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구성 등 놓고 힘겨루기
카카오 다른 손보사 손잡을 가능성도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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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험업계의 큰 관심을 끌었던 삼성화재와 카카오의 합작사 설립이 무산됐다. 업계에선 카카오의 ‘배짱’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굳이 삼성화재 아니어도 손보업 진출에는 지장이 없다는 자신감이 결국 합작사 무산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9월부터 흘러나오던 삼성화재-카카오 합작법인 설립이 최근 최종 무산됐다. 대신 카카오는 독자적으로 손해보험사 설립을 추진하고 삼성화재와는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이어가기로 했다. 양쪽 모두 보험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하기 위한 협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삼성화재와는 포괄적 업무제휴를 체결하는 등 협력관계를 이어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겉만 보면 아름다운 이별이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전통의 강좌와 도전자의 자존심 싸움이 있다. 합작사 설립에 주도권은 카카오(카카오페이·카카오)가 쥐었다. 삼성화재는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구조로 짰다. 출발은 순조로웠지만 누가 주도권을 잡느냐에서 양측이 틀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사회 구성 등에서 카카오에 힘이 실리면서 삼성화재 측에서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화재는 사업적으로 서로 협력관계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파트너로서의 대우를 원했지만, 이 부분에서 카카오와 이견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입장에선 굳이 삼성화재가 아니어도 손잡을 곳은 많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합작사 경영권에 대한 양측의 이견이 결국 합작사 무산으로 이어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둘간의 합작사 설립 소식이 나왔을때만 하더라도 업계에선 역시 삼성화재란 말이 나왔다. 손보업계 성장성이 정체된 상황에서 국내 최대의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가진 카카오와 손을 잡는다는 것만으로도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결과를 접하면서 평가는 바뀌었다. 부동의 업계 1위 삼성화재도 거부할만큼 카카오의 자신감이 크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카카오의 이런 배짱의 근거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힘이 거론된다. 카카오톡과 카카오페이를 활용하면 비대면을 통해 다수의 고객에게 접촉할 수 있다는 특장점이 카카오의 무기란 설명이다. 삼성화재와의 합작사 설립에도 주도권 싸움을 벌인 자동차보험에서 특히 힘을 발휘할 것이란 설명이다.
한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카카오톡이란 메신저를 통해 비대면 채널을 통해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게 카카오톡이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이다”라며 “카카오 입장에선 고객군을 확보해 놓았다는 점에서 굳이 주도권을 보험사에 넘겨주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업계 1위 삼성화재까지 거부한 마당이라 파트너가 될 다른 손보사에겐 상당한 수준의 '양보'를 이끌어내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런 이슈는 한화손보-현대자동차-SKT-알토스벤처스가 손잡고 출범한 국내 1위 디지털손보사인 캐롯손보 출범에서도 불거졌다. 캐롯손보를 출시하면서 한화손보는 인터넷자동차보험 판매를 캐롯손보로 몰아줬다.
다만 카카오가 독자적으로 자동차보험 출시를 비롯해 경쟁력있는 상품을 출시 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존재한다. 자동차보험의 특성상 운영을 위해선 출장서비스, 점검, 손해사정사 등의 오프라인 조직이 필요하다. 이런 오프라인 조직을 갖추는데 상당한 비용이 든다는 점에서 카카오가 독자노선을 밝혔지만, 결국은 삼성화재를 대신할 파트너를 찾을 것이란 견해가 많다.
금융당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도 풀어야 할 숙제다. 보험업은 소비자 민원이 많은 금융산업이란 점에서 경험이 없는 카카오가 금융당국과 소비자를 만족시키면서 이를 잘 풀어갈지도 관심사다.
또한 디지털손보사를 출범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수익성을 내면서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지에 대한 의구심도 존재한다. 일례로 캐롯손보는 1분기 영업수익이 약 24억원과 순손실 54억원을 기록했다. 이제 첫 실적이라 수익성을 평가하긴 어렵지만, 상품군만 놓고보면 수익이 나오기 힘들다는 분석이 많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카카오가 전방위로 금융업 진출을 하고 있지만, 보험업은 금융업 중에서도 장기 비지니스고 상품개발·영업 등 각 부문의 특성이 너무 다르다는 점에서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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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5월 3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