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지분 과반 앞둔 3자연합 vs 개인 우군 확보하는 조원태 회장
입력 2020.06.05 07:00|수정 2020.06.08 09:56
    3자연합 지분율 45%, 이사 선임요건까지 5%p
    3000억 분리형BW 발행 추진하는 한진칼
    BW 주식전환 늘려, 3자연합 지분 희석 효과 노린 듯
    • 한진칼 경영권 분쟁은 3자연합과 조원태 회장 중 어느 쪽이 먼저 지분 절반 이상을 확보하느냐가 핵심이다. 반도그룹의 자금력을 앞세운 3자연합은 현금으로 꾸준히 주식을 사들이는 반면 조원태 회장 측은 일반투자자들을 우군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3월 주주총회 이후 잠잠했던 3자연합은 지난달 말부터 장내에서 지분 매집을 다시 시작했다. 현재 지분율은 45.23%로 자력으로 주주총회 이사 선임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지분율 50%에 바짝 다가섰다. 조 회장 측 지분율 보다 2~3%포인트 앞선 상황이다. 매집의 주체는 반도그룹의 자회사 대호개발과 한영개발이다. 반도건설로부터 차입한 자금 1250억원을 투입했다.

      자금력을 차치하고 정부로부터 긴급자금 지원을 받은 한진칼은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에 선뜻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자금 납입을 위해  3000억원 규모의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권(BW)의 발행을 결정하면서 자금조달과 경영권 방어 두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

      투자자들은 한진칼의 자금사정을 고려해 대한항공 주식을 담보로 잡고 금융기관 차입을 통해 증자 자금을 충당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한진칼은 예상을 뒤업었다. 발행하는 BW는 분리형으로 신주인수권(워런트)과 사채를 따로 떼내 거래가 가능하다. 사채는 만기(2023년 7월)까지 보유하면 총 3.75%의 고정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신주인수권은 다음달부터 거래가 가능하다.

    • 신주인수권의 규모는 전제 지분의 5%가량이다. 조 회장이 3자연합과 치열한 지분율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5%에 해당하는 지분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리스크를 짊어진 것이란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5%의 지분은 경영권의 향방에 상당히 큰 의미를 갖지만 3자연합 측이 신주인수권을 매집해 지분율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신주인수권의 가격은 1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경영권 분쟁이 심화할수록 가격은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신주인수권의 가격 상승분만큼 시가 대비 프리미엄을 붙여 주식을 인수하는 셈이다. 경쟁을 펼치는 주체들 가운데 한 쪽이 합산 지분율 50%를 넘겨 경영권 분쟁의 기대감이 사그라든다면, 주가 상승의 여력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3자연합의 신주인수권 인수 실효성도 크지 않을 수 있다는 평가다.

      재계 한 관계자는 “분리형 BW 발행은 한진칼 측에서 주주배정 또는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꺼낸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인다”며 “대한항공 유증 자금 확보와 동시에 그룹 경영권을 일부 방어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BW발행은 주주배정이 아닌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즉 한진칼 주주들뿐만 아니라 개인과 기관을 막론하고 어떤 주체든 투자가 가능하단 의미다. 지난 주주총회에선 3자연합을 제외한 상당수 주주들이 조원태 회장 측에 선 전례가 있다. 과거의 전례를 비춰볼 때 세력화 하지 않은 주주들이 늘어나는 것은 조 회장 측에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번에도 조 회장 측은 일반투자자들을 대거 유입해 지난 주총과 유사한 효과를 내겠다는 전략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최근 주식시장에선 유동성이 늘어나 주가연계증권(ELB)의 발행 조건은 발행회사에 상당히 유리한 상황임에도 회사는 주가 하락에 대한 전환가액 재조정(리픽싱) 조건도 내걸며 투자자들을 유인했다. 신주인수권의 주식 전환 기간은 상당히 빠른 편으로 오는 8월부터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한진칼 측은 BW 투자자들이 주식으로 전환하는 규모가 늘수록 3자연합의 지분율도 낮아지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3자연합이 BW를 사들이는 방안도 아예 배제할 순 없지만, 사채의 경우 장기간 자금이 묶여있어야 한다는 점과 신주인수권은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에서 그리 현실적이지 않은 전략으로 보인다”며 “주요 자회사인 대한항공의 펀더멘털이 약하고, 자산매각을 통한 그룹 재무구조 개선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에서 한쪽의 승리가 확실해 진다면 한진칼의 주가 흐름도 지금 같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