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 상승하며 벌써부터 회수 고민 커질 판
적격상장 불투명하고 KCC에 매각도 마땅찮아
KCC 실리콘과 합병은 합병비율 잡음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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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멘티브의 실적 악화로 M&A 당시 맺어둔 재무약정 위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향후 실적 전망까지 불투명하니 SJL파트너스의 회수 고민도 벌써부터 깊어질 상황이다. 기업공개(IPO)는 때를 기약하기 어렵고 KCC에 지분을 사달라고 요청하기도 마땅찮다.
KCC의 실리콘 사업과 모멘티브를 합병하면 자금 부담이 없고 여유도 생기지만 KCC와 국민연금 등 펀드 출자자(LP) 사이에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합병비율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이 거래가 KCC 또는 국민연금 한쪽에는 유리하고 한쪽에는 다소 불리하게 해석될 여지가 생겨서다.
KCC와 SJL파트너스 컨소시엄은 작년 5월 모멘티브를 3조5000억원에 인수하며 금융권에서 16억7800만달러를 빌렸다. 이때 모멘티브의 차입금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6.25배를 넘지 않도록 하는 재무약정(커버넌트)도 맺었다. 약정 위반, 즉 이익이 급감하거나 차입금이 더 들어나 배수가 기준보다 높아지면 '기한이익상실(EOD)으로 판단, 빚을 모두 갚아야한다.
모멘티브의 2018년 EBITDA가 약 4억달러였으니 인수 당시 배수는 4배 수준이었다. 최근엔 점차 배수가 높아져 5배 중반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작년엔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올해는 코로나 확산으로 자동차 등 전방 수요가 크게 위축됐다. 매년 말 약정 준수 여부를 평가하고, 위반하더라도 치유기간(cure period)이 주어지긴 하지만 마냥 마음을 놓을 만한 상황은 아니다.
코로나 종식 시점을 가늠할 수 없으니 모멘티브 실적이 언제 반등할 지도 점치기 어렵다. 이제 투자한 지 갓 1년이 지났을 뿐인 SJL파트너스의 회수 셈법도 벌써부터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SJL파트너스의 펀드에 투자한 LP들은 비상장사 투자인 만큼 IPO를 제1 선택지로 두는 분위기다. 지금 상황이 좋다고 보긴 어렵지만 2024년까지 여유가 있는 만큼 기다려볼 만하다는 것이다.
한 LP 관계자는 “IPO나 KCC에 매각, KCC 사업부와 합병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지만 IPO가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직 투자 초기 단계고 미래 가치를 생각하면 언제든 상장 가능한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적격상장(Qualified IPO) 요건을 충족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인수 당시만 해도 무리한 수익률 보장이 아니었지만 예측못한 악재가 덮친 상황에서는 요건을 달성하기 쉽지만은 않다. KCC의 잠재 부담도 크다. 상장이 안 되면 SJL파트너스는 KCC 보유 모멘티브 지분까지 모두 팔 수 있는 권리(Drag-Along Right)가 있다. 혹은 KCC가 SJL파트너스에 연 4.5%의 복리를 가산한 수익률을 보장해줘야 한다.
아예 일찌감치 KCC가 SJL파트너스가 보유한 모멘티브 지분을 사오는 방안도 고려가능하다. 즉 M&A에 도움을 줬던 LP들에게 KCC는 적정 수익률을 보장해주고 확고한 지배력을 가져오는 형태다. 지분 일부만 거래할 경우 LP는 일부를 일찍 투자회수 하고 향후에 업사이드를 노리면 된다.
그러나 이 역시 모멘티브의 장기 사업 전망이 장밋빛이어야 가능한 수다. 그룹 지배구조 정리에 분주하고 재무부담도 가볍지 않은 KCC가 굳이 실적 전망이 불투명한 지금 모멘티브 지분을 늘리려 할 상황인지는 미지수다.
SJL파트너스로서도 조기 회수가 반드시 달갑진 않다.
성과보수를 받기 힘들다면 회사 운영 차원에서는 최대한 길게 관리보수를 받는 것이 유리하다. 이를 위해서는 모멘티브 지분을 일정 규모로 보유, 펀드 규모가 유지돼야 한다. 만일 조기 회수로 펀드 규모가 줄면 앞으로 받을 돈도 적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가뜩이나 보수율도 낮아진 상황이다. 지난해 LP들은 M&A 마무리 과정에서 모멘티브의 '우발부채'가 '확정부채'가 되자 관리 보수율을 당초 협상안보다 낮췄다. 최근엔 핵심 운용역 이탈로 또 관리 보수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SJL파트너스는 "국민연금이 대응방안을 제안해달라는 의사를 보였다"라고 밝혔다.
KCC 실리콘 사업부와 모멘티브를 합치는 방안은 당장 자금 소요가 일어나지 않고 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회수를 검토할 수 있다. KCC 직원 사이에서도 합병 가능성이 솔솔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KCC는 “모멘티브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SJL파트너스 측은 “모멘티브와 KCC 실리콘사업부간 합병에 대해서는 어떤 것도 결정된 바가 없으며 중장기에 걸쳐 IPO를 포함, 다양한 방안을 열어 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런 합병방안을 LP가 반길지는 의문이다.
지금이야 KCC가 투자법인(MOM Holding Company) 지분 50%+1주를 갖고, SJL파트너스는 50%-1주 및 각종 비토권을 갖는 선에서 힘의 균형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KCC의 사업부가 얹어진다면 펀드는 상당한 주식희석이 불가피하다. 즉 합병과 동시에 LP들이 자금을 댄 SJL파트너스 펀드의 지배력보다는 KCC의 지배력이 높아진다. 합병법인 안에서의 목소리도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아울러 합병을 택하더라도 합병 비율이 문제가 될 수 있다.
KCC가 실리콘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후 모멘티브와 합친다면 비상장법인 사이의 합병이다. 시가가 없으니 순손익가치, 순자산가치 등을 따져서 합병비율을 정해야 한다. KCC의 실리콘 사업을 부채 없이 분리하고 순자산 가치도 높이 평가한다면. KCC측의 지분이 높아지고 실적이 부진한 모멘티브와 펀드 LP들에 달갑지 않은 합병 비율이 정해질 수도 있다.
이러다보니 일각에선 임석정 SJL파트너스 회장과 정몽진 KCC 회장과의 친분에 주목하기도 한다. 운용사(GP)의 선관의무로는 LP에 유리한 합병 구조를 짜야 하는데 KCC에 유리한 논리를 만들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인 셈이다. 임석정 회장과 정몽진 회장의 오랜 친분은 익히 잘 알려 있다.
특히 LP들은 두 회장의 친분도, KCC 실리콘 사업과 모멘티브의 체급 차도 익히 알고 있다. 어지간한 조건으로는 LP들로부터 합병 동의를 얻어낼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SJL파트너스는 “모멘티브는 코로나 영향에도 불구, 주요 글로벌 경쟁사 대비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고 코로나 여파가 해소되면 더욱 뚜렷해질것으로 본다”며 “모멘티브와 관련된 모든 의사결정에 있어 LP투자자들의 투자수익률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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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6월 2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