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 실패해도 대수롭지 않은 카카오…커지는 소비자 보호 우려
입력 2020.06.26 07:00|수정 2020.06.29 07:22
    보험업 핵심 사업 아니다보니 진출 부담 적어
    플랫폼 경쟁력만 믿고 e커머스 상품으로 접근하다
    소비자 보호 문제 생길 수도
    • 보험사의 관심이 카카오 손해보험업 진출에 쏠리고 있다. 업계의 판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무엇보다 카카오를 주목하는 이유는 보험업을 바라보는 관점자체가 기존의 보험사와 다르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보험업에 실패해도 기존 비즈니스에 타격이 없다는 점에서 공격적으로 접근이 가능하다. 그만큼 파급력이 클수 있다. 하지만 최근 잇따르고 있는 IT기업들의 금융사고에서 보여지듯 제대로 소비자 보호가 이뤄질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크다.

      삼성화재와 손잡고 손해보험업 진출을 시도하는 카카오가 결국은 독자노선을 걷기로 했다. 업계에선 삼성화재말고도 파트너는 충분히 많다는 카카오의 자신감이 배경으로 거론된다. 카카오가 아직 손해보험업 진출을 하지 않았음에도 보험사들은 벌써부터 긴장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카카오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우수한 IT인력을 필두로 ‘언택트’ 시대 트랜드에 플랫폼 회사가 강점을 발휘하기 좋은 환경이란 점이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이들이 보험업에 굳이 사활을 걸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처지가 다르다고 본다.

      카카오 입장에선 게임, 쇼핑이란 커다란 카테고리 안에 금융이 자리잡고 있다. 카카오란 플랫폼 안에서 파는 여러 개 상품 중 하나가 금융상품이다 보니 금융사들이 금융상품을 다루는 것보다 가볍게 접근할 수 있다. 또한 플랫폼으로 각종 데이터가 모이다 보니 이들 데이터를 활용해 기존 보험사들이 갖지 못하는 정보를 취득하기에도 용이하다.

      한 컨설팅사 관계자는 “카카오는 여러 개의 상품 중 하나로 금융상품을 취급하다 보니 안 팔리면 그만이지만, 보험사들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라며 “보험사들이 자산운용의 관점에서 보험업을 접근하는 반면 카카오는 사고파는 하나의 상품으로 보험산업을 이해한다”라고 말했다.

      카카오와 삼성화재의 결별에도 이들의 다른 사고방식이 자리잡고 있다. 삼성화재는 금융산업과 규제의 관점에서 보험업을 이해한다면, 카카오는 이커머스 관점에서 산업을 바라본다. 애당초 두 회사가 서 있는 곳이 다르다 보니 기본적인 소통조차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이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상품 출시에 따른 리스크를 먼저 생각한다면 카카오는 플랫폼안에서 어떻게 판매할까를 주로 고민한다”라며 “문제가 생기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쪽과 일단은 팔고 고민하자는 양측이 대화가 될리 만무하다”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대체적으로 카카오의 저력에 대해선 인정하는 분위기다. 플랫폼을 중심으로 강력한 고객기반을 갖췄다는 점에서 자동차보험 등 간단한 보험상품 판매에선 당장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푸르덴셜생명을 비롯한 외국계 대형 보험사들도 IT 공룡들과 맞서 싸울 채비를 갖추기 위해서 비주력 사업 매각을 통해 현금확보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카카오가 본격적으로 보험업에 뛰어든다면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동차보험 등 간단한 상품을 팔아서는 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점에서 보험사로서 자리를 갖추기 위해선 장기 상품을 팔아야 한다. 장기 상품의 경우 판매뿐만 아니라 자산운용, 리스크 관리 등 신경써야 할 것이 많아진다. 또한 보험금 지급을 놓고 소비자 보호 문제가 끊이질 않는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개인정보 유출, 부정결제 사건 등으로 IT기업들의 금융산업 진출에 대해 더욱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는 사회적인 목소리가 커지는 점도 부담스런 부분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산업의 큰 흐름이 비대면 중심의 플랫폼으로 가는게 맞지만, 다른 금융산업 보다 대면 접촉과 소비자 보호가 중요한 보험산업의 특성도 무시하긴 힘들다”라며 “토스가 텔레마케터 모집에 나서는 것도 비대면채널만으로 고객확보 및 소비자 보호를 다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