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피너티, 파트너간 갈등…로엔 주인공 이규철 대표 퇴사 예정
입력 2020.06.03 07:00|수정 2020.06.04 07:56
    어피너티 내부적으로 퇴사절차 진행 중
    오랜기간 이어진 파트너들 간의 갈등 수면위로
    락앤락, SSG닷컴 등 포트폴리오 회사 관리에도 영향
    • 어피너티 에쿼티 파트너스의 로엔 대박 신화를 이끈 이규철 대표가 회사를 떠날 전망이다. 해묵은 국내 파트너들간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현재 내부 논의를 거쳐 퇴사 과정이 조율 중이다.

      2일 사모펀드(PEF) 업계에 따르면 어피너티와 이규철 대표의 결별이 현재 논의되고 있다. 어피너티는 박영택 회장, 이철주 부회장 아래에 한국을 총괄하는 이상훈 총괄대표, 그리고 이규철 대표와 민병철 대표 등이 파트너로서 회사를 운영해왔다.

      이들 내부에서 한국 파트너들 사이의 갈등은 오래 전부터 업계에 공공연하게 알려져 왔다. 최근 락앤락 투자 부진 등이 겹치면서 양측 갈등은 극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어피너티 관계자는 “이 대표의 퇴사를 놓고 내부 조율 과정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규철 대표가 사외이사로 있는 락앤락, SSG닷컴과도 현재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예일대와 와튼 MBA를 졸업한후 PwC 컨설팅 수석컨설턴트, UBS 상무 등을 거친 이규철 대표는 어피너티에 조인하면서 로엔엔터테인먼트 거래로 PEF들 사이에서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 딜로 어피너티는 매각 차익으로만 1조2000억원 이상을 거둬들였다. 이후 이규철 대표는 신세계 그룹의 온라인 몰 SSG닷컴 투자, 락앤락 인수를 이끌며 어피너티 주요 투자를 이끌었다.

      업계에는 이규철 대표의 입지가 회사에서 커질수록 파트너들 간의 갈등이 커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단 박영택 회장과 이철주 부회장의 뒤를 이어 차세대 리더로 꼽혔지만 주요 투자건을 독차지하면서 다른 파트너들과의 갈등이 커졌다. 여기에 이상훈 한국총괄 대표와 이규철 대표의 서열 문제도 내부적으로 정리가 잘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사이에서는 리포팅 라인(보고 체계)을 두고도 갈등이 빚어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이규철 대표의 이직설은 몇 년 전부터 계속해서 거론됐다.

      다른 사모펀드 관계자는 “이규철 대표가 아랫사람들에게 독자적인 리포팅 라인을 요구할 정도로 양측의 관계가 오래전부터 좋지 않았다”라며 “최근 투자한 락앤락 실적 부진도 양측의 갈등 원인으로 꼽힌다”라고 말했다.

      2세대로 넘어오면서 어피너티 조직정비가 잘 안 된 부분도 이런 문제가 불거진 이유로 거론된다.

      어피너티는 2002년 설립 이후 하이마트, 오비맥주 등 대박 딜을 연이어 터트리며 국내에서 제일 잘 나가는 사모펀드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그 사이 시니어 파트너 숫자들이 크게 늘어나며 역삼각형의 조직 구조를 갖추게 됐다. 이는 내부 정치와 파벌싸움이 심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창업 1세대인 박영택 회장이 주로 홍콩에서 머물면서 조직관리가 느슨해진 것 아니냐는 말도 심심찮게 나왔다.

      현재 이규철 대표는 SSG닷컴을 비롯해 락앤락의 사외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거래 장본인이 퇴사하면서 포트폴리오 회사 관리에도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LP들에게는 관련해서 양해를 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다른 일도 아니고 파트너간의 갈등으로 핵심운용역이 회사를 떠난다는 것은 어피너티 명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