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IB 전유물인 블록세일에서 주관사 이름올려
미래에셋대우와 제휴 맺은 제프리스 향후 움직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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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은행(IB) 업계에선 KB국민은행의 SK㈜의 지분을 블록세일한 KB증권이 화제다. 해외 IB들의 고유 영역으로 치부됐던 블록세일에서 KB증권이 주관사로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번 거래에 미래에셋대우와 제휴를 맺고 있는 미국계 IB 제프리스(Jefferies)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업계의 관심은 KB증권과 제프리스의 관계로 모아지고 있다.
지난 24일 KB국민은행은 장 시작 전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보유한 SK㈜ 지분 175만여주를 전량 매각했다. 총거래 규모가 5000억원에 달하는 대형거래였다. 이번 거래는 계열사인 KB증권이 주관을 맡아 소수의 기관에게 지분을 나누어 매각하는 클럽딜 방식으로 이뤄졌다.
거래 소식이 알려지자 외국계 IB들의 움직임은 바빠졌다. 5000억원 규모의 대형 거래가 나왔음에도 좀처럼 어느 하우스가 거래를 주도했는지 알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후 KB증권이 주관을 담당했다는 소식에 외국계 IB들은 안도하기도 했지만, 의외의 곳에서 거래를 담당하다 보니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외국계 IB 관계자는 “5000억원 규모의 블록세일을 놓치게 될 경우 본사로부터 압박이 상당한 상황에서 경쟁 IB가 주관을 따내지 않아 한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며 “하지만 이제는 이런 거래도 국내 증권사가 담당한다는 사실에 놀라움도 컸다”라고 말했다.
그간 블록세일 분야는 외국계 IB의 독무대였다. 해외 투자자들과의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네트워크가 강하지 않고선 딜을 진행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KB증권이 이번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었던 이유로 미국계 IB 제프리스의 도움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계 IB인 제프리스는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미국·유럽·아시아 지역에서 각종 주식, 채권, 외환, 선물, 상품 등 광범위한 스펙트럼에서 투자뱅킹, 영업, 거래, 리서치, 전략 등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미래에셋증권이 작성한 주식 리서치 자료를 양사 공동명의로 제프리스의 글로벌 기관 고객사에게 공급하기 위해 미래에셋증권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이 합병한 이후로도 미래에셋대우와 제프리스의 제휴관계는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 거래에선 제프리스가 KB증권이 주도한 블록세일에도 이름을 올렸다. 거래 자체는 KB증권이 KB은행의 블록딜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진행했고, 표면상 제프리스는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는 차원에서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라 KB증권이 IB부문 강화에 나서면서 제프리스와의 제휴 관계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프리스의 이번 거래 참여는 이런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이로 인해 미래에셋대우와 제프리스의 제휴 관계가 조만간 끝날 것이란 말이 나온다.
이에 대해 KB증권은 따로 밝힐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KB증권 관계자는 “제프리스가 이번 거래에 관여했는지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라며 “그룹 차원에서 논의됐던 사항이다”라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제프리스와의 계약 종료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제휴관계는 이어지고 있지만, 언제 계약관계가 종료되는 지는 밝힐 수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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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7월 0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