가 생겼다. 포스코 물류 자회사가 이에 해당하는데, 배를 가지지 않고도 남의 회사 배를 이용해 물류 효과를 거둔다. 이에 포스코도 해운업에 진출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계약 체결권을 쥔 물류 자회사가 선사들에 행할 영향력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해운업 진출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해운사는 아니지만 해운업을 하는 애매한 지위다. 자회사는 2자물류 회사가 되는데 포스코와의 관계는 실상 내부 거래다. 포스코와 자회사간 발생하는 거래 비용이 고스란히 선사들에 전가된다.

      일회성으로 계약을 맺는 경우 선사들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포스코와 선사가 장기 계약을 맺는 경우엔 선사들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그러나 사안이 있을 때마다 경쟁을 붙여 거래를 주는 식으로 바뀐다면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진다. 선사들은 선박을 마련하며 많게는 배 값의 90%를 차입하는데, 배를 놀리면서 비용을 내는 처지에 몰릴 수 있다. 포스코는 기존 계약과 거래 구조를 변동 없이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포스코가 물류 자회사를 설립하면 당장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손해라는 평가다. 해운 산업에 대기업의 참여가 늘수록 기존 사업자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경제가 커졌다지만 해운 사업자들의 매출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20조~30조원 수준을 맴돈다. 실제 운송을 맡을 해운사들의 투자 역량도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포스코 정도의 대기업이라면 국내보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자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운 산업이 크게 발전했지만 상당 부분을 대기업이 가져갔다”며 “해상 운송기업이 선박에 투자하지 못하게 된다면 장기적으로는 물류 자회사가 해운사와 파트너 관계를 꾸리기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내부적으로도 잡음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포스코 물류 담당 부서의 인력들이 물류 자회사로 가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직원에서 소규모 계열사 직원으로 신분이 바뀌는 것이 탐탁지 않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최근 계열사 파견법 위반 및 노조설립 방해 문제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