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ㆍ카카오, '금융' 불쏘시개로 '언택트' 신화 썼다..."11월까진 거품 즐겨라"
입력 2020.06.18 07:00|수정 2020.06.19 10:40
    코로나發 언택트 이슈 최대 수혜주로 지목
    저점 대비 150% 주가 급등...外人ㆍ기관은 매도
    3분기 이후에도 언택트 호황 계속될까 '부담'
    新수익원 금융은 수익성 '글쎄'..."한계 명확"
    • 3월 코로나 쇼크 이후 나스닥을 아마존과 넷플릭스가 이끌었다면, 코스피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리드했다. 네이버ㆍ카카오는 5월 들어 거의 매일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52주 최저가 대비 150% 이상 올랐다. 네이버는 코스피 시가총액 4위, 카카오는 10위에 올랐다.

      두 회사에 관심이 쏠린 건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이슈 덕분이다. 여기에 네이버파이낸셜 분할과 카카오뱅크 흑자전환으로 금융 테마가 덧씌워졌다. 두 회사가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일상'과 '돈의 흐름'을 모두 좌우할 거라는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것이다.

      환호의 이면엔 그늘이 있기 마련이다. 5월 이후 외국인ㆍ기관의 네이버 순매도 규모는 5000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카카오는 국내 기관들이 6500억원어치나 내다 팔았다. 이 중 연기금의 매도 규모만 3300억원에 달한다. 현 주가 수준에 전문 투자가들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증권가의 전반적인 평가는 '명백한 오버슈팅(과매수)이지만, 3분기까지는 지속될 것'이다. 코로나19는 여전히 맹위를 떨치며 관련주에 수급을 밀어넣고 있다. 오버슈팅을 견제할 공매도 9월까지 금지된 상태다.

    • 올해 1분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카카오 커머스 거래액 성장률은 나란히 50% 이상 성장했다. 4월 기준 네이버 웹툰은 지난해 대비 13.1%, 카카오페이지는 8.9% 이용시간이 늘었다. 월간 총 이용시간이 600만분대이던 네이버앱의 월간 총 이용시간은 4월 900만분대에 육박했다. 비대면 수요의 폭증 덕분이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앞다퉈 두 회사의 예상 실적과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이들은 네이버가 올해 사상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한 뒤, 2021년에도 30% 추가 성장한 1조3000억원을 벌어들일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카카오는 올해 4000억원, 내년엔 6000억원을 벌 것이라는 컨센서스를 내놨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이런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느냐다. 이런 장밋빛 전망은 대부분 '코로나19 이후 일상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는 논리를 바탕에 깔고 있다. '비대면'이 '뉴 노멀'(새로운 질서)이 되며 네이버ㆍ카카오가 일상 생활의 기본이 되는 '라이프 플랫폼'이 될 것이란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초기엔 이런 전망이 큰 힘을 받았지만, 지금은 신선식품 배송 등 일부 산업을 제외하면 큰 변화가 없을 거란 전망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나 봉쇄 조치가 완화할 때마다 사람들은 원래의 생활로 되돌아가려는 반발력을 강하게 보였다는 것이다.

      JP모건은 코로나19 글로벌 대유행이 올해 7월쯤 잠잠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언택트가 '뉴 노멀'이 됐는지 아닌지는 3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짐작할 수 있을 거란 얘기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만약 네이버나 카카오가 올해 3분기에 전 분기 대비 미흡한 실적을 내놓는다면 거대한 실망감이 표출될 것"이라며 "거꾸로 말하면 3분기 실적이 발표될 11월까지는 지금의 거품을 즐기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네이버ㆍ카카오의 주가 상승을 지지하는 또 하나의 논리는 금융이다.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뱅크ㆍ카카오페이가 생활 속으로 파고들며 은행과 카드마저 두 회사가 장악할 거라는 낙관론이 주가를 뒷받침해주고 있는 것이다.

    • 객관적인 수치는 나쁘지 않다. 지난해 국내 간편송금 시장 규모는 80조원, 간편결제 시장 규모는 17조원으로 97조원을 넘어섰다. 2018년 대비 120%, 2017년 대비 451% 성장한 규모다. 카카오뱅크는 현재 개인대출(주택담보대출 제외) 시장에서 12조원, 5%의 점유율을 확보했는데, 이는 국내 지방은행 6곳을 합친 것과 비슷한 규모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커머스(쇼핑)와 결제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이커머스(온라인 쇼핑) 시장이 성장할수록 네이버ㆍ카카오의 결제 부문 실적도 폭증할 거라는 전망이 여기서 나온다. 두 회사는 거의 전 국민이 이용하는 플랫폼인만큼, 생활 금융 플랫폼으로 안착할 수 있을 거란 청사진도 이를 바탕으로 그려지고 있다.

      문제는 현행 규제와 시장의 테두리 내에서는 이들이 매출은 늘릴 수 있어도, 수익을 늘려나가긴 쉽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간편송금은 오픈뱅킹 도입 이후에도 적자다. 고객에겐 무료로 서비스하지만, 공동망 사용료는 내야 한다. 플랫폼으로서의 '집객효과'가 전부라는 말이다. 이렇게 모은 사용자로 다른 사업을 벌여야 한다.

      간편결제는 '구시대 산업'으로 여겨졌던 신용카드사들이 이미 선점했다. 간편결제 시장 내 신용카드사 점유율은 80%를 넘어섰다. 잇따른 소상공인 수수료 인하로 수익이 줄어든 카드사들이 간편결제 시장에서 활로를 찾은 까닭이다. 간편결제임에도 신용 거래를 통해 후불 결제가 가능하다는 게 핵심 경쟁력이다.

      이런 구조 아래서는 간편결제로 흑자를 내기가 쉽지 않다. 전자결제업자는 3.5% 안팎의 결제수수료를 매출로 인식하는데, 카드 연계 간편결제의 경우 카드사 수수료만 최대 3%에 달한다. 결제대행사(PG사) 수수료도 0.5%다. 여기에 포인트 등 마케팅 비용을 고려하면 잘해야 적자를 면하는 게 고작이라는 지적이다.

      네이버페이ㆍ카카오페이 등이 선불 결제를 유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리 돈을 충전해두거나, 실시간 계좌 연계로 잔액의 한도 내에서 지불하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간편결제는 신용카드보다는 체크카드의 대체재로 통한다. 연 950조원 규모의 국내 카드 거래 시장에서 체크카드 시장 규모는 200조원에 미치지 못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전자금융업자에게 신용기능을 부여하는 건 현행 법으로는 불가능하고, 도입에도 상당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라며 "후불결제가 없다면 간편결제 사업자들의 성장성도 그만큼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결국 예대마진에 기댄, 비(非)주택 개인신용대출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장이 빠르더라도 성장의 한계에 금방 직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없지 않다. 카카오뱅크의 타깃 시장은 2019년말 기준 전체 원화대출금 시장의 14%를 차지하는 기타 가계대출 시장이다. 37%를 차지하는 법인대출 시장, 33%의 주택담보대출 시장, 21%의 개인사업자 대출 시장에 들어가려면, 지금 같은 비대면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현실적으로나 법적으로나 출시가 쉽지 않아보이는 완전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출시 가능 여부가 결국 카카오뱅크의 성장의 한계를 가늠하게 할 거란 평가다.

      카카오뱅크의 순이자마진(NIM)은 기존 은행 대비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카카오뱅크의 핵심 경쟁력은 결국 판관비라는 평가다. 대출상품 믹스와 마진이 뻔한 상황에선 자산의 성장률이 인건비 상승률보다 높아야 이익 성장이 가능하다. 주택담보대출 출시 가능 여부는 단순한 상품 구색을 하나 더 맞추는 의미만이 아니라, 카카오뱅크의 성장 한계선을 설정하는 것과 같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소유권 이전은 통상 법무사가 진행하기 때문에 비대면이 불가능하고, 보안일련번호가 기재된 등기권리증(통칭 집문서)의 온라인 발급도 불가능하다"며 "카카오뱅크가 아무리 접근성ㆍ편의성이 좋다고 해도, 정책대출상품 일부와 직장인 신용대출만으로 영업한다면 다른 대형 은행대비 밸류에이션을 높게 쳐줄 가치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