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현미경 감시 가능한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시 주주연합 상당히 유리
-
한진칼의 경영권을 노리는 주주연합(KCGI+조현아 전 부사장+반도그룹)이 정부가 추진하는 ‘상법 일부 개정안의 최대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이 도입되면 경영 참여와 감시 활동이 훨씬 수월해 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상법 일부 개정안은 총 6가지 항목이다. 과거 더불어민주당이 수년전부터 국회 입법을 추진해 온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 입법 형식으로 추진되지만 177석을 확보한 여당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법안 통과가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
상법 개정안에 포함된 다중대표소송제도는 자회사 경영진에 대해 모회사의 주주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모회사의 지분 1% 이상을 확보한 주주라면 자회사 경영진에 대해 소송 제기가 가능하다. 법무부는 ‘일감 몰아주기 등 대주주의 사익추구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모회사 소수주주들의 경영 감독원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으나 재계에선 ‘소송 남발 우려’와 ‘지나친 경영간섭’ 등의 이유로 상당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고 있는 한진그룹에 접목이 가능하다. 주주연합은 현재 지주회사격인 한진칼의 지분 46%를 확보해 대한항공의 경영에 직·간접적인 영향력 행사를 꾀하고 있다. 다만 대한항공의 지분이 없기 때문에 현 경영진의 경영 활동에 문제를 제기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 주주연합은 경영권 분쟁을 시작한 이후 끊임없이 한진칼을 대상으로 가처분 신청 등 꾸준히 소송을 제기해왔다. 다중대표소송제도가 도입되면 대한항공의 자산매각, 비상장 계열사를 통한 거래관계 등 상당히 폭넓은 분야를 대상으로 공격의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
재계 한 관계자는 “KCGI가 현재는 조원태 회장 또는 한진칼에 대해서 소송과 여론전을 펼치고 있지만 다중대표소송제도가 도입되면 그룹의 핵심인 대한항공의 경영에 일일이 관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며 “경영진의 범법 또는 일탈 행위에 대한 소송은 장려해야 하지만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는 활동에 대해서까지 간섭하게 되면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 있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 도입도 마찬가지로 조원태 회장 측에서는 불리한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 사실 감사위원은 회사의 경영권을 노리는 외부세력이 가장 핵심으로 여기는 자리이기도다. 회사의 제무재표는 물론 이사진 경영활동의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감시하고 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상법에는 사외이사를 선임한 후, 선임한 사외이사 가운데 감사위원을 선출하도록 돼 있다. 이사의 선임과정에선 대주주의 의결권 제한이 없기 때문에 대주주의 의사에 부합하는 이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반대로 감사위원의 선출 과정에선 대주주의 의결권은 최대 3%까지만 허용된다. 대주주 입장에선 의견에 부합하는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해당 사외이사가 감사에 선임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과제로 꼽혀왔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가 도입되면 최소 1명 이상의 감사를 이사진이 아닌 외부인을 선임해야 한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지분의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한진칼 주주연합과 같이 각각 주식을 보유하고 연합한 경우엔 단일 주주들에 각각 3%의 의결권이 부여된다. 즉 감사위원 선출에선 조원태 회장과 특수관계인은 3%만, 주주연합은 9% 넘는 의결권 행사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가 통과해 각 기업이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할 경우, 주주연합 감사인 선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50%가 넘는 지분을 확보해 주총에서 자력으로 이사진을 선임할 수 있는 전략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에서, 대주주의 지배력이 약화할 수 있는 상법 개정안까지 추진되면서 주주연합이 상당히 많은 카드를 쥐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6월 1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