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때 뚜렷해지는 삼성과 非삼성 차이...은행 대출 문의 '제로'
입력 2020.06.02 07:00|수정 2020.06.01 17:48
    삼성 제외한 대기업 대부분 한도대출 받아가
    대기업 담당자들 앉아서 대출에 예금유치까지 '일석이조'
    삼성만은 예외, 매년 수조원의 현금 쌓이고 있어
    4대 대기업 간에도 재무여력 온도차 커져
    • 은행 대기업 담당자들이 코로나 사태 이후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대기업들의 대출 문의가 이어지면서 영업실적이 알아서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 담당자들은 마음이 편치 않다. 다른 대기업들과 달리 코로나 사태에도 대출수요가 없기 때문이다. 위기상황에 직면해선 대기업들 사이에서도 삼성과 비삼성의 격차가 더욱 확연히 두드러지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4월 이후 대기업들의 한도대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4월 중에만 운전자금 수요 등으로 대기업 한도대출이 11조원을 넘어섰다. 삼성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내 대기업들이 유동성 위기를 대비해서 한도대출을 받아간 것으로 전해진다.

      급작스럽게 대기업들의 대출 문의가 증가하니 은행 대기업 담당자들은 신이 났다. 이들은 영업을 위해 회사를 방문해도 문턱조차 넘기가 힘들었지만, 이제는 서로들 알아서 대출을 받기 위해서 은행을 찾아오고 있다. 대기업 담당자들은 대출 실적을 쌓을 수 있는데다, 대출 받은 자금이 고스란히 예금으로 예치되다 보니 예금 유치 실적도 쌓고 있다.

      한 대기업 담당자는 “대기업 문의가 늘면서 올해는 별다른 고민 없이 실적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대출실적도 쌓고 예금 실적도 덩달아 높아지니 요즘 같이 영업하기 좋은 환경이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삼성만은 예외다. 대기업 한도대출이 늘면서 삼성에 관심이 쏠렸다. 은행 입장에선 삼성만한 대기업 고객이 없기 때문이다. 신용도가 높을 뿐더러 삼성과의 거래선 확보는 부수적인 거래로 이어진 다는 점에서 은행들은 항상 공을 들인다. 하지만 현금이 넘쳐나고 있는 삼성은 코로나 사태에도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기업 한도대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삼성은 쌓아놓은 현금을 어디에 써야할지 고민하고 있다”라며 “회사 자체가 유동성 걱정이 없다보니 은행 삼성 담당자들은 별다른 일거리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는 주요 대기업이 쌓아놓은 현금성 자산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그룹이 쌓아놓은 현금성 자산은 109조원에 이른다. 지난 2017년 87조원이던 현금성자산은 2018년 100조원을 넘어선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반해 차입금 규모는 매년 25조원 안팎에서 유지되고 있다. 현금은 쌓이고 차입금은 늘지 않다보니 마이너스 순차입금은 매년 확대하고 있다.

    • 이에 반해 나머지 주요 대기업들의 현금성자산은 매년 줄거나,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현금성자산은 2019년 44조원이었지만 지난해 44조원으로 그 규모가 줄었다. SK그룹은 SK그룹도 17조원 규모였던 현금성자산이 지난해 13조원 규모로 감소했다. LG그룹은 10조원 안팎의 현금성자산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이들의 현금성자산은 줄어든데 반해 차입금 규모는 최근 몇 년사이 큰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순차입금은 2017년 47조원에서 지난해 62조원으로 증가했다. SK그룹은 8조원에서 33조원으로, LG그룹은 11조원 28조원으로 증가했다. 수익성은 줄어드는데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 M&A 등을 활발하게 진행하다 보니 차입금이 큰폭으로 늘고 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삼성을 제외한 다른 대기업들이 가능한 한도대출을 모두 받아가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우량 대기업들 사이에서도 재무여건의 차이가 크게 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