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온 원리금 없지만 실적에는 수익으로 반영
유예된 대출 정상 회수 될지도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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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대출상환 유예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금융회사 대출 원금상환 만기연장이나 이자상환 유예를 허용하면서 은행들의 미수수익이 2분기부터는 큰 폭으로 늘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미수수익은 회계적으론 은행의 수익으로 잡힌다. 따라서 올해 은행 실적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신기루에 불과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지난 4월1일부터 코로나 피해가 발생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금융회사에 대출 원금상환 만기연장이나 이자상환 유예를 신청할 수 있다. 오는 9월 30일까지 시행되며 은행, 보험, 여전사, 저축은행, 신협, 농협, 수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등 금융회사 등이 해당된다.
대출이 주된 업무인 은행들은 비상이 걸렸다. 6개월 동안 원리금 상환이 유예되면서 이에 대한 회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유예된 대출의 이자수익은 미수수익으로 회계상으로 처리돼 은행은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실상 들어온 원리금은 없는 상태라 은행의 재무건전성이 악화한다. 또한 이들은 연체율 통계에도 포함되지 않아서 은행이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는 착시 효과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올해 1분기 실적만 살펴보면 은행의 미수수익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신한은행의 올해 1분기 미수수익은 1조3000억원, KB국민은행 8785억원, 우리은행 8340억원, 하나은행 9192억원으로 전년동기와 큰 차이가 없었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영향이 이번 1분기에는 반영되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2분기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이 최근 대기업 대출을 줄이고 개인 및 소상공인 대출에 집중하면서 이들이 원리금을 유예할 경우 은행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분기 이후부터는 미수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며 “국가 비상사태에 사회적 책임을 나몰라라 하기는 힘들어서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6개월간 원리금을 유예한다고 해서 향후 이들이 원리금을 상환 할 수 있는 상태가 될지는 미지수란 점이다. 경제 상황에 따라서 6개월이란 유예기간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고, 원리금 상황을 유예한 채무자들은 버티면 정부에서 또다시 원리금 상환을 유예시켜줄 것이란 기대심리에 상환의지가 낮아질 우려가 있다.
일부에선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올해 1분기 은행들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규모로 충당금을 쌓았다. 1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반해 해외 금융기관들은 자체적으로 대규모 충당금을 쌓고 대출 부실 대응에 나섰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일단 급한불을 끄자는 식으로 현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라며 “올해 실적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내년 이후에는 은행들의 실적이 큰 폭으로 꺾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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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5월 2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