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ㆍ하나가 맺은 해외사업 신사협정, 빡빡해진 환경 속 '고육지책'
입력 2020.06.16 07:00|수정 2020.06.15 17:58
    조용병-김정태 회장, 해외사업 협력 위한 MOU 체결
    1분기 4대 시중은행 해외법인 및 관계기업 순이익 감소
    신사협정은 맺었지만, 딱히 구체저인 대안 없어
    동일 시장에선 경쟁 불가피할 듯
    •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손을 맞잡았다. 해외에서만큼은 경쟁하지 말고 협력하자는 ‘신사협정’ 차원이다. 표면적으론 국내 금융사가 힘을 모아 글로벌 공략하자는 긍정적인 메시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국내 금융사의 부진한 해외실적과 코로나 사태 이후 빡빡해진 대외환경 속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5일 조 회장과 김 회장은 해외시장에서 과도한 경쟁 대신 협력을 통해 영업기회를 발굴하자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국내 금융지주 간 이런 협력 관계를 맺은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구체적인 협력방안에 대한 내용은 없었지만, 해외 부동산과 인프라 대규모 투자에 있어서 양사간 협력이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일례로 대형 프로젝트의 두 금융기관이 참여하면 수주 성공확률이 높아지고,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이번 MOU가 나온데에는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지성규 하나은행장의 역할이 컸다. 최근 몇 년동안 두 은행은 동남아시아 진출을 모색했지만, 현지 규제 강화 등으로 사업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의 하나로 두 은행간 해외사업 협력 방안 모색이 추진됐고, 판이 금융지주로 커졌다.

      회장까지 나서 신사협정을 맺은 것은 해외 환경이 날로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대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의 올 1분기 해외법인 및 관계기업 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13.8% 감소한 2469억원에 그쳤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신한은행은 해외법인 순이익이 12.6% 증가한 635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신한은행이 공을 쏟고 있는 신한베트남은행의 1분기 총포괄손익은 527억원으로 전년동기 627억원보다 낮았다. 국민은행은 해외법인 1분기 순이익이 작년동기 대비 63.1% 감소했다. 우리은행은 전년동기 대비 6.8% 감소하며 해외사업이 신통치 않다. 하나은행도 해외법인과 관계기업까지 포함하면 21% 감소한 1522억7700만원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런 점에서 조용병 회장과 김정태 회장이 손을 맞잡았지만 얼마나 성과가 날지는 미지수다.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제시하지 못한것도 당장 가시적인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 사태가 극복된다고 하더라도 양측의 신사협정이 지속적으로 지켜질지도 의문이다. 국내 금융사 모두 글로벌을 외치지만 여전히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적인 차별화도 크게 도드라지지 않는다. 베트남을 비롯해 캄보디아, 미얀마 정도가 국내 금융사가 현지화에 성공할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결국 수익이 나고, 경쟁이 생기면 신사협정 유지도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

      일례로 신한금융지주는 인도네시아 현지고객 공략을 위해 신한인도네시아은행과 신한인도파이낸스 등을 갖추었다. 하나금융은 인도네시아에서하나은행 현지법인 중심으로 스마트금융, 온라인 대출과 자동차 금융을 진행하고 있다.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두 회사 모두 진출해 있는 경우가 많다. 진출이 어려운 미주, 유럽 등에서 협력 방안이 거론되지만 협력을 한다고 해서 성과가 나오기 힘든 시장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국내 시중은행 임원은 “일시적으론 협력관계 유지가 가능하나, 수익성이 된다면 경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라며 “신사협정을 서로 맺을 정도로 국내 금융사가 경쟁력 있는 시장이 없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