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리스크 관리 허점…'혁신기업' 이름표에 균열 생기는 쿠팡
입력 2020.06.05 07:00|수정 2020.06.09 09:38
    부족한 위기대응으로 평판 리스크 야기
    잠재 투자 유치 기회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이번 사태 계기로 리스크 하나씩 부각될 전망
    • 코로나 최대 수혜자로 꼽혔던 쿠팡이 코로나 재확산 주범이 되면서 재평가 받고 있다.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과 부실한 인력 관리 능력을 보이면서 반발 여론도 커지고 있다. 쿠팡의 내부 리스크가 하나씩 부각되면서 상장 전 투자를 고려했을 잠재 투자자들의 평가도 냉정해질 것이라는 평가다.

      쿠팡은 지난 2013년 설립 이후 소프트뱅크그룹 등으로부터 수조원대 투자를 잇따라 유치,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왔다. 최근엔 코로나로 인한 대면접촉 기피 현상으로 반사실익을 얻으며 매출 규모도 크게 키웠다. 하지만 코로나에 대한 관리 부실 및 대응 미흡이 부각되면서 평판에 균열이 생기는 모습이다.

      확진자가 발생한 고양물류센터와 부천물류센터는 임시 폐쇄됐지만 쿠팡이 내놓은 입장문 파급은 여전하다. 첫 확진자 발생 후 닷새가 지나서야 공식 입장을 내놨다. 또 "코로나는 택배를 통해 감염될 가능성이 극히 낮으며 확진자 발생과 전혀 관련 없는 다른 물류센터에서 배송 중"이라는 다소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발 여론에 부딪히자 바로 연결 배너를 삭제했고 이는 더욱 공분을 샀다.

      투자업계에선 이번 사태로 인해 쿠팡의 '혁신기업' 어필에 난관이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쿠팡이 내년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게 거의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회사는 아직까진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진 않지만 최근 아마존과 비슷한 회계구조로의 변경, 단기 수익 개선 목표 등 상장 개연성을 높이는 정황들이 포착되고 있다. 설립 때부터 아마존 효과를 노려온 쿠팡은 소프트뱅크 등으로부터 한국 이커머스 시장 내 잠재 가능성을 인정 받아 수조원대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투자금 대부분 미래 성장동력이라 평가 받는 물류센터에 고스란히 투입되면서 기대감을 키웠고 자연스럽게 쿠팡 앞에는 '국내 유니콘 1위 기업', '혁신기업'이라는 이름표가 따라붙어 왔다.

      한 증권사 유통 담당 연구원은 "쿠팡은 지금껏 아마존처럼 자체물류 시스템을 표방해왔고 수조원대 투자금을 물류센터에 투입하며 기대감을 키워왔다. 혁신기업으로 일컬어졌지만, 노동자가 직접 처리하는 수공업 구조에 불과하다는 게 드러났다"며 "인력으로 갈아넣은 혁신, 사태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가 국내 유니콘 1위 기업의 위상이라는 점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배력을 갖췄다는 논리를 내세우기도 쉽지 않아졌다. 벤처캐피탈(VC)업계에선 쿠팡 임원들이 내부적으로는 '이미 (한국 시장에서의) 게임은 끝났다'는 평가가 공공연하게 나온다고 전한다. 쿠팡이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상당 부분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하지만 쿠팡의 현재 국내 시장 점유율은 10% 초반대로, 네이버나 이베이코리아 등 경쟁기업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아마존처럼 '없으면 안 되는, 꼭 필요한 기업'이 아니라는 얘기다. 코로나 재확산 이후 이마트(쓱닷컴) 주가가 반사 효과를 보며 크게 오르는 등 소비자들은 쿠팡을 대체할 수 있는 기업을 이미 물색하기 시작했다.

      한 VC 투자심사역은 "쿠팡은 아마존을 벤치마킹하고 있지만 아직 시장 지배력이나 AWS(아마존웹서비스) 같은 추가 캐시카우, 해외 확장 등에 있어서 아직 아마존과 견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을 20~30% 수준까지 올려야 과거 투자금액 대비 부끄럽지 않을텐데 이번 사태로 추가적인 점유율 확대를 노리기에도 좀 어려워졌다고 본다"라고 분석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포트폴리오 기업들 지분 매각을 잇따라 시도, 쿠팡에도 투자금 회수 시도 조짐이 보이는 기류는 우려를 키운다. 주요 투자자가 쿠팡의 성장 가능성에 한계를 느끼고 한국 이커머스 시장을 철수한다는 시그널이 될 수 있다. 이런 사정에 쿠팡도 또다른 투자자 유치를 고려하고 있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 대응이 잠재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미국 투자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한국의 아마존'이라는 콘셉트가 허상일 수 있고 주요 고객인 한국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는다면 그동안 쌓아놓은 이미지가 희석 될 수밖에 없다"며 "국내 투자자는 물론 위워크 몰락을 직시한 미국 투자자들도 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