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또다른 고민…현대캐피탈 해외 리스시장 확대 부메랑 우려
입력 2020.05.19 07:00|수정 2020.05.20 10:21
    신차마케팅에 중고차값 폭락…충당금 확대 불가피
    유럽 리스시장 진출 위한 '식스트리싱' 인수도 부담
    중고차 가격 하락 지속전망…실업률·연체율도 '복병'
    "선진시장 회복 못할 시 하반기까지 지속될 문제"
    • 현대자동차가 수요절벽 타개를 위해 전속금융계열사와 지역별 신차 공통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금융부문 손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대부분이 무이자 할부 등 구매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한 만큼 인센티브는 오르고 중고차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리스시장 확대에 나선 그룹 금융계열사에는 보유 자산가치 하락 및 부실로 이어질 것이란 평가다.

      1분기 결산을 앞두고 자동차 업계는 코로나 이후 현대차와 현대캐피탈의 해외 금융법인 피해규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보다 리스 시장 규모가 큰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코로나 피해가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중고차 가격 폭락 ▲렌터카 업체 파산과 같은 악재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차량 리스사업의 경우 보유자산인 중고차 가격이 하락하는 만큼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하고 실적이 악화한다.

      앞서 현대차 측은 지난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도 2분기 실적에 미칠 금융사업부의 영향을 언급한 바 있다. 현대차의 100% 자회사인 현대캐피탈아메리카(HCA)는 1분기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으로 전기 대비 실적이 55% 하락했다. 당시 이형석 현대캐피탈 상무가 "중고차 매각가 향상을 위한 물량·가격 단기충격을 완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4월 중 미국 중고차 가격은 전월 대비 15%가량 하락했다.

    • 문제는 올해 들어 현대캐피탈도 해외 리스사업을 확대했다는 점이다.

      현대캐피탈은 독일 금융법인 현대캐피탈뱅크유럽(HCBE)을 통해 유럽 리스사인 식스트리싱 지분 41.9%를 총 1억5660만유로에 인수했다. 미국 시장을 담당하는 HCA와 보폭을 맞춰 유럽 리스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한편 그룹 미래사업인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 사업을 가시화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계약 체결 직후 발생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수효과보다는 손실부담이 더 확대한 상황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올해 유럽 자동차 렌탈·리스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42%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대규모 고객(플릿)향 수요 감소는 물론 HCA처럼 식스트리싱을 통해 보유 중이던 차량 가치 감소까지 감당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인수계약이 마무리되더라도 관련 손실규모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유럽시장이 미국 못지않은 선진시장인 만큼 영향도 HCA와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며 "현대캐피탈의 경우 해외 금융자산이 50조원 규모로 국내자산의 두 배 수준이기 때문에 현대차 연결기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2분기까지는 해외 리스사업 부문에서 발생할 충당금 규모는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자동차 연구원은 "딜러숍 가동률이 악화한 상태에서 현대차는 구매보장 프로그램을 부활시켰고 일부 OEM은 84개월 무이자 할부 같은 상품까지 내놓은 실정"이라며 "중고차 가격 회복이 요원한 만큼 2분기 충당금 추가 적립은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증가세를 거듭하는 미국 실업률과 깜깜이 국면인 오토론 부실화도 복병으로 거론된다.

      여신전문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집계된 해외 오토론 상품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코로나 이후가 반영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다음 주 중으로 코로나 이후 관련 통계가 발표될 예정이라 연체율이 얼마나 늘어났을 지 주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말 기준 미국 오토론의 90일 이상 연체율은 4.94%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최고치(5.27%)에 근접했다. 금융위기 이후 선진시장 내에서 차량 교체시 오토론을 이용하는 비중이 확대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연말 대비 실업률이 5배 이상 폭등한 상황에서 연체율 급등으로 인한 금융계열사 전반의 부실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은행 등 주요기관에 따르면 미국의 실질실업률은 25%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현대차나 현대캐피탈 모두 상반기 중 직접조달을 통해 성공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했지만 관건은 선진시장의 실업률 및 실물 침체가 언제 회복할 수 있느냐"라며 "현재 실업률이 구조적, 추세적 요인일 경우 현지 할부·리스 사업에서 발생하는 부실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