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해야 하는데'…국내로 눈 돌리는 대체투자 인력들
입력 2020.05.20 07:00|수정 2020.05.19 17:56
    해외 막히자 국내 시장에 집중
    證 '부동산PF'·운용사 '태양광PF'
    지분 투자보단 PF 대출에 주력
    업황 어려운데…"뭐라도 해야"
    • 금융사 대체투자 인력들이 국내에서 먹거리를 모색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해외 투자가 어려워지면서다. 증권사 대체투자 인력들은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서, 자산운용사는 국내 태양광 PF 대출에서 투자할 거리를 찾고 있다. 물리적으로 실사가 어려워지면서 재매각(셀다운) 역시 쉽지 않아진만큼, 지분 투자보다는 대출 형태의 투자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그러나 부동산PF는 코로나로 인한 부동산 경기 경색 우려로 리스크가 커지고 있고 태양광 PF대출은 규모의 면에서 큰 수익을 낼 수 없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투자대상으로 고려하는 이유에 대해 대체투자 인력들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과거 증권사들이 대체투자 인력을 늘리면서 관련 조직이 커졌지만 최근 일감이 줄어들며 눈치가 보이기 시작한 까닭에서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규 해외 대체투자가 어려워지면서 금융사들이 국내 시장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로 해외 투자가 불가능해지니 반대로 국내 대체투자 시장에 관심이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며 "특히 태양광 PF대출 쪽이 활황인데 여기에는 자산운용사가 주로 활약하고 있고 증권사는 낄 데가 없어 국내 부동산PF 등을 살피는 중이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부동산PF는 건설사가 사업권을 담보로 금융사에 돈을 빌리는 것이다. 통상 증권사는 해당 시행사의 대출채권을 담보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과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고 건설사의 신용을 보강해준다. 2015년 16조4000억원 가량이었던 증권사 PF대출 채무보증액은 지난해 26조2000억원으로 59% 가까이 증가했다. 3% 가량의 수익을 올릴 수 있어 많은 증권사들로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증권사의 부동산PF 업황은 녹록지 않다. 코로나 확산에 따른 부동산 경기 하강 우려로 신규 발행이 급감했다. 실제로 올해 4월 신규 부동산PF 유동화증권 발행 실적은 전무했다. 게다가 만기가 돌아온 매입 약정 ABCP가 시장에서 유통되지 않으면서 매입약정을 이행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4월 만기가 도래한 15조9000억원 중 2조1000억원 가량의 ABCP를 증권사가 떠안았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부동산PF ABCP도 시장에서 유통이 안 되고 있고 규제도 나오고 있어서 업황 자체가 쉽지는 않다"며 "향후 조달 비용은 상승하겠지만 지금 당장 해외 투자가 불가능하니 잠시 부동산PF가 주목받는 것일 듯"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업계 대체투자 인력들은 국내 태양광 PF대출에 주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태양광은 주로 염해부지나 폐염전 부지인 새만금, 영광, 영암, 해남 등에서 100MW(메가와트)정도의 규모로 개발되고 있다. 통상 100MW는 35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태양광 PF대출의 수익률은 4% 가량이다.

      업계에서는 태양광 PF대출의 규모의 경제 차원에서 수익률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수익률이 크지는 않지만 안정적이라는 면에서 보험사와 같은 기관투자자들이 많이 찾는다"며 "태양광은 최장 20년까지 갈 뿐만 아니라 가격이 고정되어 있어 매출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편이다"고 말했다.

      업황이나 수익률이 좋지 않더라도 적극 먹거리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해외 투자가 불가능하다고 해서 관련 업무를 올스탑(All Stop)하기엔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대체투자 부서를 대거 늘려 고수익을 좇으려 하던 증권사들은 현존 부서를 바탕으로 꾸준히 수익 창출에 나설 수밖에 없다.

      관련 인력들도 지난해에 비해 일감이 적어진 데 부담을 느낀다는 후문이다. 업계 특성상 대체투자 인력들은 경력 출신이 많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 계약직이다. 이에 따라 관련 인력들은 증권가의 구조조정 여파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코로나 이후 금융사 대체투자 인력들은 지분 투자보단 선순위 대출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신규 투자 뿐만 아니라 지분 인수 이후 셀다운(재판매)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인 예로 2018년 미래에셋대우가 SK와 함께한 '블루레이서 미드스트림사(社) 지분 투자' 건이 거론된다.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가 매입한 우선주는 아직 기관투자자에게 셀다운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는 "단기 출장도 못 가고 있는 투자자들은 현재 자산실사하러 가기 애매한 상황에 놓여있다"며 "실사를 하지 않고 돈을 쏘기도 찜찜한 상황이라 일단 두고 보려는 분위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