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證, 외부 운용사에 항공기자산 매각 맡긴다…조기상환 묘수? 손 떼기?
입력 2020.06.03 07:00|수정 2020.06.04 07:56
    항공기펀드 자산 매각 외부에 맡겨
    운용역 전문성·매각 타진 가능성↑
    펀드 자산관리 책임 회피 논란은 부담
    • 한국투자증권(이하 한국증권)이 외부 운용사에 항공기금융 자산 매각을 맡기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2017년부터 한국증권은 항공기 펀드 등 대체투자를 늘려 수익성 극대화를 노렸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로 인한 항공업계 불황으로 셀다운에 애를 먹고 있을 뿐만 아니라 리스료 지급불가 선언으로 대출금 회수도 요원하다.

      특수목적법인(SPC)에 항공기에 대한 채권 자산을 모아놓고 이를 타 운용사에 맡겨 매각하는 안이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한국증권이 셀다운 기회를 늘리려고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초기 인수 때부터 투자를 주선하던 한국증권이 끝까지 책임지지 않고 중간에 빠지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에어프랑스, 중화항공 등 항공기 관련 펀드 자산들을 외부 운용사에 맡겨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항공기 펀드는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돈으로 항공기를 인수하고 이를 항공사에 빌려줘 리스료를 받는다. 리스료는 투자자들에게 배당으로 지급된다. 통상 5~7년인 리스계약 기간이 끝나면 금융사는 항공기를 항공사에 매각하고 그 차익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준다.

      한국증권은 2017년부터 항공기금융을 크게 늘렸다. 2017년 대만 국적 항공기를 인수해 중화항공에 대여해주며 리스료를 받았다. 이듬해 하나은행 등과 함께 뱅크오브차이나(Bank Of China) 계열 항공기 리스사인 BOC에이비에이션으로부터 에어프랑스가 운용하는 B777-300ER 항공기 2대를 인수했다. 한국증권은 당시 중·후순위 지분증권을 사들이는 데 9200만달러를 투자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항공업 전망이 어두워졌다. 항공사들의 리스료 연체가 현실화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에 약 30조원의 긴급 자금을 요청한 에어프랑스는 최근 리스료 지급 불가를 선언했다. 셀다운도 부진하다. 한국증권은 에어프랑스 중순위 대출 셀다운을 완료했지만 아직 후순위 물량은 보유 중이다.

      이에 한국증권은 외부 운용사에 항공기 자산 매각을 맡기는 방식을 고려 중이다. 구체적으로는 셀다운이 안 되는 후순위채권을 우량 자산과 SPC에 한 데 묶어 저렴하게 매각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한 대체투자 업계 관계자는 "채권에 대한 이자지급(쿠폰)을 많이 주는 방식으로 채권 가격을 낮춰 SPC에 모아 묶는 것"이라며 "나눠서 매각할 수도 있겠으나 유니트벤치와 같이 우량자산에 묻어서 파는 방식도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항공기 자산 매각이 성공하더라도 높은 밸류 산정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항공기는 밸류 산정이 자주 이루어지는데, 최근 항공기 가치가 크게 급락했기 때문이다. 에어프랑스 항공기도 코로나 사태 전보다 밸류가 낮게 산정되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항공기도 유형에 따라 그 가치가 다르긴 하다만 최근 항공기를 세워둘 곳이 없어 사막에 세우기도 한다"며 "항공기 자산의 밸류 산정은 수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밸류가 더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증권이 논의 중인 방안에 대해 업계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좀 더 전문성을 가진 운용사에 자산을 맡겨 새 기회를 노리는 것이란 평가가 있다. 코로나 이후 항공기나 부동산의 자산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셀다운이 평소보다 더욱 어려워진 까닭이다.

      다만 초기 투자주선에 참여하던 한국증권이 매각에선 손을 터는 모양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증권은 에어프랑스 등 항공기 자산에 대한 관리 책임부터 매각 주선, 자문까지 맡고 있다. 한국증권도 매각을 타 운용사에 떠넘긴다는 오해가 생기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매각을 담당할 운용사의 권한에 대한 논의는 아직 진행 중이다.

      한국증권은 통상적인 항공기 펀드의 형태이라는 입장이다. 한국증권 관계자는 "시장상황이 안 좋거나 업황이 불안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항공기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펀드는 만기까지 가져가는 경우가 원래 없다"며 "항공기는 환금성이 떨어지는 자산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3~4년 정도 되면 조기상환을 위해 준비를 한다"고 말했다. 자산 매각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운용사와 물건을 소싱해온 증권사 등이 모여서 미리 조기상환을 준비하는 차원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