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정체 속 코로나 직격탄
비용절감·온라인 강화 속 대면 판매채널 고민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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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금융사들이 1분기 일제히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금융업 성장성이 정체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이슈까지 덮치면서 실적이 크게 저하했다. 문제는 현재 겪고 있는 실적저하가 단기적인 이슈가 아니란 점이다. 코로나 사태로 ‘언택트’ 문화까지 확산되면서 삼성금융사의 비대한 대면 판매채널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삼성생명을 필두로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모두 1분기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삼성금융사 맏형인 삼성생명은 연결기준 순이익이 229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48.6%가 감소했다. 코로나 사태로 1분기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탄 영향이 컸다. 변액보증손실이 3550억원으로 확대했고, 보유주식성자산에서 870억원의 손상차손이 발생했다. 채권 매각을 통해서 운용자산이익률을 3.9%로 끌어올리긴 했지만 부진한 실적을 메우기엔 부족했다.
부진한 실적은 고스란히 주가에 반영됐다. 8만원 수준이던 주가는 현재 4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기준 0..23배에 불과하다. 증권사에선 ‘업의 한계’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성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금리마저 끝모르게 하락하면서 구조적인 어려움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소비자보호란 명분하에 강화하는 정부의 금융사 옥죄기도 삼성생명을 가로막고 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견고한 펀더멘털에도 불구하고, 주가의 Catalyst(촉매제)가 없다”라고 말했다.
삼성금융사 내의 캐쉬카우인 삼성화재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긴 마차간지였다. 삼성화재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164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8.9%가 감소했다. 손해율 및 사업비율이 증가하면서 보험영업이익이 감소한 탓이다. 화학공장 화재 등 대형사고 등 일회성 손실이 발생한 영향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되고 있으나, 시장 환경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타 보험사들이 대규모 채권매각을 통해서 이익을 낸데 반해 삼성생명과 화재는 보수적으로 자산운용을 한 부분이 경쟁사 대비 실적이 더 안 좋아보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라며 “하반기 실적이 다소 나아질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저금리 상황과 정부의 규제 속에서 실적이 크게 좋아지기는 힘들다”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ELS 손실의 직격탄을 맞았다. 1분기 영업이익은 15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87%가 감소했다. 글로벌 주식시장변동성이 확대하면서 ELS 운용손실이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한때 다른 증권사들이 삼성증권만의 ELS 헤지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서 공을 들일정도로 삼성증권의 ELS 운용방식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컸다. 하지만 이번 실적이 말해주듯 변동성이 큰 시장에선 삼성증권도 별수 없었다.
한 증권사 ELS 담당자는 “업계에선 삼성증권만의 ELS 운용 로직을 배우기에 혈안이 됐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로 삼성증권 ELS 운용 방식도 급변하는 시장에는 대응하기 힘들다는 게 드러났다”라고 말했다.
삼성카드도 코로나에 영향을 받았다. 1분기 순이익은 112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8%가 감소했다. 코로나 사태 영향으로 소비위축이 일어나면서 1인당 평균 이용금액이 전년동기 대비 감소했다. 카드론이 빠르게 증가하긴 했으나, 미수금도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은 불안요인이다. 증권사들은 연말대손 충당금을 감안해 주가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삼성금융사의 포트폴리오 중에서 어느 하나 성장성이 나오는 분야가 없다. 여기에다 삼성금융사의 강점으로 꼽히는 대면 판매채널이 코로나 사태로 오히려 부담요인이 되고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각각 2만4000명, 2만여명의 전속설계사 조직을 갖추고 있다. 국내 보험사 중에서 최대 규모 수준이다. 비단 보험사 뿐만 아니라 삼성증권과 카드도 은행 조직이 없다 보니 대규모의 대면 판매채널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산업의 전영역에서 대면 접촉은 줄고 온라인이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조직이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진들 사이에서도 판매조직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느냐를 놓고 고민이 깊다. 삼성이 그룹차원에서 노조를 허용함에 따라 이들 조직을 쉽사리 축소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한 삼성금융사 관계자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거대한 판매조직을 어떻게 유지해야 하느냐 하는 고민이 커지고 있다”라며 “그룹 내에서도 비용부담만 큰 조직으로 인식되는 점은 걱정스러운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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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5월 2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