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신라젠…바이오 주가, 中大 약대 인맥에 달렸다?
입력 2020.06.18 07:00|수정 2020.06.19 10:40
    '막강 파워' 신약 허가 식약처에
    중대 약대 인력 주요 자리 포진
    식약처·업체 협의체 운영, 소통
    "인적네트워크, 투자 고려 요소"
    • #지난 2018년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동문회는 ‘국내 제약 및 바이오 의약품의 성공전략’을 주제로 약학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선 산업 동향, 정책, 특허 허가, 약가 진흥 등 다양한 주제가 다뤄졌다. 동문회가 주관이 된 학술행사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고위직 공무원을 비롯해 제약업계 동문들이 대거 참여했다.

      #식약처 인사 시즌마다 중앙대학교 출신이 얼마나 약진하느냐가 주요한 관심 거리 중 하나다. 그만큼 식약처 내에서 중대 약대 출신들이 두루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대 약대는 과거 김광호 전 대전식약청장과 김관성 전 서울식약청장을 비롯해 현 손수정 대전식약청장 등을 배출했다.

      K바이오 열풍이 주식시장을 달구고 있는 가운데 중대 약대 출신 인맥이 업계에선 화제가 되고 있다. 업계마다 특정 학교 출신들이 약진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중대 약대의 경우 바이오 업계에서 그 위상이 남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인허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식약처의 주요 요직에 포진해 있다 보니 관심도가 높다.

      인보사 사태 이후 식약처는 바이오의약품 허가 심사 과정에서 업계와의 소통임을 강조하고, 바이오 분야 협의체인 ‘바이오 공감’을 운영하고 있다. 바이오 공감에는 바이오생약국장, 바이오생약심사부장 등 식약처의 심사 관련 담당자들과 바이오 각 분야의 국내, 수입사를 포괄한 대표성 있는 19개 업체의 임원진이 참여한다. 이들 '이너서클'이 바이오 업체의 운명을 쥐고 있는 셈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중대 약대 출신들이 식약처뿐만 아니라 주요 제약회사의 CEO, CFO 등에 두루 포진해 있다”라며 “약대가 전국에 많지도 않은데다 과거 서울대 출신 상당수가 학계로 간 반면 중앙대 출신들은 공직이나 제약회사로 진출한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라고 말했다.

    • 우선 식약처의 중대 약대 출신 고위직으로는 손수정 식약처 대전지방청장이 꼽힌다. 손 청장은 중대 약대 84학번으로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부장을 비롯해 바이오생약심사부장을 역임했다. 식약처 내에서 중대 출신 중에서 최고참으로 꼽힌다.

      인보사 사태 수습과정에서 활약한 강석연 전 바이오생약국장도 중대 약대 85학번이다. 그는 마약정책과장, 바이오의약품정책과장 등 식약처 내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으며 현재 국방대학원에 파견을 나가있다. 인보사 사태 후속대책으로 신속심사와 장기추적을 근간으로 하는 첨단재생바이오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진두지휘했다. 이 밖에도 중대 88학번의 김명호 마약안전기획관은 마약류 관리의 컨트롤 타워를 맡고 있다.

      중대 약대 출신의 식약처 출신들은 퇴임 후에도 업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김광호 전 식약처 대전지방청장(중대 77학번) 퇴임후 식의약 컨설팅 그룹 설립에 참여했다. 식의약 컨설팅 그룹은 식약처 고위직을 비롯해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등이 참여해 법제, 특허 등 바이오 업체 자문 업무를 하고 있다. 김성진 전 식약처 화장품정책과장은 법무법인 율촌의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밖에도 조찬휘 전 대한약사회장, 임종철 한미약품 자문위원 등 협회와 제약회사의 주요 요직에도 중대 약대 출신들이 두루 포진하고 있다.

      중대 약대 동문의 힘은 식약처가 갖고 있는 막강한 인허가권과 관련이 깊다. 바이오 업체들은 품목허가, 임상실험, 제품판매 단계마다 식약처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나아가 식약처는 약가 산정에도 관여한다. 최근 바이오 업계의 큰 흐름이 신약개발로 가면서 심사를 담당하는 식약처의 권한은 더욱 막강해졌다. 주식시장의 대장주인 셀트리온·신라젠·한미약품의 주가가 이들 핵심 이너서클 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 평가다.

      또한 전문성을 요하는 분야다 보니 특히 다른 업계의 비해서 인력풀이 좁고 공고하다. 건대 부동산학과처럼 특정학교의 특정학과 출신들이 회자되는 업계가 있지만, 바이오 업계에 비할 바가 못된다는 설명이다. 산업 자체가 약대 출신이 아닌 다른 외부 전문가가 들어올 틈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비즈니스 성공에 있어서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인허가권을 따내야 사업을 할 수 있다"라며 "투자자들도 투자한 회사의 인적 네트워크도 투자 고려의 주요 요소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