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덴셜생명 매각 담당한 골드만·JP모건 빼곤 저조
하반기 대기업 비주력 사업 매각 기회노리며
IB들 기업재무설계사 업무에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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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푸르덴셜생명을 제외하곤 이렇다할 대형 M&A 거래가 나오지 않고 있다. M&A도 투자유치도 매도인과 매수인간의 가격괴리로 거래진행이 원활치 않다. 먹거리가 줄어든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코로나 사태 장기전에 들어간 기업들의 재무설계사를 자처하며 눈도장 찍기에 여념이 없다.
전 산업분야에 코로나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M&A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대형거래라곤 푸르덴셜생명의 KB금융 매각 정도다. 지난해에는 '배달의 민족' 등 조단위 깜짝 딜이 등장했지만, 올해는 진행이 예상됐던 딜마저도 ‘스톱’되는 분위기다. 알음알음 매수인을 찾던 기업들은 시장에 매각소식이 알려지만 이를 감추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그나마 M&A 시장에 군불을 지피는 것은 구조조정 딜 정도다. 여전히 딜 성사가능성이 오리무중인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두산그룹 구조조정 정도가 현재 거론되는 M&A다. 산업은행 주도의 M&A 거래다 보니 IB들에겐 큰 매력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다른 M&A 거래에 비해 수수료가 박하고, 들이는 품에 비해서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셀러(seller) 우위 시장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사모펀드들의 자금력이 커지면서 이들간 인수경쟁으로 가격이 높아지는 셀러 우위의 시장이 형성됐다. 매수인 한 곳만 있어도 딜이 성사되는 말이 나오는 시장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푸르덴셜생명 매각 건에서 드러나듯 사모펀드들은 이전과 달리 몸을 움츠리고 있다. 섣불리 조단위 거래에 나섰다가 나중에 뒷감당이 안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국내 M&A 시장에선 사모펀드를 제외하곤 M&A에 나설 플레이어가 마땅치 않다. 대기업 중에선 곳간을 채워놓고 움츠린 현대백화점 등 몇 곳만이 수천억단위의 거래에 나서는 실정이다.
가격괴리가 커지는 점도 M&A 성사가 그 어느때보다 힘들어진 이유다. 코로나 사태로 기업들의 실적하향 압박이 그 어느때보다 커졌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매도인은 현재의 주식시장 시세 맞춰서 기업가치를 산정하고, 매수인은 기업들의 실적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다 보니 양측의 눈높이가 그 어느때보다 커졌다는 평가다.
이러다 보니 글로벌 IB들은 힘든 한해를 보내고 있다. 푸르덴셜생명 매각을 성사시킨 골드만삭스, JP모건을 제외하고는 현재까지 이렇다할 성적이 없다. 한 글로벌 IB 관계자는 “비단 M&A뿐만 아니라 투자유치에서 매도인과 매수인간의 가격 격차가 커졌다”라고 말했다.
IB들은 차라리 ‘씨앗 뿌리기’에 전념하는 모습이다.
기업들의 요청에 맞춰 혹은 찾아다니면서 코로나 사태 위기 대응을 위한 매뉴얼을 만드들고 있다. 그룹사의 주력사업과 비주력사업을 나누고, 유동성 확보를 위해 선제적 M&A에 나서야하는 매물 리스트를 작성하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업들이 '미래먹거리' 혹은 코로나 이후 가능한 투자대상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여러 조언과 자료조사를 도와주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기업재무팀과 사모펀드들간의 만남 주선 등 신속한 거래 진행을 위한 사전작업에 주력하기도 한다.
한 IB 관계자는 “그룹사 별 위기대응 시나리오를 가지고 재무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라며 “기업 사람들이 이전보다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줄어들면서 둘 간의 만남을 주선하는 일도 주된 업무의 하나가 됐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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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6월 1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