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정부 외환관리 엄격해지면서 매력도 많이 줄어
홍콩사태로 불안감마저 커지고 있어
기업들 홍콩법인뿐 아니라 중국철수 고민
-
미-중 간의 갈등이 금융허브 홍콩으로 번지고 있다.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을 놓고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겠다고 맞대응을 하면서 홍콩의 지위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기업들은 홍콩을 중국진출의 교두보로 삼았지만, 이제는 홍콩법인 유지를 놓고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삼성을 비롯해, 현대자동차·SK,·LG·포스코·한화그룹 등 대기업 계열사들 다수가 홍콩에 판매법인, 중간지주사, 특수목적회사(SPC)를 두고 있다. 2010년 이후에는 중견기업들의 홍콩에 지주회사 설립이 줄을 이었다.
이들이 홍콩에 지주사를 설립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진출을 위한 우회통로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중국에 직접 진출할 경우 자본의 유출입 등이 홍콩보다 까다로운데다, 중국정부가 2006년 홍콩에 대해 이중과세방지 안배 등을 통해 조세상의 혜택을 부여하면서 홍콩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이런 움직임이 크게 줄었다. 2010년 중반이후부터는 중국정부는 중국본토에서 나가는 자금을 외환관리 당국에서 철저하게 감시 감독하고 있다. 홍콩이 우회통로로 활용될 수 있었던데에는 중국과 홍콩의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자금거래가 가능했던 탓인데, 이 한축이 무너지면서 홍콩법인 설립의 장점이 많이 사라졌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중국정부에서 엄격하게 외환관리에 나서면서 홍콩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것도 쉽지 않다”라며 “홍콩을 우회해서 들어가나, 중국에 직접 진출하나 큰 차이가 없어졌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홍콩보안법 제정 등으로 일국양제마저 무너질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면서, 이제는 기존 법인들도 옮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커졌다.
홍콩이 중국에 편입될 경우 홍콩정부가 강조한 홍콩 법인 설립에 장점이 대부분 사라진다. 홍콩정부는 그동안 ▲세계 경제 자유화 지표가 높은점 ▲법, 규정, 제도가 매우 투명하고 부패지수가 낮은 점 ▲외환관리에 대한 통제가 거의 없어 제 3국간 외화 유출입을 간섭하지 않는점 ▲중국보다 지적재산권의 보호가 훨씬 높고 규제가 적은 점을 홍콩 내 회사 설립의 장점으로 설명했다.
한 대기업 전략 담당자는 “아직까진 홍콩법인 이전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플랜정도는 짜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의 홍콩 사태가 잘 마무리되더라도 홍콩법인의 필요성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롯데, CJ 등 리테일 사업을 위해 중국에 진출한 대기업은 손을 들고 나왔다. 이제는 삼성전자마저 디스플레이공장을 철수하고 있다. 다행히 중국에서 수익을 내는 업체가 있더라도 그 자금을 한국으로 가져오긴 더욱 어려워졌다. 또한 홍콩의 지주사를 설립하는 장점으로 거론되는 홍콩 증시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은 사례도 없고, 앞으로도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 로펌 관계자는 “홍콩 증시 상장이 그나마 홍콩에 법인 또는 지주사를 설립하는 장점이지만, 중국에서 사업이 잘되지도 않고 자금유출입도 어려워진 상황이라서 현재로선 크게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홍콩법인 철수와 함께 중국본토에 들어간 투자자금 회수 고민도 해야한다. 홍콩법인은 청산이 자유롭다고 하나, 이들 대다수가 지주회사나 SPC로 실제 사업은 중국본토에서 벌이고 있는 경우가 다수다. 중국본토 사업을 정리하기 위해선 중국 조세당국의 허가가 나야하지만 임금, 채무 등 모든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청산을 불허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들 사이에선 중국시장 철수 방법으로 ‘야반도주’밖에 답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 회계법인 중국담당 파트너는 “중국철수를 고민하는 마당에 홍콩에 법인을 세우거나 유지할 니즈도 많이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6월 05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