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출신 중용…금융사고 여파 COO는 두 단계 격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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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광석 우리은행장이 취임 후 첫 인사를 단행했다. 첫 인사다 보니 관심이 증폭된데다 의미도 남달랐다. 한일-상업은행 출신간의 경쟁구도가 여전한 상황에서 한일은행 출신을 중용하면서 한일 출신인 손태승 회장에 손을 내밀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더불어 영업출신 상무들을 전면에 내새우면서 하반기엔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뜻도 보였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주요 임원 5명의 인사를 단행했다. 개인그룹을 맡았던 최홍식 부행장을 금융소비자보호그룹으로 이동했다. 그간 상무가 맡아왔던 보직이었지만 부행장으로 격상해 금융당국의 소비자보호 의무를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신광춘 기업금융단장의 이동으로 빈 자리는 이중호 부행장보가 맡는다. 하반기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리스크관리 책임을 이중호 부행장보에게 맡긴 것이다. 이 부행장보는 기업그룹을 맡기 전 2018년부터 기업금융단 상무로 합류했다. 앞으로 여신지원그룹의 박화재 부행장과 손발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부행장과 부행장보보다 젊은 임원인 상무에게 영업일선을 맡긴 것이다. 개인그룹은 박완식 상무가, 기업그룹은 신광춘 상무, 중소기업그룹은 서동립 상무가 보직 이동했다.
은행에선 개입그룹에 박완식 상무를 앉힌 것을 의외로 바라본다. 은행 개인그룹을 맡는 임원은 전체 개인영업점을 총괄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은행 임원 중 핵심 보직으로 꼽힌다. 이 자리에 부행장이나 부행장보를 앉히지 않고 상무를 앉혔다는 것은 영업일선에서 직접 챙기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영업의 3대 축인 개인, 기업, 중소기업그룹장에 상무를 임명하는 것은 하반기 영업의 고비를 쥐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라고 말했다.
권 행장이 이런 인사를 단행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성과를 보여주기엔 시간이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권 행장의 임기는 1년에 불과하며, 성과에 따라 2년을 더할 수 있다. 상반기에는 코로나 사태에 DLF 및 라임자산운용 펀드 등 사모펀드 사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영업에 힘을 쏟기 힘들었다.
하반기에 영업에서 성과를 보이지 않는다면 추후 2년의 임기 연장도 불확실하다. 이런 다급함이 이번 인사에 묻어난다는 설명이다. 권행장의 지금 형세가 말 그대로 '해는 저무는 데 갈 길이 멀다'(일모도원;日暮途遠)는 평가다.
또한 눈에 띄는 대목은 이번에 새롭게 선임된 상무들이 한일은행 출신들이란 점이다. 상업은행 출신인 권광석 행장이 한일은행 출신인 손태승 회장과 관계를 고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일은행 출신들을 중용함으로써 손태승 회장에 먼저 다가갔다는 설명이다. 불필요한 조직 내 갈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대내외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함이란 해석이다.
이 관계자는 “한일-상업간의 경쟁구도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한일 출신을 중용한 것은 손 회장을 다분히 의식한 인사로 볼 수 있다”라며 “손 회장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하반기에는 성과를 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하반기 경영목표는 연초 계획수준을 유지하되 영업동력을 살리고 경영환경 급변에 따른 영향도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라며 "건전성 관리로 손실흡수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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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7월 01일 14:52 게재]