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업계에선 "시장에 나온지 오래됐다"
신용등급·직원들 눈치에 매각 소극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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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의 M&A 부인공시가 늘어나고 있다. 인수의사를 타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지만 관련 소식이 나는 걸 극도로 경계하는 탓이다. 부인공시가 나면 매각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하지만 시장에 도는 우려를 잠재우는게 우선이란 설명이다.
신세계 푸드를 비롯해 CJ푸드빌의 뚜레쥬르 등이 연이어 매각에 대해 부인공시를 냈다. 신세계푸드는 최대주주인 이마트에 확인한 결과 당사의 지분 매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CJ그룹도 CJ푸드빌은 현재 뚜레쥬르의 지분매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공시했다. 매각관련 소식이 전해지면 대기업들은 즉각적으로 매각설을 적극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M&A 업계에 따르면 이미 상당수가 잠재된 매물이거나, 실제 매각의사를 타진했던 기업들이다. 신세계푸드는 1분기 3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2017년 이후로 실적이 좀처러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CJ푸드빌의 뚜레쥬르도 적자사업부로 이미 중국사업은 정리를 마친 상태다. 수년전부터 매물로 거론됐지만, 성장성이 꺾이면서 사갈 곳이 마땅치 않다보니 잠재된 매물이란 타이틀을 수년째 이어오고 있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비주력 사업 정리에 나서려고 하지만, 비주력 사업에 대한 인수자의 선호도가 낮다 보니 계속해서 잠재 매물로 분류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기업들이 부인공시까지 내면서 적극부인에 나서는 것은 두가지 이유 정도가 거론된다. 우선은 재무상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계열사 매각에 나선다는 것이 시장에 알려줘서 좋을게 없다는 평가다. 당장 신용평가에 반영된다는 점을 부담스러워한다.
일례로 나이스신용평가는 CJ제일제당, 대한통운, CGV에 대해 영업권 손상을 매분기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사태로 주요 자회사들의 영업권 손상이 우려되는 만큼 이를 면밀하게 살펴보겠다는 뜻이다. 이마트는 올 2월 신용등급이 AA+에서 AA로 하향 조정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계열사 매각 소식이 전해지면 그룹의 신용리스크가 올라가고 자금조달에도 애를 먹게된다. 특히 두산그룹이 채권단 관리에 들어가는 등 대기업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이 큰 상황이라서 다른 대기업들도 살얼음 걷는 심정으로 신용등급 방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 대기업 재무담당 임원은 “요즘 재무팀에선 신용등급이 떨어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그 성과를 알리고 싶어할 정도로 신용등급 사수에 목숨을 걸고 있다”라며 “아무리 건실한 대기업이라도 신용등급 하락하면 자금조달이 막힐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직원들 및 정부눈치가 거론된다. 현재 매각이 거론되는 계열사들 상당수가 오프라인 중심의 인건비 지출이 높은 사업들이다. 매각 소식이 알려지면 노조 등의 반발이 커질 수 있어, 매각성사는 커녕 오히려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키울 수 있다. 여기에다 정부에서도 일자리 유지를 적극 강조하다 보니 대놓고 매각에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다만 이런 상황이 반복될 경우 매각은 지연되고, 위기 상황에서 그룹 전체가 휘청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인수자를 찾기도 힘든상황인데, 매각절차마저 비밀리에 진행된다면 시간은 길어지고, 매물의 가치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몇번 시장에 소문이 나고 나면 인수하는 쪽에서도 아무도 안보는 매물을 샀다는 부담이 커진다. 무조건 부인공시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비주력 사업 정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부인공시가 나면 진행되던 매각 작업이 3개월 이상 뒤로 밀리게 된다”라며 “하반기 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인데다 부인공시 때문에 매각 절차가 뒤로 밀린다면 매각 절차에 어려움이 커질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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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6월 0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